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위기의 노동운동' 10대 문제점과 대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위기의 노동운동' 10대 문제점과 대안

[전문]'고립된 계급성' '파업투쟁 일변도' 극복한 '사회대타협' 시급

고 전태일열사 34주기를 기념해 열리는 대토론회 공개석상에서 '노동운동 논쟁'이 치열히 벌어질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태일기념사업회 주최로 5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대회의실에서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학계 등 각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한국 노동운동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로 가야 하나-전태일 정신으로 비추어 본 한국 노동운동의 현주소'를 주제로 토론회를 벌일 예정이다.

'전태일 정신은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인가'와 '한국 노동운동의 현주소와 나아갈 길'이라는 두가지 주제로 1,2부로 나눠 열리는 이날 토론회에서 특히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것은 김형기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가 발표할 예정인 '한국 노동운동 혁신을 위한 10대 명제'라는 발표문이다.

김 교수는 발표문에서 "최근 노동운동의 일대 혁신을 주장한 박승옥 선생의 근본적 문제제기로 노동운동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이는 1980년대말 1990년대초 전개된 노동운동 위기 논쟁 이후 10여년만의 새로운 논쟁"이라고 박승옥 민주화기념사업회 수석연구위원이 문제를 제기한 뒤 <프레시안> 지면을 통해 치열하게 전개됐던 '노동운동 논쟁'의 시대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여러 면에서 볼 때 분명 위기에 처해 있다"며 노동운동의 현주소를 위기로 규정한 뒤 "이 위기를 탈출하여 노동운동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혁신 방향은 무엇인가를 놓고 10대 명제를 제시하고자 한다"며, 현 노동운동의 10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가 지적한 '10대 문제점'과 '대안'은 하나같이 현 노동계의 예민한 대목을 거침없이 언급한 것이어서, 향후 노동계에 치열한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은 <프레시안>이 사전입수한 김교수의 발표문 전문이다. 발표후 이날 벌어질 토론내용도 상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한국 노동운동의 혁신을 위한 '10대 명제'**

최근 노동운동의 일대 혁신을 주장한 박승옥 선생의 근본적 문제제기로 노동운동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1980년대 이후 한국 노동운동의 노선을 둘러싸고 오랜 논쟁이 전개되어왔다. 1980년대말 1990년대초 전개된 노동운동 위기 논쟁 이후 10여년만에 새롭게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여러 면에서 볼 때 분명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위기를 탈출하여 노동운동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혁신 방향은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한국 노동운동의 혁신 방향 모색에 기여한다고 생각되는 10대 명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명제 1> 노동계급의 힘을 강하게 하는 운동노선이 노동계급적이다.**

그동안의 노동운동 논쟁과정에서 노동운동의 반성을 촉구하는 주장에 대해 노동자 계급성이 없다든가, 노동계급적 관점이 없다든가 하는 비판이 빈번히 제기된 바 있다. 그런데 과연 무엇이 노동계급적 관점이고 어떻게 하면 노동자 계급성을 높이는가?

노동계급의 힘을 강하게 하는 운동노선이 노동계급적이다. 어떤 특정의 고정된 이데올로기를 지지해야 노동계급적인 것이 결코 아니다. 맑스주의나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것이 곧 노동계급적 관점이거나 노동계급적인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이념들이 노동운동을 약화시킨다면 더 이상 노동계급적이 아니다. 앙상한 계급성, 고립된 계급성은 진정한 계급성이 아니다. 대중운동으로서의 노동운동의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는 운동노선은 반노동계급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노동계급의 힘을 '실제로' 강하게 하는 이념과 정책만이 노동계급적이다. 이런 이념과 정책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시간적으로 가변적이고 공간적으로 다양하다. 노동계급의 힘을 강하게 하는 고정된 이념과 정책, 운동노선은 없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구조변화, 세계사와 한국사의 변화에 대응하여 노동계급의 힘을 강하게 할 운동노선을 부단히 모색해야 한다.

