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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의 한국 2차상륙 시작되다

'오동진의 영화 갤러리' <22> 日 "한국은 우리의 최대경쟁상대"

***'저패니스 인베이전', 일본영화의 한국침공이 시작되다**

국내 영화계에서 지난 몇 년간 거의 '죽은 상품'으로 평가받아 왔던 일본영화들이 올 하반기 들어 부활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영화계도 이에 발맞춰 자국영화에 대한 대대적인 붐 조성 작업에 들어가고 있으며 특히 한국시장을 겨냥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준비중이어서 향후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바야흐로 '저패니스 인베이전' 곧 일본영화의 한국침공이 예상되고 있다.

일본영화의 인기가 최근들어 수직상승하고 있는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동아수출공사가 수입배급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지난 10월 첫주 개봉해 일본영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4주 이상 롱런하면서 전국 40만명을 넘는 관객동원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카타야마 코이치의 동명 순애보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TV시리즈로도 만들어져 배용준의 '겨울연가'를 뛰어넘는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다. 원작소설 역시 일본내 최다 판매부수를 자랑해 왔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앞질렀던 작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영화들의 경우 국내 개봉시 지난 몇 년간 지리멸렬한 흥행수치를 기록해 왔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40만명 돌파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동아수출공사의 경우 이 영화를 미화 60만달러(우리돈 약 7억원)에 수입하고 대규모 마케팅을 함으로써 극장흥행으로는 간신히 BEP를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년간 일본영화의 국내 인기는 할리우드를 제외한 다른 외국영화들과 함께 바닥세를 면치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해외 주요영화제에서 각종의 상을 휩쓸고 있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자토이치>의 경우 수입가 7만달러에 PNA비용까지 약 8억원의 비용을 투자했으나 전국 15만 관객을 모아 영화사 수익은 5억원 정도의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같은 감독의 작품으로 2002년에 개봉된 <돌스>의 경우는 2만 달러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됐으나 전국 관객 5천명도 모으지 못했다. <돌스>는 다행히 비디오와 DVD, 방송판권으로 극장수익을 간신히 보전했던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영화들이 1999년 개봉돼 130만 관객을 모았던 이와이 슈운지의 <러브 레터> 때처럼 다시 한번 인기 조짐을 나타내기 시작한 데는 무엇보다 먼저 일본측에서의 시장확대 의지가 강력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영화계는 최근 한국영화의 대대적 성장에 자극받아 정부차원에서의 지원 정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단적인 예가 지난달말 열렸던 제17회 동경영화제. 일본문화청을 중심으로 정부 및 시 행정기관은 이 행사에 무려 6백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72억원을 지원하고 세계 각국의 영화관계자들을 초청해 호황 국면을 의도적으로 조성해 내는데 성공했다. 부산영화제의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일본은 현재 자국의 영화산업이 위기국면이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가차원에서 대대적인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동경영화제가 그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일본이 현재 전략적으로 최고의 경쟁상대로 삼고 있는 나라는 바로 우리나라다. 우리나라의 시장을 일정 정도 선점하거나 부산영화제를 뛰어 넘는 자국 영화행사를 기획하지 않으면 아시아권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영구히 상실할 우려가 있음을 간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획한 것이 11일부터 2주간 국내에서 열리게 되는 '제1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역시 일본문화청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지난 40년간 제작된 대표적인 일본영화 46편 정도를 상영하게 된다. 영화상영 뿐만이 아니라 메가박스 내에 일본거리를 재현하는 이벤트를 비롯해서 이창동 전 문화부장관과 일본문화청의 가와이 하야오 장관이 발제자로 참석하는 심포지움 '한일문화교류의 미래'도 기획돼 있어 한국시장에 대한 일본 영화계의 의지가 얼마나 적극적인가를 짐작케 하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 소개되는 일본영화의 상당수가 추후 일반개봉될 예정이기도 하다.

이 같은 기획행사외에도 최신 일본영화들 가운데 단위 품목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잇따라 개봉될 예정이어서 극장가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이와이 슈운지의 신작 <하나와 앨리스> 그리고 쓰카모토 신야 감독의 <6월의 뱀> 등이다. 영화 <올드보이>를 투자배급한 영화사 쇼이스트가 50만달러에 수입한 <하나와 앨리스>는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으로 소개돼 일찌감치 흥행이 예고돼 온 작품으로 업계에서는 감독의 이름값만으로도 50만 관객 이상의 인기를 점치고 있다. 일본영화의 재기는 아마도 이 작품 <하나와 앨리스>부터가 아니겠느냐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망이기도 하다. 12월 첫주 개봉될 예정인 <6월의 뱀> 역시 일본영화 붐을 조성하는데 한몫을 톡톡이 해낼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작품이다. 과거 <쌍생아>등을 만들어 국내에서 매니아팬을 거느리고 있는 쓰카모토 신야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일본 영화의 뉴웨이브 경향을 다시 한번 소개하는 역할을 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영화는 할리우드를 경유하는 세계시장 공략도 동시에 진행중이다. 현재 할리우드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은 일본영화 <주온>을 리메이크한 <그러지>. <주온>의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할리우드 배우인 사라 미셸 겔러 등을 기용해 만든 이 작품은 전세계적인 인기몰이를 이미 시작한 상태다. 리처드 기어, 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쉘 위 댄스> 역시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동명 일본영화를 그대로 리메이크한 작품. 이 영화 역시 현재 미국내 박스오피스에서 7위에 랭크돼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도 미국판으로 재상영될 예정이다.

일본영화가 그동안 저조한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데는 배급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개봉중인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경우 작품에 대한 우수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겨우 전국 3개 스크린에서 상영됨으로써 만3천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친 작품이다. 이처럼 극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온 일본영화는, 일본영화계가 의도적으로 기획한 영화제와 또 몇몇 영화들의 선전으로 관객들의 기대치를 상승시킴으로써 앞으로 개봉영화들마다의 스크린 수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내 영화계에서는 일본영화의 붐 조성이 국내 영화문화의 다양성을 위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긴 하지만 일찌감치 일본의 공세에 대응태세를 갖추고 이를 오히려 우리영화의 일본수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적인 정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ohd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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