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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난국 속, 깨어있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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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난국 속, 깨어있는 시민들

[2020년에 다시 읽는 보훈 ④]

2020년 올 해는 청산리·봉오동 전투 100주년이고, 6·25전쟁 70주년이자 4·19혁명 6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입니다. 이런 역사적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보훈의 역사는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라는 가치와 이를 통해 시민적, 평화적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가치와 의미를 짚어보고자 <프레시안>은 보훈교육연구원과 함께 기획연재를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보훈의 역사, 사회적 의의, 평화지향성 등을 사회적으로 함께 생각해 보고 방향을 정립해 보는 기회의 장을 갖고자 합니다. 편집자.

특정한 일부 인사들이 지배하는 계급 독재의 나라가 아닌, 초인들이 하모니를 이루는 높은 수준의 문화국가이자, 명실상부한 민주주의 국가가 김구 선생이 꿈꾼 이상적인 나라였다. 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즉 깨어있는 시민들이 함께 거들고 나서서 이룩해야 한다고 담담하나 힘 있게 김구 선생은 말씀하셨다.

대한민국 16대 노무현 대통령도 대통령 한사람, 지도자 한사람의 힘보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와 역사발전의 훨씬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였다. 코로나19의 재난 극복의 답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과 나라사랑이다. 코로나19의 재난 난국에서도 깨어있는 시민들의 나라사랑의 힘을 보았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기초생활수급자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따뜻한 손길

2020년 2월 26일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익명의 80대 노인이 충남서산시 사회복지과에 검은 비닐봉지와 편지를 남겨두고 홀연히 가셨다. 검은 비닐봉지에는 5만원과 만원 지폐 수십 장, 그리고 많은 동전들을 합하여 98만원이 들어있었다. 대구시민과 공무원, 의료진, 자원봉사자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한 통의 편지를 건네고 홀연히 나가신 익명의 80대 할아버지, 이 어르신이 다녀간 뒤 며칠이 지나 80대 기초생활수급자 김모 할머니는 작년 7월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심장병수술비 300만원을 지원받은 것이 ‘너무 고마워서’ 이를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부로부터 받은 기초생활수급 지원금으로 모아 놓아둔 300만원을 기부하셨다.

서산시 팔봉면에 거주하는 76세 할아버지는 노인 일자리사업에 참여해서 받은 지원금 일부를 조금씩 모아 100만원을 코로나19로 힘들어 하는 분들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하셨다. 코로나19가 비록 우리에게 일상생활을 멈출 만큼의 대재난이지만 기부하신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들의 연이은 따뜻한 기부는 ‘노마지지(老馬之智: 늙은 말의 지혜)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교훈이고 코로나19의 재난난국 극복을 위한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며 나라사랑실천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임대료를 동결하거나 깎아주는 착한 건물주 운동

‘착한 건물주운동’은 코로나19로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 임차 소상공인들에게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해 주는 운동을 말한다. 일부 건물주들이 ‘착한 임대인 운동’으로 임대료를 대폭 낮추어 자영업자를 응원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전북 전주 한옥마을의 건물주 14명이 3개월 이상, 10% 이상 임대료 인하를 주 내용으로 하는 '상생선언문'을 2월 12일 발표하자 전주 전통시장과 도심 건물주 110명이 동참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쇼핑몰 ‘트리플스트리트’(150개 점포 입점)는 임차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2개월 동안 임대료를 20% 내리기로 했다.

서울 남대문시장 내 4,000여개 점포 주인들은 앞으로 3개월간 임대료를 20% 낮추기로 했으며, 부산 전포카페거리의 일부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20~60% 인하했다. 이러한 착한 임대주운동이 기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9,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하면서 착한 건물주운동에 동참하였다.

신세계백화점은 2,000여개의 중소협력사에 4,000억 원, 이마트는 3,000여 개 사에 4,000억 원을 조기 지급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착한 건물주운동은 지역사회의 상생동반자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온몸으로 실천한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아름다운 나라사랑정신의 전통이다. 이덕일이 <역사평설>에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지배층의 존재야말로 가장 강한 힘이다”라고 쓴 글귀를 인용해 보면서 착한 건물주운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대구로 달려간 백의의 전사들 :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행정직

2020년 2월 18일 이후 대구 경북지역의 폭발적인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인해 대구지역 사회는 패닉으로 빠져 들었고, 감염 환자는 늘어나는 데에도 대구지역은 병실이 모자라고 의료인력 부족으로 속수무책인 상태에 직면했다. 이러한 때에 전국의 보건의료진들이 자발적으로 대구로 달려가 대구지역의 의료진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실천하고 있다는 소식은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2월 28일까지 지원한 의료진은 853명이며 직종별로는 의사 58명, 간호사 257명, 간호조무사 201명, 임상병리사 110명, 행정직 227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전국에서 자신들의 생업인 병원을 잠시 휴업하고 대구로 모여든 의사들이 있는가 하면, 간호 인력들도 자발적으로 대구로 모여들어 대구지역의 환자들을 돌보며 코로나19의 재난난국에서 살신성인(殺身成仁)을 실천하고 있다. 20대 여성 간호사들은 “위급한 환자를 돌보는 게 간호사의 일이니까요.”라고 단순명료하게 말하고, 방역고글과 마스크 착용으로 상처난 볼과 이마에 반창고를 덧댄 어느 여성 의료인의 TV에 비쳐진 얼굴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마웠다.

이들은 오롯이 코로나19와 싸우며, 환자들을 돌보고,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해 자신들을 희생하고 있었다. 바람도 통하지 않는 불편한 방호복을 착용하고,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열악한 상태에서 지칠대로 지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는 그들의 나라사랑실천을 보았다.

깨어있는 시민의 나라사랑과 끝까지 책임지는 보훈정책

▲김상돈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한국과 이란, 이탈리아와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된 글로벌 위험사회가 된 지금, 대부분의 국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침투를 막기 위해 자국민의 이동을 제한하였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였고 타국인 입국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구지역 사람과 신천지교인들을 경계하고 혐오하는 이기주의와 낙인찍기가 만연되고 있는 반면에, 감염된 재난전선을 피하지 않고 “단 한 푼의 대가, 한 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말고 피와 땀과 눈물로 시민을 구하자”고 적은 대구시의사회 호소문을 보고 대구행을 결심한 60세 영상의학과 의사, 세월호 빚 갚으려고 한달음에 대구로 달려온 광주구급대원, ‘대구의 부름에 달려왔다’는 안식년 60세 간호사, 그리고 코로나19의 모든 전선에서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실천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자원봉사자들이야 말로 깨어있는 시민의 나라사랑에 대한 최후 보루이며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이렇게 깨어있는 시민의 나라사랑이 쌓이고 쌓이면 아무리 어렵고 힘든 국가적 재난 및 위기일지라도 반드시 극복될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의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분(예: 국가재난 및 위기 시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실천하는 사람,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들이 바로 국가유공자에 대한 새로운 발굴대상이며 현대 한국사회가 거역할 수 없는 국가보훈의 시대정신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순국선열․호국보훈․민주화운동 등 정통적 국가보훈을 계승하는 성찰적 보훈이며 글로벌 위험사회에 대응하는 미래지향적 보훈이다. 끝으로 대한민국의 보훈정책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분들은 대한민국이 결코 외롭게 두지 않고 끝까지 기억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정책을 뜻한다.

필자 김상돈(사회학박사)은 고려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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