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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운동, 전략 목표를 먼저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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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노동운동, 전략 목표를 먼저 세워야”

[인터뷰] 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上

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노동교육원에서 발행하는 <노동교육>에 ‘세계노동운동사’를 연재했다. 얼마 전 완간된 <세계노동운동사>와 관련된 최초의 원고다. 2007년부터는 세계노동운동사를 같이 공부하고 정리하자는 마음으로 활동가들과 공부 모임을 꾸렸다.

때로 사람이 오고 때로 사람이 떠났다. 60명 이상이 세계노동운동사 공부 모임에 참여했다. 한 회 한 같이 공부하고 토론한 결과물이 14년에 걸쳐 차곡차곡 쌓여갔다. 집단지성적 성격의 작업이었던 셈이었다. 국가 수로 40여 개, 시간으로 120여 년의 노동운동을 다룬 6권의 책 <세계노동운동사>는 그렇게 탄생했다.

2013년 19세기부터 1945년까지의 세계노동운동사를 다룬 1~3권이 먼저 나왔다. 지난 2월 전후부터 1970년대 말까지를 다룬 4~6권이 나오며 <세계노동운동사>는 완간됐다. 책 분량만 원고지 1만 6200매다.

김 이사장은 원래 함께 한 공부의 결과물을 또 한 번 사람들과 나눌 생각이었다. 3월 12일 출판기념회를 열어 참석자 모두에게 무료로 책을 나누어주려 했다. 그만큼 세계노동운동사에 대한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지기를 바랐다. 아쉽게도 이 출판기념회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무산됐다.

기념비적인 저술 작업을 끝냈지만 김 이사장은 <세계노동운동사>의 저자로만 설명되는 사람은 아니다. 그 자신이 학생운동 출신으로 노동계에 투신한 한국 민주화 운동과 노동 운동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간단한 이력을 보자. 1960년 4월 혁명 후 민주민족청년동맹 간부로 일했고 인민혁명당 사건으로 두 차례 투옥했다. 1972년부터는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일했고, 1976년 이후로는 한국노총 연구위원 및 정책연구실장을 지냈다. 그러던 중 전두환 정부가 노동계 ‘불순세력’을 척결한다며 취한 노동계 정화조치로 1985년 한국노총에서 쫓겨났다.

한국노총에서 쫓겨난 뒤에도 김 이사장은 노동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1986년 홍은동 단칸방에서 노동교육협회를 만들어 1995년까지 87년 이후 언론노조 등 노조 조직화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많은 신규 노조가 노동교육협회의 교육을 받았다. 1995년에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한노사연)를 창립했고, 이후 민주노총 지도위원, 민주노동당 고문을 역임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노사정위원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어쩌면 <세계노동운동사> 저술도 이 같은 실천적 삶의 일환이었다.

<프레시안>이 지난 5일 한노사연에서 김 이사장을 만나 <세계노동운동사> 완간 이후의 활동 계획과 한국 노동운동 전반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는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진행했다.

한국 노동운동의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어떤 문제를 이야기할 때도 여든한 살 노(老)운동가의 눈은 기본에 가 있었다. 노동조합총연맹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사회에 대한 큰 그림, 전략 목표와 이를 실현할 조직노선, 투쟁노선이 정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조직을 이야기할 때는 공부 모임과 일상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동운동을 더 잘하기 위해 지식인, 전문가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때로 거칠게 나오기도 하는 말의 행간에서는 노동운동에 대한 애정과 잘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읽혔다.

김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둘로 나눠 싣는다. 첫 편에는 한국노동운동에 총노선, 조직노선, 투쟁노선 정립이 필요하다는 생각, 노동조합 주변의 지식인과 노동조합 내 전문가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조언,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그간의 민주 정부가 보수 정부의 탈을 벗지 못 했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프레시안 : 세계노동운동사를 70년대 말까지 정리하셨다. 그 이후 작업은 생각하고 계신가?

김금수 : 쳐다도 보기 싫다(웃음). 후진들이 할 거다.

프레시안 : 세계노동운동사를 두고 매달 한 번씩 세미나를 한 건가?

김금수 : 초기에는 한 달에 두 번씩 했다. 지금도 하고 있다.

프레시안 : 80년대 이후를 하시는 건가?