노동운동의 도(道)는 결코 불변의 고정된 형태를 가지지 않는다. 누가 노동자인지, 무엇이 노동계급적인지에 대해 고정불변의 정의는 없다. 불변의 '추상적 프롤레타리아'(abstract proletariat) 개념에 기초한 노동운동 노선은 잘못이다.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老子)

***<명제 2> 노동계급의 힘은 사회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영향력의 총화이다.**

노동계급의 힘은 파업투쟁과 같은 물리적 힘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물리적 힘은 단기적으로는 강하게 표출될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사라지고 경우에 따라서 노동계급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소모적인 파업투쟁은 노동계급의 힘을 강화하기는커녕 노동계급의 힘을 약화시킨다.

노동계급의 정치적 영향력은 노동자들의 집합적 힘이 그 기초가 되지만 노동자 개인의 정치의식과 노동운동 리더들의 정치력, 전략적 행동 능력, 교섭력, 사회적 대화 능력 등에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이러한 의식과 능력을 높이는 것이 노동계급의 힘을 강화하는 길이다.

노동계급의 경제적 영향력은 노동자 개개인이 선진적 생산력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렸다. 21세기 지식기반경제에서 IT, BT, NT, CT 등 신기술에 대응하는 경영능력과 노동능력이 높을수록 노동계급의 경제적 영향력이 강화된다.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생산력의 주된 담당자가 되지 못하면 새로운 사회의 주인이 될 수 없다.

노동계급의 문화적 영향력은 노동자들의 지적 도덕적 능력에 달려 있다. 철학, 사회과학적 지식, 문학적 상상력, 예술적 감수성, 자기수양이 노동자들의 지적 도덕적 능력을 높인다. 이러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영향력은 노동계급의 학습능력에 크게 의존한다. 노동계급의 힘은 투쟁능력뿐만 아니라 학습능력에서도 나온다. 노동자들의 학습능력을 높이는 활동이 파업투쟁 못지않게 중요하다. 다양화되고 있는 21세기 문화의 세기에서는 오히려 갈수록 그 중요성은 더욱 증대하고 있다.

진정한 힘은 힘의 사용을 절제하는 데서 나온다. 파업할 힘이 있어도 파업하지 않을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힘을 남용하면 힘이 아니라 폭력이 되고 마침내 힘의 효과가 없어진다. 파업투쟁 일변도 때문에 노동운동이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노동계급의 힘은 약화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孫子兵法).

***<명제 3> 노동계급의 집합적 힘은 연대와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노동계급의 집합적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수의 힘이다. 나아가 그 수의 결집력이다. 보다 많은 수가 강하게 결집하려면 다차원의 강한 연대가 필요하다.

우선 노동계급 내부의 연대가 필요하다. 성, 인종, 연령, 학력, 기업규모별, 고용형태별로 노동자들이 이질화되고 분할되면 노동계급의 힘은 약화된다. 노동시장과 노동과정, 노동력 재생산의 분단을 극복하는 것이 집합적 힘을 강화하는 길임은 자명하다. 현재 대-중소기업간, 정규직-비정규직간 노동자의 심각한 분할을 극복하는 것이 노동계급 내부 연대의 당면과제이다. 연대임금정책(solidaristic wage policy)과 연대숙련정책(solidaristic work policy)은 노동계급 내부의 격차를 축소하여 집합적 힘을 증대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노동계급과 다른 계급계층 및 그 사회운동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이 연대는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계급의 중심성론이 기각되어야 하며, 다른 계급・계층과의 대등성 인정, 다양성 인정, 관용이 필요하다. 과거와 같은 노동계급 중심적인 통일전선론으로는 더 이상 힘을 결집할 수 없다는 점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위계적 조직을 통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조직을 통한 집합적 힘의 형성을 위해서는 노동자들과 다른 사회주체 사이에 신뢰와 협력이라는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노동운동이 다른 사회주체와 사회운동을 대등하게 인정하고 존중함과 동시에, 노동운동이 신뢰받고 파트너로서 협력 대상으로 인정받을 때, 노동운동과 다른 사회주체와 사회운동 사이에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고 따라서 노동계급의 집합적 힘이 강해질 수 있다.

사회 각계각층으로 연결되는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을 가지는 개방적 네트워크를 통한 노동운동의 인적 및 물적 자원의 동원은 노동운동의 힘을 증대시킬 것이다.

