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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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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사실 우리는 생활하면서 언어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것이 필자가 밥 먹고 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는 우리말의 어원에 관심이 많고 언어(어휘)를 가르칠 때 어원을 중심으로 풀어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오래 기억되고 다시 응용해서 쓰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학생들과 토론하면서 엉뚱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오늘의 주제와도 관계가 있는 것인데, 왜 내일(來日)만 한자어인가 하는 질문을 한다. 그렇다면 순우리말로 내일이라는 단어가 없단 말인가? 오늘은 조금 어려운 이야기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내일의 순우리말을 고찰해 보기로 한다. 과거 한국국어교육학회에 갔을 때 당시 진태하 교수의 <계림유사>에 관한 연구를 듣고 충격에 빠진 적이 있다. 그 분은 한국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분인데, 중국의 고어 발음을 어찌 저리도 잘 알고 있을까 하는 경외감에 빠져 논문발표를 들었다. 사실 필자는 한문 번역이나 좀 하는 편이고, 중국어 번역은 쬐끔(?) 한다. 그런데 한문 번역과 송나라 때 중국어의 발음 문제는 전혀 다르다. 계림유사는 송나라의 손목이 고려의 조제(朝制)·풍속·구선(口宣) 등과 함께 고려어 약 360어휘를 채록하여 편찬한 견문록이다. 즉 우리나라의 어휘를 중국식으로 표기한 어휘집이다. 그래서 그것을 제대로 풀어보려면 중국어 중 송나라의 발음에 정통해야 한다. 그 예를 들면서 내일의 순우리말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前日 曰 記載(전일을 그제라 한다.)
昨日 曰 訖載(어제를 흘제라 한다.)
今日 曰 烏載(오늘을 오제라 한다.)
明日 曰 轄載(내일을 할재라 한다.)
<계림유사> 중에서 인용

위의 인용문에서 유추하는 방법밖에 없다. 우선 ‘그제’는 ‘기재(記載)’, ‘어제’는 ‘흘재(訖載)’, ‘오늘’은 ‘오날(烏捺, 烏載)’, ‘내일’은 ‘할재(轄載)’, ‘모레’는 ‘모로(母魯)’라는 식으로 우리말과 그것을 읽은 한자어를 병기해 놨다.(진태하, <계림유사 연구> 재인용)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흘제’, ‘할제’ 등의 발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과 과거에 송나라에 정말로 그렇게 발음했을까 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햅쌀’을 그 책에서는 ‘漢菩薩(한브살>해ㅂ살>햅쌀)’과 같이 표기하였으며, ‘아들’은 ‘了妲(료달)(원래 丫妲(아달)이라고 써야 하는데 송목이 잘못 필사하면서 丫>了로 바뀌었다.)’로 표기하였다. 그러니 송목의 책에도 오자가 많이 있을 수 있다. 구름은 ‘屈林(굴림- 雲 曰 屈林)’이라 표기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고려시대의 표준어는 개성말이다. 신라는 경주어, 조선은 한양어가 표준어가 된다. 그러므로 개성의 방언으로 ‘내일’에 해당하는 순우리말을 찾는 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다음으로 할(轄)을 송나라에서 어떻게 발음하였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말에서 ‘ㅎ’은 여러 가지로 변한다. 이것은 ‘ㅎㅎ’으로 표기되기도 하여 때로는 ‘ㅆ(썰물)’으로, 혹은 ‘ㅋ(칼)’으로, 때로는 ‘ㅎ(홍(洪)’으로 변하였다. 그렇다면 ‘할’의 발음은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터키어에 ‘gelecek(겔레젝)’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미래’라는 뜻이다. 우리말로 ‘걸제’라고 읽을 수 있다는 방증(傍證)이다. 왜냐하면 터키어와 우리말은 고대로 갈수록 비슷한 어휘가 많다. 우리말로 ‘100’이 ‘온’인데, 이것이 터키어에서는 ‘10’을 뜻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걸제(혹은 갈제)’로 발음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평이하게 변화했다고 하면 ‘할제’로 발음했고, 현대어로 바뀌었다면 ‘하제’ 정도가 아닐까 한다.

우리말에서는 그끄제, 그제, 어제,오늘,내일, 모레,글피, 그글피 등 많이 있다. 유독 내일만 한자어로 되어 있는데 이제부터는 ‘하제’라고 하면 어떨까 한다. 사실 터키어로 본다면 ‘걸제나 갈제’도 가능하다고 하겠지만 이미 할(轄)의 발음이 ‘ㅎ’으로 굳었기에 ‘하제’가 그나마 적당한 발음이라 하겠다.

이제부터는 내일(來日)이라는 한자어보다는 ‘하제’라는 순우리말을 쓰는 것은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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