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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사실상 '전시 체제', 코스피·환율 11년래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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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사실상 '전시 체제', 코스피·환율 11년래 최악

메르켈 "2차 대전 이후 최대 도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와 유럽 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 맞서 수천조 원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해도 "이 정도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는 공포가 유럽 주요증시와 뉴욕증시를 흔들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도 이 공포를 피해가지 못했다.

19일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주식, 원화, 채권 가치가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3.56포인트(8.39%) 폭락한 1457.64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7월 17일(1440.10) 이후 10년 8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코스닥지수는 56.79포인트(11.71%) 내린 428.35로 종료했다. 종가는 2011년 10월 5일(421.18) 이후 8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지난 13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동시 발동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 총 110조3310억 원이 증발했다. 한국거래소가 관련 데이터를 집계한 2001년 6월 이후 일일 최대 시총 감소액이다.

원/달러 환율은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폭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40원 뛴 달러당 1285.7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280원 선에 오른 것은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처음이다. 상승 폭도 2009년 3월 30일(42.5원) 이후 가장 컸다.

"지금은 모든 자산을 현금화해야할 시점"이라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에 국고채마저 매도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4.3bp(1bp=0.01%포인트) 오른 연 1.193%에 장을 마쳤다.

미국 확진자, 하루새 3천명 증가하며 한국 추월


'코로나19 공포'는 한국에서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다고 줄어들 상황이 아니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는 사이 이탈리아, 이란, 스페인, 독일이 이미 1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미국과 프랑스마저 한국을 추월해 버렸다.

미국(9415명)과 프랑스(9054명)가 이날 누적 확진자 수가 9000명을 넘기면서 한국(8565명)보다 많아졌다. 미국은 하루 새 무려 30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올 정도로 이탈리아의 폭증세를 연상시키고 있다. 스위스(3067명)와 영국(2644명), 네덜란드(2056명)를 포함해 2000명 이상의 확진자를 보인 국가는 11개국으로 집계됐다.

유럽 전체의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는 이미 중국을 넘어섰다. 이날 유럽의 누적 확진자 수는 9만 명, 사망자는 4200명에 육박한다. 중국의 누적 확진자(8만1138)와 사망자 수(3237명)를 모두 크게 넘어섰다. 전세계 누적 확진자는 22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8800명을 넘어섰다. 미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1만8815명, 사망자는 8810명이다.

국가별 누적 확진자는 중국이 8만1138명으로 아직 단연 1위다. 그 뒤를 이탈리아(3만5713명), 이란(1만7361명), 스페인(1만4769명), 독일(1만2327명)이 따라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를 '눈에 보이지 않는 적'으로 규정하고 전쟁이 벌어진 상황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전시 대통령'이라고 지칭하며 현 상황을 "중국 바이러스에 대항한 우리의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민간 기업들이 코로나19 대처에 필요한 의료 물자 생산을 확대하도록 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발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시처럼 긴박한 상황에 동원되는 이 법은 대통령이 국방·에너지·우주·국토안보를 지원하기 위해 주요 물자 생산을 확대하도록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다.

이미 제너럴 모터스(GM) 등 제2차 세계대전 때 탱크 등 무기생산에 투입된 적이 있던 기업들을 포함해 여러 기업들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 투입될 의료 물자 생산에 가세하고 있다. GM과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인공호흡기 등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전시태세를 갖추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롤스로이스·포드·혼다 등 자국 내 생산기지가 있는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60여개 제조사에 인공호흡기 등 필수 의료장비 생산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호텔을 임시병동으로 쓰기로 했으며 은퇴한 의료진까지 의료현장에 복귀하도록 하고 있다.

전 국민 이동 금지령이라는 초강수를 발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거듭 "우리는 전쟁 중"이라고 밝히며 시민들에게 책임감을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군 병원과 군 장병을 코로나19 대응에 투입하겠다면서 "이런 특단의 조처를 한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의 모기업인 프랑스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프랑스에 있는 자사 향수·화장품 제조시설에서 손 세정제를 생산하겠다고 나섰다. 이 회사는 파리에 있는 39개 공공병원을 비롯해 보건당국에 무료로 세정제를 공급할 예정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이례적인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은 통일 이후, 아니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면서 "이를 이겨내느냐는 온국민의 단결과 협동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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