***<명제 4> 'One Big Union' 정신에 따른 노동조합운동의 통일이 필요하다**

하나의 큰 노조 정신에 따라 노동조합운동의 통일이 필요하다. 지금 노동조합운동 통일의 가장 큰 계기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통합이 될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사실상 이념이나 정책에 큰 차이가 없다. 과거 역사의 차이는 있지만 미래지향적으로 볼 때 그 차이는 사소할 것이다. 따라서 양 노총이 대통합을 못할 이유가 없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통합은 노동운동에 'Big Push' 요인으로 작용하여 노동운동 내부의 연대를 높이고 현재의 교착과 침체상황을 크게 반전시키고 노동운동의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는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통합은 노동정치가 국가정치보다 성숙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통합의 전제조건은 'One Big Union' 정신을 저해하는 분파주의, 편협한 정파지향성을 지양하는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노동운동 내부에 이를 공론화시키고 대중토론을 진행함과 동시에 통합추진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명제 5>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은 둘이 아니다('勞市不二')**

임노동 재생산은 노동과정(일터), 노동시장, 노동력재생산(삶터)이란 3역의 순환계열상에서 이루어진다. 그 3영역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과 주체형성은 이 3영역에 걸쳐서 이루어진다. 노동과정에서 삶의 질(노동생활의 질)이 향상되었으나 노동력재생산(소비생활, 주거생활, 육아/양로, 교육, 문화) 과정에서 악화된다면 전자는 무효화될 수 있다. 주체형성은 노동과정에서만이 아니라 노동력재생산 과정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과정에서의 노동운동(임투, 단투, 파업)과 노동력재생산과정에서의 노동운동(노동자 삶의 질 향상운동)은 전체 노동운동 중 주요한 두 부분이다. 소비자운동, 인권운동, 여성운동, 교육운동, 환경운동, 문화운동 등 시민운동은 또 다른 형태의 노동운동 즉 노동력재생산 과정에서의 노동운동이다. 노동자의 시민으로서의 주체형성은 노동력재생산 영역인 시민사회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시민운동은 '새로운 노동운동'(New Labor Movement)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은 둘이 아니고 하나다.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을 그 표현형태의 차이만을 보고 다르다고 하고 심지어 서로 대립, 갈등하는 것은 잘못이다. 시민운동에 대한 노동운동의 잘못된 관점을 하루 빨리 극복해야 한다.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이 분리되면 두 운동은 함께 약화된다.

노동계급의 정치적 및 문화적 영향력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특히 시민운동으로서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것이 '시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의 진정한 의미이다.

***<명제 6> 사회코포라티즘 전략과 시민사회 전략의 결합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국노동운동의 전환을 주장해온 논의들은 크게 두 경향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노동권 실현을 중심으로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를 지향하는 경향이고, 다른 하나는 시민권 실현을 중심으로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을 결합하려는 경향이다. 전자를 사회코포라티즘(social corporatism) 전략, 후자를 시민사회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다. 사회코포라티즘 전략은 정치적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고, 시민사회 전략은 문화적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산업별 노조 건설과 산업별 교섭체계의 확립, 노사정의 중앙교섭 혹은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을 지향하는 경향은 사회코포라티즘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시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 등을 지향하는 경향은 시민사회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서구의 경우를 보면 집권, 위계, 타율의 조직원리를 가지는 대량생산경제에 기초한 포디즘(Fordism) 시대의 노동운동에서는 사회코포라티즘이 비교적 유효하였으나, 분권, 네트워크, 자율의 조직원리를 가진 지식기반경제에 기초한 포스트 포디즘(Post-Fordism) 시대의 노동운동에서는 사회코포라티즘(거시 코포라티즘) 전략의 효과성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서구의 노동운동은 점차 시민사회 전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경제에서는 1997년을 계기로 포디즘이 결정적으로 붕괴했는데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은 여전히 포디즘 시대의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산업별 노조와 산업별 교섭체계는 포디즘의 대량생산경제에 적합한 노조조직 형태이며 노사교섭형태이다. 또한 한국경제도 이미 19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대량생산경제에서 지식기반경제로 이행하고 있기 때문에 코포라티즘 전략의 유효성이 점차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기업별 노조체제에 있고 노동계급의 정치세력화의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사회코포라티즘 전략 강화의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사회코포라티즘 전략과 시민사회 전략을 결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명제 7> '전국-산업-지역-기업'을 연결하는 노사관계 틀 형성이 필요하다**