김금수 : 나라별로 또 보고 있다. 시대별로 하다 나라별로 하고 있다. 앞으로는 심화학습을 하려고 한다. 주요 각국 17개 나라로 해서 현재까지를 보려고 한다. 조직 형태는 어떻게 발전해왔고 지금은 어떤지. 정치세력화가 어떻게 되는지. 이념이나 노선은 어떤지. 나라마다 다양하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 페론주의, 아옌데 민주적 사회주의, 프랑스 생디칼리즘이라든지. 우리는 전략 노선 목표가 없으니까. 그런 걸 하려면 책만 아니고 자료를 모아야 된다.

▲ 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한국 노동운동, 전략 목표와 실현 방안 필요하다"

프레시안 : 전략과 노선, 목표를 이야기하셨는데 한국 노동운동 진영에 이를 세우려는 시도가 있었나.

김금수 : 87년 투쟁에서는 구호로 나온 게 노동해방이었다. 개량적인 건 금기시되고 내용은 없었지만 변혁. 그게 공식적으로 총 노선으로 정립된 적은 없다.

2000년에 민주노총 단병호 집행부 때 1년 정도 거쳐서 노동운동 총 노선 이념으로 낸 게 사회변혁적 노동조합주의였다. 내부 정파 이런 문제 때문에 대의원대회 때 상정을 못했다. 사업보고서에 수록된 정도였다. 그다음에 본격적으로 전략이나 목표를 정해본 적은 없다. 한국노총은 몇 년 전부터 사회개혁적 노동운동이라고 하는데 내용은 없어 보인다.

아주 쉽게 표현하면 일선 간부들 입장에서 그럼 민주노총이 지향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냐 그런 질문을 소박하게 던지면 그게 노선이고 전략 목표다.

프레시안 : 말하자면 조직원이 공유할 수 있는 큰 그림이겠다.

김금수 : 총 노선 있고 정치 노선, 조직 노선, 투쟁 노선 이런 게 있어야 한다.

조직 노선에 있어서는 민주노총의 80% 정도가 산업별 노조로 바뀐 건 대단한 일이다. 일본은 못 했으니까. 한국노총은 50% 정도 했다.

그런데 산별노조로서 내용을 못 채우고 있다. 속된 표현으로 ‘무늬만 산별’ 이러는데. 그 원인을 노동조합은 ‘사용자가 교섭 안 나오니까 산업별 노동조합이 제 구실을 못 하고 있다’ 이러는데 앞뒤가 틀린 말이다. 산업별 노동조합이 명실상부한 산업별 노조가 되고 강력한 노동조합이 되면 개별 사업자가 대응하기 힘겹다. 그러면 자기들도 뭉칠 거다. 그래야 사용자 단체와 산업별 노동조합 사이에 자연스럽게 교섭이 이루어질 거다.

조직 확대도 비정규직이나 플랫폼 노동자 이런 데를, 물론 전연 손댄 건 아니지만 주된 동력은 스스로 조직해서 가입한 거다.

정치세력화는 민주노동당 만들 때 민주노총이 주축이 돼서 만들었는데 지금은 과연 진보적 정당 안에 노동 세력이 어느 정도 작용하는지 의문이다. 이번에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자도 한 40명 된다 그러는데 노동계 지도자는 별로 빛을 못 본다.

그래서 나는 주장하기를 우선 너희들이 주장하는 게 노동자 중심 정당 만들자는 거 아니냐. 그다음에 어떤 형태든 사회주의를 주장해야 된다. 민주 사회주의가 됐든 혁명적 사회주의든. 그다음에 민족과 계급을 분리해서 보는데 이걸 통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당. 이런 세 가지 조건을 가지고 민주노총이 주도해서 예비 당원을 모아본다든지, 통합을 추진한다든지, 새 정당을 만든다든지, 예를 들면 그런 비전이 나와야 하지 않나.

노선도 아까 말한 대로 가령 북유럽처럼 민주사회주의라는 노선으로 한국적 풍토에서 사회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는가. 흔히들 스웨덴식 복지국가 말하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혁명해도 5, 6번 해야 될 거다. 안 된다.

그러면 사회변혁적 노동운동에 있어서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노동자 중심 정당이 국회에 최소한 교섭단체 이상으로 교두보를 형성하고. 물론 그 안에는 많은 이념 갈래 있을 수 있다. 브라질노동자당도 트로츠키부터 민주사회주의까지 있었다. 합법적인 대중정당에서 의견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 중심에서 금속노조 간부가 핵심이 돼 조정한 사례가 있다.

