동아일보가 11일 3면에 여론조사 은폐와 관련, <열린우리 '동아 헐뜯기'> <與, 인터넷매체에 자료 고의유출 의혹>이라는 두개의 기사를 통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동아일보 "다른 여론조사결과와 큰 차이 없어 보도 안해"**
동아일보는 우선 <열린우리 '동아 헐뜯기'>라는 기사를 통해 "본보는 8일 한국사회의 이념성향 변화에 대한 '뉴라이트, 침묵에서 행동으로'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참고자료를 얻고 주요현안에 대한 여론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6일 KRC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7일 오전 10시반 KRC에서 조사결과를 넘겨받은 뒤 사내 여론조사 전문가와 정치부 데스크 및 기자들의 분석과 토론을 거쳐 기사방향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이어 "그결과 여론조사 항목중 국가보안법 등 이른바 4대 법안에 대한 찬반, 정당지지도,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의 재선이 북미관계에 미칠 영향, 바람직한 여당의 국정운영 기조, 응답자의 이념적 성향 등에 관한 부분은 다루지 않기로 했다"며 "이중 4대 법안은 본보가 별도로 상세한 여론조사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참고용으로 조사한 것으로 2개 법안은 반대비율이, 2개 법안은 찬성비율이 각각 높게 나타났으나 당초 취지에 따라 모두 기사화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아는 또 "정당지지도와 부시대통령 재선관련 부분 등은 다른 여론조사결과와 큰 차이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기사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동아는 이어 "바람직한 국정운영 기조의 경우도 '일반적으로 진보를 보수보다 긍정적으로 가치판단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는 여론조사전문가의 해석에 따라 기사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아는 따라서 여론조사 은폐 의혹은 "본보의 기획 및 보도 경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일방적 주장을 한 것으로 본보의 공신력을 훼손하고 본보 독자와 국민을 오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첫번째 반론, "盧대통령 지지율 낮다는 건 새로운 사실인가"**
동아일보의 이같은 주장은 그러나 동아일보의 8일 보도내용과 비교해보면, 모순투성이다.
우선 첫번째, 동아일보는 "정당지지도와 부시대통령 재선관련 부분 등은 다른 여론조사결과와 큰 차이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기사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논리라면 당일 동아일보는 '노무현대통령, 국정운영 잘못하고 있다'(64.6%), '정부, 국정운영 잘못하고 있다'(77.1%) 같은 현정부에 대한 지지도 조사 결과도 보도하지 말았어야 했다. 노대통령 지지도가 형편없이 낮다는 사실 역시 '다른 여론조사결과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는 노대통령과 정부 지지율이 낮다는 사실을 대서특필하며, 기사 제목으로 굵게 뽑아 강조했다.
또한 동아일보가 한나라당의 정당지지율이 열린우리당보다 9%포인트로 벌어졌을 때에는 1면 톱으로 쓰더니 그 격차가 3.2%포인트로 좁혀진 사실은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동아일보 보도가 '객관성'을 분명히 상실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두번째 반론, "진보라고 답한 사람이 보수인가"**
두번째, 동아일보는 "바람직한 국정운영 기조의 경우도 '일반적으로 진보를 보수보다 긍정적으로 가치판단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는 여론조사전문가의 해석에 따라 기사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가 누락시킨 '향후 바람직한 국정운영 기조'이란 항목의 구체적 질문내용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국정운영 기조를 어떻게 가져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였다. 이에 대한 답은 '진보적으로 가야 한다'가 51.8%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중도'(29.3%), '보수'(13.8%) 순이었다. 요컨대 노무현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요즘 크게 낮아진 것은 노대통령이 진보개혁을 바라던 지지층들의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9일 기사에서 이같은 조사결과를 누락시킨 뒤 개혁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낮은 점만을 부각시키며, "전체적으로 응답자의 53.7%가 개혁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정부가 정책의 방향 및 정책추진의 방법론 등과 관련해 되새겨볼 대목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노무현정부의 개혁정책 방향과 정책추진 방법론이 진보적이어서 비판여론이 많다는 뉴양스의 해석이었다.
말 그대로 전형적인 '은폐를 통한 사실왜곡'인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같은 왜곡 비판과 관련, '노대통령이 향후 진보적으로 가야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누락시킨 것은 "'진보를 보수보다 긍정적으로 가치판단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는 여론조사전문가의 해석에 따라 기사화하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있다.
한마디로 더없이 '궁색한 궤변'이다. 이는 동아일보가 얼마나 평소 '객관적 팩트(사실)'을 자사의 이해관계라는 자의적 잣대에 따라 '고무줄' 식으로 맘대로 해석하고, 재단해왔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주장이기도 하다.
동아일보가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은폐한 것은 동아일보가 8일부터 시작한 '뉴라이트, 침묵에서 행동으로'라는 시리즈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인다.
동아일보는 이번 여론조사 실시배경과 관련, "본보는 8일 한국사회의 이념성향 변화에 대한 '뉴라이트, 침묵에서 행동으로'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참고자료를 얻고 주요현안에 대한 여론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의 '뉴라이트' 시리즈는 동아일보 표현을 빌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좌(左)편향을 바로잡기 위한 움직임"을 집중조명하기 위한 것이다. 요컨대 '침묵하던 보수세력'이 드디어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이 시리즈의 메시지다.
이처럼 사회 전반의 보수화를 크게 부각시키기 위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동아일보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나오니, 동아일보가 서둘러 이같은 조사결과를 은폐한 게 아닌가라는 의혹을 낳는 대목이다.
***세번째 반론, "4대법 여론조사 은폐가 정말 상세조사를 위해서였나"**
이같은 의혹은 세번째, 동아일보가 4대 개혁입법에 대한 여론조사결과를 누락시킨 대목으로 자동적으로 이어진다.