현재 노동운동은 기업별 노조체제에서 산업별 노조체제로의 이행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하여 기업별 교섭 체제에서 산업별 교섭체제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 이는 기업-->산업-->전국으로 이어지는 단일 경로의 집권적 교섭체계로 나아가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노동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나 교섭비용의 감소를 위해서나 교섭체계의 집권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단일 경로의 교섭체계만으로는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과 주체형성의 과제를 포괄하기 어렵다. 기업에서 산업으로 확대되는 축은 어디까지나 노동자의 직업적 이익을 실현하는 것 이상이 되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는 다른 경로의 교섭체계가 필요하다.

즉, 기업<-->지역<-->전국으로 연계되는 분권적 교섭체계의 경로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지역별 교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일하는 기업은 어떤 산업에 속하지만 동시에 어떤 지역에 속한다. 대기업의 경우는 몰라도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이 입지한 지역경제의 상황에 따라 고용과 임금 등 노동자의 노동생활의 질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지역노사정협의회와 지역혁신협의회, 지방의제 21지역협의회 등 현재 존재하는 지역 3대 거버넌스(governance)에 적극 참가하여 노동, 혁신, 환경 관련 지역정책이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다가올 지방분권 시대에,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명제와 함께 '지역경제가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는 명제가 더욱 절실히 다가올 것이다. 지역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운동과 다양한 시민사회단체간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지역경제 재도약을 주도하여 지역내 노동운동의 정치적 영향력도 확대한 독일 Stuttgart 지역 금속노조의 실천 사례는 벤치마킹 할만하다.

***<명제 8> 노동계급의 이익과 사회의 보편이익을 일치시키는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좁은 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 집단으로 비추어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 노동자들은 고임금을 받으면서도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지나친 파업투쟁을 일삼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민경제가 위기에 처한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시민이 불편한 것도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기 위해 소모적인 파업을 한다고 배척당하고 있다. 이는 노동운동의 사회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주된 요인이다.

이는 노동운동이 노동자들의 직업적 이익에 집착한 결과 자신의 계급적 이익과 사회의 보편적 이익을 대립시키고 있는 데 기인한다. 노동운동이 이렇게 퇴영적이게 되면, 노동운동은 결코 사회발전을 주도할 수 없다. 맑스는 '혁명적 계급은 자신의 계급적 이익과 사회의 보편적 이익을 일치시키는 계급이다'고 하였다.

노동자들이 노동력의 상인에 머물지 않고 주체적 인간으로서 사회발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려면, 사회 전체의 이익, 국가 전체의 이익, 국민경제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면서 자신의 직업적 이익을 실현하는 운동 윤리를 가져야 한다.

물론 노동운동은 지구적 범위에서 인권 실현이나 반전, 생태계 보전과 같은 인류의 보편적 이익을 위해 실천해야 한다. 이런 인류적 관점과 함께 국민경제적 관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지속시키는 데 관심을 기우려야 한다.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과 국제경쟁력 향상을 동시에 추구하는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 지금 부각되고 있는 제조업공동화문제에 대한 노동운동의 적극적 대응은 이런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사회에서는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경제의 경쟁력 향상을 동시에 추구하는 운동노선,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추구하는 운동노선을 정립해야 한다. 이런 노선에 설 때, 지방을 살리려는 지방분권운동과 노동운동이 만날 수 있다.