우리 같은 경우는 국회 교두보 형성하면서 대중투쟁, 이 두 가지가 결합돼야 사회변혁되지 않겠나. 일단 수긍은 하는데 구체화되지는 않는다.

총 노선을 정하고 조직노선, 정치노선, 투쟁노선 이런 걸 내놔야 하는데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그걸 기대하는데 구체적 작업은 안 이뤄진다. 그러다 보면 (민주노총 위원장) 임기가 다 된다.

내부에서 주체적으로 해야 될 문제를 못 하고 있다. 누가 억지로 말리는 것도 아닌데.

프레시안 : 실제로 노동계 인사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나.

김금수 : (민주노총) 집행부 바뀔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 총 노선이 있어야 된다. 단병호 때 걸 조금만 수정해도 괜찮다.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니까 논의를 해보자. 조직을 산업별로 바뀐 게 한 두 곳이냐 말이다. 집중성과 통일성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 노동조합이 지부에 대해서 어떤 지도력 발휘할 거며 통일 전선 공동 전선 어떻게 펼 거냐. 그리고 투쟁 노선. 정치 노선. 제일 중요한 게 현 정권하고 어떻게 할 거냐. 이런 문제들. 빨리 만들어야 된다.

지금 현 (민주노총) 집행부도 그런 게 필요하단 걸 안다. 그런데 실천을 못 하는데 그 원인이 의지의 부족인지 역량의 부족인지 아니면 지도부 내부에 의견일치가 안 돼서 그런 건지 추진이 안 되고 있다.

프레시안 : 노동조합의 총 노선 문제와 관련해 해외 사례 중 참조할 만한 곳이 있나.

김금수 : 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를 많이 한다. 94년에 만들어 96년에 집권했다. 코사투라는 흑인들이 주로 만든 노동조합이 있다. ANC(아프리카민족회의), 공산당, 코사투가 3자 협의를 하고 그런다.

342년 동안 식민지였다. 그것도 독특하다. 백인 지배 식민지였다. 그러다가 정치적 해방이 됐다. 그러니 노동운동 어떻게 할 것이냐. 그때 셉템버 위원회를 조직한다. 셉템버는 코사투 수석부위원장 이름이다. 그래서 학자도 모으고 현장 토의를 벌인다. 조합원까지는 아닐 거다. 일선 활동가까지 광범위하게 모아서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 나온 게 셉템버 보고서다. 그때 나온 게 사회적 조합주의다. ‘사회적 조합주의란 사회주의와 민주주의다.’ 코사투의 총노선을 그렇게 못을 박는다.

지금은 코사투도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 당시 과정을 보면 우리도 그런 구체적 작업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일선 단위 조합의 대의원까지만이라도 토론에 참여해야 한다. 주제를 주는 거다. ‘민주노총이 지향해야 할 사회가 어떤 사회냐’ 그게 꼭 무슨 주의가 아니라도 그래서 의견을 묶어 가면 그 자체가 큰 의식화도 교육도 될 거다.

프레시안 : 적어도 2, 30년 보는 큰 목표 가지고 나가자. 그게 중요하다.

김금수 : 몇몇 사람이 모이기보다는 현장 토의에 부치자.

프레시안 : 그렇게 말을 해도 잘 안 된다는 말이신 거 같다.

김금수 : 재정이 부족하고, 사람 부족하고, 분파 문제도 있다고 하고. 결국 지도력의 취약성이라고 봐야 할 거다.

하루아침에 총 노선이나 정치 노선을 정립할 수 없다 하더라도 노력이 있어야 한다. 1년이면 1년. 아니면 큰 방향 제시하면서 논쟁을 벌이거나 해야 한다.

▲ 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노동운동, 지식인이든 전문가든 있는 역량 활용해야"

프레시안 : 전략목표를 세우고 총노선을 세우는 게 기본적으로 노조가 가져야 할 것인데 그게 잘 안 되는 게 노조 역량도 있지만 진보적 지식인의 일정한 한계도 있지 않나.

김금수 : 지식인 사이에서도 의견 갈라진다. PD 계열이냐 NL 계열이냐 한다. 학술 발표하는 데 가보면 인혁당은 PD고 통혁당은 NL이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은데 자꾸 단정을 한다. 박현채는 그럼 pd냐. 살아있을 때는 ‘이런 논쟁을 하면 소모적이다.’ 이런 주장을 하셨다.

진보적 지식인도 의견이 다 다르고 또 극히 소수 빼놓고는 노동운동 내부 사정을 잘 모른다. 그러니까 혁명적 사회주의를 주장했다 나중에 보면 정의당 가 있고 이렇다. 혼란스러운 거다.

