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단키트 수출국으로…코로나 외교 '터닝포인트'

아랍에미리트에 진단 키트 5만 1000개 수출…靑 "코로나 외교" 보여줬다 자평

한국에서 생산한 코로나19 진단 키트가 해외에 처음으로 수출된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코로나 19에 대해 수세적이었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세계 방역에 기여하는 적극적인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17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아랍에미리트) 왕세제와 정상 통화에서 코로나 19와 관련한 양국 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며 "통화 이후 7일 한국과 '특별전략 동반자 관계'인 UAE는 긴급하게 코로나 진단키트 구매 여부를 외교 채널을 통해 요청해 왔고, 외교부가 물품 생산업체를 찾아 지난 주말 진단 키트 5만 1000개(노블바이오사 제품)를 긴급 수출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UAE는 우리 측의 신속한 수출 및 전달에 대해 깊은 사의를 표명했다"며 "현재 추가 물량 공급 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진단 키트의 첫 수출은 코로나19와 관련한 국제 공조의 일환"이라며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국제공조가 시급한 상황에서 '코로나 외교'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강 대변인은 "현재 코로나19와 관련해 재외 우리 공관 또는 주한 외국 공관 등 정부 채널을 통해 진단 키트 지원을 공식 요청해 온 국가는 총 17개국(동남아 3개국, 중동 4개국, 유럽 2개국, CIS국가 2개국, 중남미 2개국, 아프리카 2개국, 기타 2개국)"이라며 향후에도 진단 키트의 수출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진단 키트를 포함해 방호품 지원을 요청하거나 보건전문가 파견을 요청한 나라는 총 26개국이며, 이번에 UAE 긴급수출 외에도 국내 진단키트 생산업체들이 약 30여 개 국가로부터 직접 수출 주문을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향후 민간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계약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진단 키트는 마스크나 손 소독제 같은 수출 제한 대상이 아니며, 우리 기업들이 수출 여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수요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수출하기 전에 국내 수요가 충족되고 있는지를 확인했는데 생산 업체로부터 잔여분이 충분하다고 답을 받아서 UAE에 전달했다"며 "식약처와 제조업체 등에서 국내 수요에 전혀 영향이 없다는 것을 몇 번이고 검토해줬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확진자가 많이 나와 고통을 겪었는지만 (이제는) 범 세계적인 방역에 우리가 적극 기여하는 위치에 있게 됐다"며 "지금까지 한국인에 대한 입국금지를 어떻게 막냐는 수세적인 그런 입장에서 이 문제에 접근했는데 이제는 외국의 코로나 대처에 대해 우리가 도우미로서 역할을 하는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코로나 19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코로나 19 대응을 위한 한중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를 전화상으로 개최했다며 3국 간 및 양자 차원의 교류와 협력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갈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일 일본 정부가 한국에서 출발하는 인원들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한 것과 관련, 이를 해제해야 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입국 제한 해제 필요성에 대해 한중일 3국이 공감대를 가지고 있냐는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까지는 아닌 것 같다"며 "우리가 기업인이라든지 이동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인원에 대해서는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것을 제안했는데 아직 답변은 없었다"고 전했다.

한중일 3국이 외교장관회담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이 당국자는 "(회담) 의제가 구체적으로 제한돼 있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3국 간 이동이 상당히 어려우니 그런 부분도 당연히 (의제로)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 19의 세계적인 확산에 따라 전 세계에 대해 여행경보 1단계(남색 경보, 여행 유의)를 발령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아직 결정은 안됐고 국민 여러분들이 잘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래도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 19의 방역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해외 여행을) 유의해 달라는 것"이라고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아마 이런 사례는 없을텐데 한국 정부는 국민 생명과 안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에 어떤 상황에 맞는 정부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의 해외) 여행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정부가 도움이 필요한 국민 분들을 도외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가능한 수단을 이용해 귀국 가능한 국민분들은 빨리 귀국하시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