지방분권과 지역혁신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지방분권운동은 곧 지역의 보편적 이익 실현을 위한 운동이다. 또한 노동계급의 정치적 영향력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생활정치가 전개되는 지역에서의 밑으로부터의 정치, 즉 지역정치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런 까닭에 지방분권운동과 노동운동은 둘이 아니다. 노동운동은 풀뿌리 주민자치운동과 결합하고 지역혁신운동과 결합함으로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지방분권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명제 9> 대안적 발전을 지향하는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

과거 변혁적 노동운동은 사회주의를 이념으로 지향해왔다. 그러나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세계사회주의가 붕괴함에 따라 거의 모든 국가의 노동운동에서 그것은 더 이상 유효한 이념으로 추구되고 있지 않다. 대신 사회민주주의가 현실적 노선으로 채택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사회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신자유주의적 글로벌 자본주의'가 등장함에 따라 과거와 같은 사회민주주의 지향의 노동운동도 활력을 잃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운동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나? Antonio Negri 가 주장하는 것처럼 제국(Empire)에 대항하는 '반제국'(Anti-Empire) 운동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반글로벌화(Anti-Globalism) 운동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종래와 같은 반제국주의나 반자본주의 운동을 해야 할 것인가?

Anti운동으로서는 이러한 운동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그것도 별 가망성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노동운동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나? 우리가 Utopianist(이상주의자)가 아니고 진정한 Realist(현실주의자)라면 무조건 북극성만 바라보고 항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멀리 북극성을 지향하면서도 우리의 배는 제주에서 부산에 이르는 항로를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서면, 진보적 노동운동은 가까운 장래에 실현가능한 대안적 발전모델을 지향해야 한다. 여기서 대안적 발전모델(alternative development model)로서 기존의 사회민주주의도 아니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도 아닌 '제3의 길'로서, '인간의 얼굴을 한 글로벌화'와 참여(participation), 연대(solidarity), 생태(ecology)의 가치를 지향하는 '탈포드주의적 조정시장경제'(Post-Fordist Coordinated Market Economy)를 상정해 볼 수 있다.

탈포드주의는 '분권-네트워크-자율'의 원리를 가진 작업조직과 생산시스템, 기업조직을 말하며, 조정시장경제는 '참여-연대-생태'의 원리에 따라 조정되는 시장경제를 말한다. 여기서 참여는 참여민주주의를 말하고, 연대는 복지국가 혹은 복지공동체를 말하며, 생태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생태주의적 삶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1987년 이전의 개발독재와 1997년 이후의 신자유주의를 넘어 '제3의 길'을 한국적 조건에 맞게 이러한 발전모델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유럽강소국 모델, 네델란드 모델, 덴마크 모델 등도 어디까지나 참고사항 일뿐 우리의 역사화 문화에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 한국 독자적인 대안적 발전모델을 실천 속에서 모색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절실한 과제라 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 고비용-저효율의 대안적 발전 모델, 고비용-저효율의 진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명제 10> 한국 노동운동은 지금 사회적 대타협을 능동적으로 도출해야 한다**

노동운동이 대안적 발전을 지향한다면, 노동운동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그것을 실현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이 노동운동을 약화시키고 노동자의 삶의 질을 장기적으로 하락시킨다면 물론 이런 타협을 지향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앞에서 제시한 '탈포드주의적 조정시장경제'라는 대안적 발전모델이 중장기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실현되려면 몇몇 징검다리를 건너야 한다. 따라서 대안적 발전모델에 이르는 과정은 주요한 계기들을 포함하는 점진적인 과정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노동운동이 대안적 발전모델에 이르는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까지 로드맵을 가지고 사용자 및 정부 및 시민과 사회적 대화를 통해 대타협에 도달하는 실천을 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은 경제위기와 정권을 잡은 개혁세력의 정치위기가 결합되어 사회가 혼란스럽고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 노동운동은 노동운동대로 사회적 고립의 위기에 빠져있다. 경제위기, 정치위기, 삶의 위기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위기가 지속되면 파시즘과 같은 심각한 반개혁적 반전이 올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태 발생을 막고 우리사회의 민주개혁의 흐름을 지속가능하도록 하여 마침내 대안적 발전모델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이 능동적으로 역사적인 대타협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대타협은 대안적 발전을 지지하는 각계각층의 연합 즉 '대안적 발전 연합'(alternative development coalition)을 구축함으로써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연대'는 비록 졸속하게 끝나고 말았지만, 대안적 발전에 이르는 하나의 징검다리로서 새롭게 추구할 가치가 있는 연대라 할 수 있다.

노동운동은 지금 노사정간의 정치경제적 교환을 통해 이루어질 사회적 대타협을 도출하기 위한 의제설정과 전략수립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