프레시안 : 70년대 선생님이나 천영세 전 의원이나 노동운동에 들어갈 때는 지식인층으로 투신해서 끌고 갔다. 80년대까지도 먹물 출신이 들어가서 운동에 일정한 정도 기여를 하고. 그런 게 90년대 이후로 없어진 거 아닌가. 지식인들이 주력이 되면 안 되겠지만 현장 노동자 출신들이 지적인 그런 걸 잡아야겠지만 지식인 출신 노동운동가들이 90년대 이후로는 들어가지 않으면서 생긴 변화는 없나.

김금수 : 70년대에 현장에 지식인이 들어간 건 굉장히 위대한 일이다.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다. 주로 지식인이 제조업체에 많이 투입됐는데 제조업 노동조건이 지식인이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로 고된 일이다. 일반 노동자 만나서 정서적으로 영합해야 하고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뒤에 실무선에서 지식인들이 많이 노동조합에 가고. 현장에서 차츰차츰 철수하고 그랬는데. 실무선에서 활동 역할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제는 (노동자) 자체 역량이 자꾸 커지니까 지식인 특유의 임무라든지 역할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 누구나 좀 오래만 하면 홍보, 선동, 문화, 교육 활동 자기 적성에 맞으면 다 할 수 있다.

단병호 같은 사람이 고등학교 출신이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지금이야 어느 지식인보다도 더 많이 알고 판단도 정확하다. 그 당시에 지식인(의 역할)이 컸지만 지금은 꼭 지식인이 있어야만 공백을 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프레시안 : 88년 초 경향신문사에 노조를 만들면서 저도 그 당시 노동교육협회 가서 교육받고 했다. 요즘에 와서는 그쪽은 노조에 맡기신 거고 한노사연은 연구용역 같은 걸 많이 하고 계신 걸로 안다. 그런 면에서 한노사연의 역할이 예전에는 직접 노동자와 교류하며 조직사업 했다면 필요 없을 정도가 됐다고 봐야 하나.

김금수 : 그건 아니라고 본다. 아까 말한 대로 방향성, 총노선. 투쟁노선 정치노선 조직노선. 여기에 관해서 많이 알아서가 아니라 바깥쪽 노동단체로서 압력 촉진,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노동교육협회를 연구소로 바꿀 때 구상은 우선 연구소. 비정규센터. 복지센터 등 바깥쪽에 노동네트워크를 하나 형성해야겠다 그래서 매일노동뉴스도 꽤 많은 돈을 들여 노회찬, 박승흡 이런 사람들이랑 만들었다. 그런 식으로 게획적으로 목적의식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면서 노동조합의 한계 같은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한노사연만 하더라도 찾아다니기보다는 용역이 주가 됐고, 교육은 열심히 하는데. 사업보고서 보면 교육 건수는 굉장히 많다. 아직 영향력은 있다는 이야기다. 지식인들이 또는 연구소가 맡을 영역은 아직 남아있다는 이야기인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조직적 결합. 계획적인 총노선에 대한 기여다.

지난번 총회 때 그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는 한노사연이 제일 크게 잡아야 할 게 뭐가 있냐. 노동운동 총노선을 먼저 여기서 구상해봐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했다. 사실 (활동할) 영역은 있다.

프레시안 : 노조가 국민을 설득하려면 국민이 아는 것 이상으로 깊이 있게 상황을 파악하고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노동운동 필요하다’ 설득력을 가져야 하는데 그게 노동조합 힘만으로 안 된다면 전문가를 고용할 수 있지 않겠나. 예를 들어 독일 금속노조인 IG메탈은 박사급 스태프가 700명이라는데 거기까지는 흉내 못 내지만 적어도 현재의 경제 등 여러 상황 속에서 노동운동이 이렇게 해야 경제도 좋고 이런 걸 하려면 전문가 역량을 상시적으로 가져야 한다는 생각인데 어렵나.

김금수 : 진보적 지식인은 그런 요구에 대해서는 굉장히 적극적이다. 손을 안 대서 그렇지. 형식화된 게 자문위원이다. 자문해달라고 해서 거절하는 지식인은 없다. 한국에서 동원할 수 있는 진보적 지식 얼마든지 습득할 수 있다. 노조가 적극적으로 필요로 해야 한다.

