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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골프공-농약에서 우리 지켜주세요"

[골프장으로 폐교위기 처한 초등학생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7일 낮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이뤄진 전국 초·중·고교 교사 2천여명의 '노(No)골프 선언'에는 골프장 건설로 폐교 위기에 처한 경기도 여주군 가남면 송삼초등학교의 전양우(13) 학생이 참여해 안타까운 사연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그 동안 가남면 삼승리에 예정된 골프장의 경우 바로 옆(60m)에 송삼초등학교가 있어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가 강하게 반발해왔다.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지하수 관정과 골프장의 '최종 저류조'가 바로 붙어 있어서, 농약 성분 등이 학생들이 사용하는 물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해왔다. 사업자는 "농약 성분 등이 토양에 오염되는 것을 막는 방안을 실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기존 운영중인 골프장 실태 관찰에 비춰볼 때 그 실천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양우 학생은 이날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숲속에 자리 잡은 송삼초등학교 바로 옆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면 골프공, 농약바람, 골프 이용객들의 자동차 때문에 정상적인 수업을 받지 못하고, 결국 학교는 폐교될 게 뻔하다"고 안타까운 사연을 털어놓았다.

전양우 학생은 "부모님, 선생님과 함께 여기저기 호소해봤지만 들어주지를 않아 마지막으로 대통령님께 호소한다"며 "우리 어린이들은 골프장이 아닌 푸른 숲을 원한다"고 간절한 소망을 빌었다.

다음은 전양우 학생이 노무현 대통령께 보낸 편지 전문.

***대통령님, 우리는 골프장이 아닌 푸른 숲을 원해요**

저는 경기도 여주군 가남면 삼승리, 송삼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고 있는 전양우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고 제가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대통령님께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 입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송삼초등학교는 숲속에 자리잡고 있어 자연경관이 아름답다고 소문난 학교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학교가 시끌시끌하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저희 학교 바로 옆 채 6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골프장이 생긴다는 것이였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자연이 잘 보존된 저희 학교 옆으로 골프장이 생긴다고 하니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10월1일,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 모두와, 학부모님들, 또 동네 어른분들과 함께 경기도 교육청 앞에서 오후 2시~5시까지 집회도 했습니다. "골프장 반대!"라고 목이 터지도록 외쳤어요. 학부모님들과 동네어른들께서 교육청에 계시는 선생님들께도 도움을 청해서 교육청에서도 골프장 만들지 말라고 여주군청과 경기도청에다가 골프장 건설을 취소하라고 통보를 하셨는데 법이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어떻게든 골프장건설을 당장 취소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우선 학교 옆으로 바로 골프장이 생긴다면,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골프공 때문에 하루도 편하게 지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행여 날아오는 골프공에 머리라도 맞지는 않을까 매일매일 걱정만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지금 있는 64명의 전교생중에서도 한 명, 두 명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갈 것이고, 결국에는 골프장 때문에 학생수가 모자라 저희 학교가 폐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구들과 다니던 초등학교가 사라지면 너무 슬퍼요. 어른이 되었을 때도 아름다운 우리 송삼초등학교가 지금의 모습대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학교 바로 옆에 골프장이 생기면 학교에서 사용하는 물이 부족해지고, 그나마 남은 물도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농약 때문에 심하게 오염될 것입니다.

아빠께서 해주신 말씀인데, 과수원에는 땅속으로 늘 두더지가 많이 살고 있지만 골프장에는 두더지도 못 살 정도로 독한 농약이 뿌려진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독한 농약이 저희가 마시는 물에 녹아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저희 학교뿐만 아니라, 골프장 주변에 살고 있는 동네분들 모두 물 한 모금 마음 놓고 마시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 이제부턴 체육시간이 끝나고 나서 수돗가에서 마음대로 물을 마실 수도 없을 거고요.

끝으로, 학교 옆으로 골프장이 생긴다면, 골프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자동차 때문에 저희 학교 학생들이 마음 놓고 다니지 못할 것입니다. 저희 학교 학생들은 대부분이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다닙니다. 그런데, 골프장이 학교 옆으로 만들어진다면 골프장에 오는 많은 사람들의 자동차때문에 늘 불안에 떨어야 할 것 입니다. 저희 마을은 시골이라 그런지 자동차가 많이 다니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생들과 유치원 꼬마아이들까지 마음놓고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만약 골프장이 들어온다면 아마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골프장 건설을 반대합니다.

지금 저희 학교 옆으로 만들어진다는 골프장에 대해서 신문과, 방송, 그리고 인터넷에 까지 많은 기사들이 나왔습니다. 저는 그것이 보호 받아야할 초등학생들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골프장을 짓고있는 어른들을 나무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통령님, 저희 학교 학생들은 학교 운동장에서 노는 것보다 학교 옆 숲속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숲속에 가면 청솔모도 볼 수 있고, 예쁜 꽃들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교 옆으로 골프장이 생기면 이제 더 이상 청솔모도, 예쁜 꽃들도 볼 수 없을지 모릅니다.

대통령님은 골프장 만드는 것을 막아 주실 것 같아 이 편지를 올립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시골에서 자라셨지만 결국에는 대통령님이 되셨잖아요. 대통령님께서 도와주신다면 저희 학교 학생들도 열심히 공부해서 대통령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대통령님 꼭 도와주세요 저희 소원입니다.

대통령님 추운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2004년 10월 7일
여주군 가남면 삼승리, 송삼초등학교 전양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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