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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단호한 대처'로 다른 가족이 아픔 겪어선 안 돼"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 보복성 무력 공격에 반대 입장 밝혀

"실종자 가족들은 '단호한 조치'의 방법이 (천안함을 침몰시킨 것과) 똑같은 방법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천안함 실종자 가족협의회의 이정국 대표는 19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메시지와 관련해 이날 오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침몰 원인에 대해 낱낱이 밝혀내고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한 뒤 말한 뒤 "우리가 겪는 아픔을 다른 가족이 겪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일한 조치를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 물론 통일된 의견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실종자 가족들은 '당해보니 이 아픔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해 차후에 천안함을 공격한 주체가 밝혀지더라도 보복성 무력 공격이 가해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 16일 민군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외부 폭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일부 보수인사와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전쟁 불사론'이 나오고 있는데 대한 경계로도 읽힌다.

이 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의 특별메시지를 들은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 "특별한 반응이 감지된 건 없다"면서도 "나라의 제일 어른이 중대한 사태에 대해 위로한데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대통령이 46명의 실종·전사 장병의 이름을 모두 호명한데 대해 "'악어의 눈물'같은 부정적인 표현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가족들은 어떤 경우에도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천안함 실종자 가족협의회의 이정국 대표(오른쪽)와 최수동 언론담당 대표(왼쪽)가 19일 오후 기자들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메시지 및 천안함 함미 참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자 가족 함미 참관…"내부 처참해"

"가족들이 함미를 직접 보고 나니 슬퍼하기보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가족협의회의 최수동 언론담당 대표는 이날 오전 함미 내부를 참관한데 대해 "처참하고 비참했다"며 "우리 장병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아직 실종 상태인 장병의 가족 9명과 가족협의회 대표 2명 등 11명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약 40분간 군 안전요원의 안내를 받아 인양된 함미 내부를 참관했다.

최 대표는 "제일 처음으로 기관조정실을 갔는데 둘러보자마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며 "외벽이나 천장이 아무 것도 없고, 통신기기가 딱 하나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단은 기관조정실에 (실종자 가운데) 5명이 있있던 것으로 파악하는데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망연자실해 했다.

최 대표는 또 "침실에 가보니 개펄이 많이 들어와 있어 침대나 관물대 등의 상황이 처참했다"며 "직접 보니 너무 기가 막혀서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함미 내부에서 나뒹구는 구두를 보고 "실종자 가족 중 한 명이 아들의 시신을 수습했는데 구두를 한 짝만 신고 있었다더라"면서 "그 분이 '메이커 신발을 못 사줘 한이 된다'고 말한 게 생각났다"고 말해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어 "또 다른 실종자 가족 한 분은 아들의 관물대를 발견하고 '그래도 아들 관물대는 멀쩡하더라'라며 미소를 지었다"면서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아팠다"고 덧붙였다.

그는 침몰의 원인을 밝혀줄 유력한 증거가 될 절단면을 관측한 결과 "피로파괴나 내부 폭발 가능성은 제로라고 생각한다"며 "가족 대표단이 보기에도 외부에서 강한 힘을 받아서 절단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또 한번의 결단…"8명 못찾아도 장례는 예정대로"

오는 24일로 예정된 함수 인양과 시신 수습 과정에서 더 이상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도 먼저 발견된 38명의 장례식은 연기되는 일 없이 이른 시일 내에 치러질 전망이다.

이날 오전 가족협의회 측은 앞서 발견된 고(故) 남기훈, 김태석 상사와 함미 인양 후 발견된 36명의 장례식에 대해 이같이 정했다고 밝혔다.

가족협의회는 "함수 인양과 실종자 수색에도 성과가 없을 경우 시신이 미수습된 장병들은 산화자(散華者)로 처리해 장례를 치를 계획"이라며 "시신이 없더라도 희생자의 유품을 갖고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종자 가족 측은 시신이 미수습된 8명 때문에 사망자 38명을 붙잡을 수는 없다는 뜻을 밝히며 이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장례 형식은 '해군장'으로 5일 동안 치러질 예정이며 해군참모총장이 장례위원장을 맡게 된다. 함수 인양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영결식은 이달 말 내에 치러질 듯 보이며, 영결식장은 가족들의 반대로 인해 2함대 사령부 외의 장소가 거론되고 있다.

가족대표로 구성된 유가족 장례위원회의 나재봉 위원장(故 나현민 일병 부친)은 이날 오전 "(가족들이 원하는 장례 형태는) 많지만, (형태에 대한) 의견절충을 해야한다"며 "국민장, 국군장 등 많은 제안이 있지만 해군 쪽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에 일반인들이 분향할 수 있는 분향소를 차리자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나 위원장은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8인의 장병이 나오지 않았다"며 "(분향소를 차릴 거면)46인이 다같이 해야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애도 분위기에서 그런 말을 꺼내기 민망하다"며 "함수 인양 시점까지 애도 분위기를 유지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천안함 실종자들의 직계존속·친척 등으로 구성된 '천안함 실종자 가족협의회'는 사망 장병들의 장례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천안함 전사자 가족협의회'로 명칭을 변경, 사망자의 직계존속 위주로 운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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