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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3조3천억 상금에 기부금은 63억뿐"

'1백회 통계' 발표, "요즘은 사행심 아닌 절망감 때문에 많이 팔려"

지난달 30일 발행 1백회를 맞은 로또 복권의 총 판매액은 무려 6조6천여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1등 당첨자들이 당첨후 사회의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내놓은 기부금은 63억5천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아직 우리사회의 '기부문화'가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줬다.

***1백회동안 6조6천여억 판매**

로또복권 수탁사업자인 국민은행은 2일 로또복권 발행 1백회를 맞아 이같은 판매실적을 밝히며 "판매액 6조6천여억원 가운데 절반은 당첨금으로 지급되고 판매액의 약 37%인 2조4천억원은 사회공익자금으로 조성돼 서민임대주택 건설 등에 집중지원됐다"고 밝혔다. 결국 나머지 13% 9천억원은 사업자들 몫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로, 사업자들이 과도한 이윤을 거두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로또복권 1등 당첨자는 서울(39.8%), 경기(20.2%), 인천(7.1%), 부산(6.1%) 순으로 배출됐다. 국민은행은 "이는 지역별 매출액 순위와 거의 비례하는 것으로 복권이 확률게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인천과 충청남북도는 판매액 대비 1등 당첨자를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했으며, 경기-부산-광주-울산은 상대적으로 적게 배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1등 당첨자는 전체 4백10명 가운데 2백9명이 자동선택, 나머지는 수동선택에 의한 것으로 자동이든 수동이든 당첨률이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요일별로는 토요일이 39.3%로 가장 많았고, 금요일(16.8%), 수요일(13.7%)순이었고, 시간대별로는 오후 7~8시가 11.5%, 오후 4~5시가 11.0%로 집계돼 판매마감일인 토요일 주말에 구입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1등에 많이 당첨된 것으로 나타났다.

***로또의 각종 진기록**

이밖에 국민은행이 집계한 각종 기록을 보면, 최고액 1등 당첨자는 제19회때의 4백7억원으로 당첨자 한명이 당첨금을 독차지했다. 이는 아시아 최고신기록으로, 당첨자는 32억원을 사회에 기부했다.

반면에 최소액 1등 당첨자는 제21회때 7억9천7백48만원으로, 23명이나 1등에 당첨되면서 한사람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어들었다.

한 사람이 같은 회창에 1등에 2중으로 당첨되는 진기록도 나왔다. 이 당첨자는 경남 진주에서 같은 번호로 구입한 복권이 2중으로 당첨되는 횡재를 했다.

반면에 1등에 당첨되고도 당첨 지급기한내에 상금을 찾아가지 않아 공익기금으로 넘어간 사람도 2명이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30회 50억당첨자 3명중 1명, 제66회 37억 당첨자 4명중 1명이 상금을 찾아가지 않았다.

한편 출현빈도가 가장 높은 1등번호는 40(21회), 37(20회), 17(18회), 25(18회), 3(17회), 26(17회)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 번호조합은 한번도 1등에 당첨되지 못했다.

1등 당첨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판매점은 부산 범일2동의 복권방으로 총4회나 1등을 배출했고, 충남 홍성의 복권방도 총 3회 1등 당첨자를 배출하면서 '로또명당'으로 소문나 사람들이 인근시도에서까지 찾아오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의리있는 당첨자' '가장 흐뭇한 당첨자'**

국민은행은 이밖에 '가장 의리있는 당첨자'로 제30회 87억에 당첨된 5명을 선정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친구 5명이 공동구매 약속후 구입한 복권중 한사람이 1등에 당첨되자 약속대로 13억원씩을 분매한 뒤 각각 1억원씩을 출연해 불우이웃돕기에 5억원을 기부했다.

국민은행은 또 '가장 흐뭇한 당선자'로 제14회 93억원 당첨자를 꼽았다. 이 당첨자는 불우이웃돕기에 5억, 대구지하철 유족돕기에 5억원 등 총 10억원을 기부해 그후 로또복권 당첨자의 기부가 이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당첨자는 당첨금 수령시 "1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말해 국민은행측이 "불화가 생길지도 모르니 가족들과 상의해 결정하라"고 조언하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그로부터 1주일뒤 다시 국민은행을 찾아 약속대로 10억원을 기탁했다. 국민은행측은 "당시 1주일뒤 다시 찾아와 기부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기부금 총액은 63억5천만원에 불과**

하지만 이같은 일부 당첨자의 미담에도 불구하고 로또복권 당첨자들의 기부금 총액은 당첨금에 비해 너무나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로또복권 당첨자 기부금 총액은 31건에 63억5천만원에 그쳤다. 이는 로또복권 당첨자들에게 돌아간 당첨금이 모두 3조3천여억원에 달하고, 1등 당첨자의 경우 5등 당첨자를 제외한 나머지 당첨자 상금의 60%를 독식한다는 대목과 비교하면, 너무나 미미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당첨자들 가운데에는 국민은행에 기부금을 내지 않고 소리소문없이 남을 돕는 이들도 있겠으나, 드러난 숫자 치고는 아직 빈약하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로또 1등 당첨자들 가운데에는 '굴러들어온 복'이 도리어 '화'가 돼 가정이 파탄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이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이들이 국민은행이 '가장 흐뭇한 당선자'로 뽑은 시민의 경우처럼 당첨금의 10%만이라도 뚝 떼어 불우이웃을 돕는 기부금으로 내놓는 '여유'를 가졌다면, 아마도 극한적 후유증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로또, 요즘은 사행심 아닌 절망감 때문에 많이 팔리는듯"**

국민은행에 따르면, 로또는 한회 평균 6백65억원어치가 팔린다. 로또 판매를 시작한 1회때의 37억원에 비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액수다. 정부는 로또가 사행심을 과도하게 불러일으킨다는 비난이 일자, 장당 판매액을 2천원에서 1천원으로 낮췄으나 판매액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한 로또 판매업자는 "불황이 길어지면서 요즘은 서민들이 로또를 많이 사는 것 같다"며 "로또는 초기의 '일확천금'이라는 사행심 때문이 아니라 이제는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싶은 절망감 때문에 많이 팔려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또가 말해주는 우리 사회의 우울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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