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특별법을 '좌파적 정책'이라고 비판한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에 대해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외과)가 "올해의 코미디상 수상자"라며 특유의 독설을 퍼부었다.
***"올해의 코미디상 수상자는 단연 좌승희"**
손 교수는 26일자 한국일보에 기고한 '좌파의 희화화'라는 칼럼을 통해 "아직 연말까지 두 달쯤 남아 있지만 '올해의 코미디상'만은 이미 확정된 것이 아닌가 싶다"며 "수상자는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좌승희 원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손 교수는 이어 "내가 그 많은 코미디언들을 제치고 경제학자가 '올해의 코미디상' 수상후보자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좌 원장이 최근 발효된 성매매 특별법에 대해 한 기가 막힌 발언 때문"이라며, 성매매를 막는 법을 '좌파적 정책'이라고 비판한 좌 원장을 비판했다.
손 교수는 "성매매방지법이 좌파라니!"라고 반문한 뒤 "우리 사회가 최근 하도 사생결단식 대립으로 가고 있으니 웃기는 이야기를 해 국민들을 한번 웃겨 보자는 의도가 아니었다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박사학위까지 받고 한국 재계의 싱크탱크를 지휘하고 있는 학자가 이 같은 수준 이하의 무식한 발언을 했겠는가"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손 교수는 이어 "물론 대표적인 진보적 국가인 스웨덴이 몇 년 전 강력한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해 성매매를 규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진국 중 가장 보수적인 나라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역시 선진국 중 성매매를 가장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 대신 유럽의 여러 진보적인 나라들은 성매매도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해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있다"고 각국 사례를 소개한 뒤 "긴 말 필요 없이, 세계적으로 여성의 인권을 강조하는 진보적 페미니즘만이 아니라 극우적인 기독교 근본주의도 성매매에 가장 앞장서 반대하고 있다"며 좌 원장 발언의 '무식함'을 비웃었다.
손 교수는 "특히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좌 원장이 성매매 특별법을 좌파적 정책이라고 본 이유"라며 "좌 원장에 따르면 성매매 특별법처럼 '자신이 믿는 도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남의 자유를 규제하는 것은 좌파적 생각'이라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그럴 듯한 주장이다. 그러나 너무 문제가 많은 주장이다"라며 본격적으로 좌 원장 주장의 허구성을 파헤쳐 나갔다.
손 교수는 "이 논리에 따르면 낙태는 살인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남의 자유, 즉 낙태에 대한 여성의 선택의 자유를 규제하려는 기독교 근본주의야말로 좌파"라며 "한 발 더 나아가 이 논리에 따르면 반공이라는 자신이 믿는 도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남의 사상의 자유를 규제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처형해 온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역대 독재정권, 그리고 아직도 이 같은 규제의 무기인 국가보안법을 고수하려는 한나라당 등 대한민국의 극우냉전세력이야말로 좌파"라고 일갈했다.
***"좌파 희화화는 곧 극우냉전세력 자신의 희화화"**
손 교수는 결론부에서 "좌 원장의 이번 발언은 좌 원장 개인의 일회성 해프닝을 넘어서 우리 사회에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며 "이번 발언은 '좌파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노무현 정부에 대해 시도 때도 없이 좌파라고 공격하는 등 이미 정도를 벗어나 논리도 없고 정신분열증 수준에 이른 우리 사회의 극우냉전세력의 색깔론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좌원장외에도 최근 시도 때도 없이 노무현정부에 대해 좌파공세를 펴고 있는 극우냉전세력들에 대해서도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
손 교수는 "그러나 그 함의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긍정적이다"라며 "그 이유는 그 동안 극우냉전세력이 유포해 온 색깔론이 위험수위와 정점을 넘어서 이제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 코미디 수준으로 희화화(戱畵化)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마디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색깔론은 무엇이 좌파인가 하는 좌파의 의미를 희화화한다"며 "그리고 이러한 좌파의 희화화는 좌파가 아니라 오히려 이를 주도하고 있는 극우냉전세력이 얼마나 웃기는 사람들인가를 보여주는, 극우냉전세력 자신의 희화화에 다름 아니다"로 글을 끝맺었다.
***"좌승희는 '주문형 생산의 대가'"**
손 교수의 이같은 신랄한 좌승희 등 극우냉전세력 비판은 노무현정부의 모든 정책을 무조건 좌파로 모는 색깔론을 펴온 극우냉전세력의 논리적 맹점을 질타한 것으로, 폭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특히 문제의 좌승희 원장은 김영삼정부 시절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재직할 때인 지난 1996년 김영삼대통령을 의식해 "몇년내로 영국을 제치고 한국이 G7(서방선진7개국)이 될 것"이라는 핑크빛 일색의 경제보고서를 제출했다가 국내외 언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국은 그 다음해 IMF사태가 발발하면서 굴욕적 경제 피식민 통치를 받아야 했고, 당시 영국언론은 좌승희 원장의 주장을 인용해 "한국, 우리 제치고 G7 된다더니..."라고 냉소하며 "한국은 아시아의 용에서 지렁이로 전락했다"는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정권이 바뀐 뒤 설 자리를 잃은 좌 원장은 그후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재계 논리'를 적극 대변하며, 최근 들어서는 노무현 정부를 좌파정권으로 몰아가는 재계의 좌파 공세를 열심히 펴고 있다.
경제학계에서는 이같은 좌원장의 전력을 일컬어 '주문형 생산의 대가'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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