동아일보는 "4대 법안은 본보가 별도로 상세한 여론조사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참고용으로 조사한 것으로 2개 법안은 반대비율이, 2개 법안은 찬성비율이 각각 높게 나타났으나 당초 취지에 따라 모두 기사화하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거사진상규명법 제정'에 대해선 '찬성'이 52.9%로 '반대' 38.3%보다 14.6%포인트나 높게 나왔고, '사립학교법'에 대해선 '찬성'이 43.2% '반대' 33.7%보다 9.5%포인트나 높게 나온 사실과, '언론개혁법안'에 대해선 '찬성' 40.8%, '반대' 41.3%로 오차범위내에서 엇비슷하게 나온 사실을 보도 안한 이유에 대한 해명치고는 궁색하다.
더욱이 그동안 동아일보가 4대 개혁입법, 그중에서도 동아일보 오너가 보유하고 있는 사학과 언론 관련법에 대해선 더없이 공격적인 보도로 일관했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이같은 해명은 더욱 설득력을 잃는다.
과연 동아일보가 해명했듯 "별도로 상세한 여론조사"를 언제, 어떤 내용으로 발표할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동아일보, 내부에는 '양심적 고발자' 없다고 그렇게 확신하나**
동아일보는 이날 별도로 '與. 인터넷매체에 자료 고의유츨 의혹'이라는 기사를 통해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이 KRC에서 받은 자료를 프레시안에 제공한 것까지는 알고 있다"는 우리당 유용웅 기획전략국장의 말을 전하며 "열린우리당이 자료를 입수한 뒤 일부 인터넷 매체에 의도적으로 유출하고 이를 다시 정치문제화하는 전형적인 '짜고 치는' 방식의 사안 부풀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같은 보도에 앞서 10일 오후 프레시안에 전화를 걸어 "자료의 구입선을 알려 달라"며 "KRC냐 열린우리당이냐"고 물었다. 동아일보 내부에는 '양심적 내부고발자'가 있을 턱이 없으니 이같은 자료가 외부로 나갈 리가 만무하다고 판단, 유출처를 두 군데로 압축해 물어오는 식이다. 이에 대해 프레시안은 "취재원을 알려달라고 하는 것은 언론사로서는 상식밖 주문 아니냐"고 취재원 공개를 거부했다.
'취재원 보호'는 언론의 기본인만큼, 동아일보가 뭐라고 악의적 보도를 하든 자료입수 경위에 대해 길게 언급하지 않겠다.
***너무나 달랐던 8일 동아일보와 내일신문 보도**
단 한가지 동아일보에게 참고로 언급한다면, 동아일보의 8일 '여론조사 조사' 보도는 보도직후부터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 강하게 불러일으켰었다는 사실이다. 노무현대통령 지지율은 보도하면서 정당 지지율을 보도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의혹은 동아일보의 여론조사 발표가 있은 같은 날인 8일 내일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행한 월별 정례여론조사 결과와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강한 은폐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한길리서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율은 26.8%로 한달전 조사(10.8~10)때보다 3.3%포인트나 급락했다. 반면에 열린우리당은 지난달 조사때보다 2.7%포인트가 높아진 27.1%로 한나라당에서 1위를 내준 지난 8월이래 석달만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커다란 변화였고, 본지도 이를 톱기사로 비중있게 다뤘다.
하지만 내일신문과 달리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정당 지지율을 밝히지 않아 강한 궁금증을 낳았다. 여론조사시 대통령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를 함께 조사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은 동아일보가 8일 여론조사 보도를 한 뒤 이 기사를 자사 인터넷판인 동아닷컴에 실으면서 '여론조사 테이블(표)'을 공개하지 않았기에 더욱 증폭됐다. 동아일보는 그동안 여론조사 관련기사를 동아닷컴에 실은 때는 반드시 테이블을 참고자료로 함께 공개했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동아일보 여론조사 테이블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다각적으로 시작됐고, 이 과정에 동아일보 내부로부터도 '누락'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마침내 9일 테이블을 입수하는 데 성공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보도 첫날 테이블을 올리지 않았던 동아닷컴이 다음날인 9일 테이블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여러 곳에서 테이블 공개를 요청했기 때문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렇게 본지가 확보한 테이블과 동아닷컴에 실린 테이블을 비교한 결과, 6개의 테이블이 누락된 사실을 발견한 본지는 9일 오후 이같은 여론조사 은폐의 문제점을 기사화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그동안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동아닷컴에 테이블 전문을 공개해왔다. 종이신문은 지면관계상 여론조사 내용을 모두 실을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동아일보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간 지지율 격차가 축소된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 것은 동아일보가 뒤늦게라도 정당지지도 항목의 테이블을 공개한 이상,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게 본지판단이었고 따라서 본지는 9일 기사에서 이를 거론하지도 문제삼지도 않았다.
그러나 6개 유의미한 여론조사 테이블을 철저히 은폐했다는 사실, 그리고 이같은 은폐를 바탕으로 실제여론을 다르게 각색해 보도했다는 사실은 언론의 기본을 철저히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돼 마땅하다는 게 본지의 판단이다. 동아일보 은폐 보도를 접한 한 교수는 "학계가 다각적으로 분석할만한 가치가 있는 한국 언론의 대표적 여론조작 사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본지 기사가 나간 날 밤, 우연히 부딪힌 동아일보의 한 기자는 이날 보도와 관련해 "프레시안, 너무 극우만 까지 마세요. 극좌도 좀 까세요"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반응이었다. 혹자는 말한다. "보수와 극우의 차이는 객관적 팩트를 받아들이느냐, 팩트를 조작하느냐의 차이"라고. 동아일보가 이번 사태를 통해 곱씹어볼 대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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