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코로나 19 진단 키트를 비롯한 방역 물품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이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에 대한 인도적 물품 지원과 관련 "정부 차원에서는 의료 물품 (지원) 등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미측과 협의하고 있다"며 "미국도 코로나 19와 관련해 이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스위스 메커니즘을 이용해 (이란에 대한 의료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기도 했다"며 "우리도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인도적 지원을 실행하겠다는 것이고 미국이 그러한 과정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가 언급한 스위스 메커니즘은 지난 1월 스위스 정부에 의해 진행됐던 교역으로, 스위스 정부는 이란과 의약품을 거래했다. 당시 이 거래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업체가 이란에 인도적 물품을 수출하고 해당 대금을 스위스 은행이 보증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관련사항을 미국 재무부와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북한과 함께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로, 이 때문에 의료 체계가 부실해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에 이란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의료 및 방역 물품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가 있는 상황이라 미국과 사전 협의 없이 이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이번 사안은 코로나 19와 관련한 인도적 지원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재 예외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역시 이러한 사안의 특성을 감안, 미국과 세부적인 부분을 조율하고 있다.
또 정부는 코로나 19 문제가 한 국가에서 종료된다고 끝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적 맥락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하고,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2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뿐만 아니라 북한과 친서를 교환하면서 코로나 19의 방역 및 의료 지원 등을 위해 도울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 한미 간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중요한 것은 북한 측이 호응을 하고 나와야 한미, 남북 간 협의가 가능할 것 같다"고 답했다.
전 세계 대상 여행주의보 발령
이와 더불어 정부는 이날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4월 23일까지 한 달간 기존 1단계(남색경보‧여행유의) 및 2단계(황색경보‧여행자제) 경보가 발령된 국가와 지역에 대해 여행주의보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번 주의보의 내용에 대해 "국민여러분들께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해주시고 해외 체류 중에는 신변 안전에 특별히 유의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전 세계가 국경 및 공항을 폐쇄하고 항공편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어 우리 국민이 귀국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행주의보는 단기간 긴급한 위험에 대해 발령하는 것으로, 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국에서도 코로나 19 확진자가 3만 명이 넘는 등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 19가 잦아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북미 지역 입국자에 대해 검역과 관련한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방역 당국이 위험도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미국이 한국 발 입국자에 대해 특별 입국절차를 시행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도 미국발 입국자에 대해서는 강화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 역시 고려사항"이라면서도 "방역 당국의 의견이 일차적으로 중요하고 (검역을 강화했을 때) 뒷받침할 의료 역량이 되는 상황인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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