또 하나는 집회하면 참 재미없게 한다. MBC 노조에 PD들 있다. 나는 집회 할 때마다 그 이야기한다. PD들 이야기 좀 들어봐라. 그러면 프로그램이 바뀔 수 있다. 하다못해 뽕짝을 튼다든지. 작년이나 올해나 노동자대회가 똑같다. 맨날 악쓰는 것만 된다. 있는 자원을 활용을 못 한다.

▲ 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민주정부가 보수정부 탈 못 벗었다"

프레시안 : 노동운동 세력의 주체적 역량도 문제가 되지만, 해방 이후부터 '좌익 척결한다.' 미국 세력이 워낙 강하다 보니까 사회주의 이야기도 못 하는 분위기였다, 기본적으로 사상 지향에 대한 사회적 편견 있다, 그다음에 87년부터 98년까지 그래도 노동운동이 활발했다고 치면 IMF 나고 나서부터 신자유주의 물결이 들어왔다. 더 중요한 거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른바 민주개혁정권이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또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 세력이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들어서고 나서는 항상 싸우게 된다. 말하자면 한국 노동운동이 커나가는데 객관적 정세가 영향 미친 거 아닌가.

김금수 : 양쪽 다 책임이 있는 것 같다. 나야 노무현 정부 때 노사정 위원장 3년 했으니까. 탄핵 때는 공관에서 개별적으로 2시간 이야기도 하고 했으니까.

그때 첫째 쟁점이 '노사정위 참여하냐, 안 하냐' 이게 문제였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탈퇴할 때 대의원대회 거쳤으니 대의원대회 가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노무현 정권 입장에서는 '안 들어오지 않느냐.' 나는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기다려봅시다. 들어옵니다. 대의원대회에서 깽판 쳐서 그렇지. 정상적으로 대의원대회가 되면 통과가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 입장에서는 '왜 안 들어옵니까.' 이쪽에서는 대의원대회 하면 깽판 되고 이러니까. 대중조직이 대의원대회에서 40명이 단상 올라가 신나 뿌려서 대의원대회가 무산되면 대중조직으로서 생명이 끝난 거다. 잘됐든 못됐든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되면 시행을 하다 오류가 나고 실패하면 다른 걸로 바꾸는 게 대중운동인데. 그런 책임이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지금 문재인 정권도 마찬가지인데 결국은 보수 정권 탈을 못 벗어난다. 정치적으로도 자유가 주어지고 권리가 보장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중요한 대목에 가면 매듭이 안 풀리고 있다. 국가보안법 봐라. 본인들이야 사문화됐다 그러겠지. 그러나 언제든지 되살릴 수 있다.

미국에 대한 자주성도 그렇다. 문재인이 평양 가서 10만 명 앞에 연설도 했는데 돌아오면 안 되니까 저쪽(북한)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거고.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김금수 : 경제정책만 하더라도 ‘소득 주도, 노동 존중’ 표방하는 슬로건은 굉장히 진취적인데 재벌 정책은 안 하고 있다. 못하고 있는 건지. ‘경제가 어려우니 건드릴 수 없다’ 이런 입장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7, 80%가 하청기업, 계열기업, 중소기업인데 어떻게 보면 대기업이 중소상공인을 수탈하는 구조다. 중소기업에서는 어차피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럼 재벌개혁부터 시작해서 중소영세사업체에서 실질적 결과가 나고 공정경쟁이 이뤄지고 이래야 임금, 노동조건도 향상할 여유도 생길 텐데 그게 안 되고 있다.

노동정책도 일자리, 노동 존중, 처음에는 좋았는데. ‘최저임금 2020년에 10000원 한다.’ 결국 반대에 부딪혀 못했다. (대통령) 본인 스스로도 무리라고 했다. 노동시간만 해도 52시간이 최대연장시간이지 기준 시간이 아니다. 그것도 못 지킨다. 그다음에 공기업 비정규직 정규직화한다는 것도 지지부진하고. 공기업 정규직화가 일반 사기업까지 (정규직화) 유도 장치가 돼야 하는데 그거 못하고 있다.

전체 노동계층에 취약계층이 굉장히 많다. 요즘 나오는 플랫폼 노동자들. 유령 노동자들. 이주 노동자들. 중소기업 영세 사업체 비정규직. 합치면 숫자가 꽤 많다. 그러니 소득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거기에 손을 못 대고 있다. 의지는 있는지 모르겠는데 문재인 정권만 아니라 노무현 정권 때도 그랬고 김대중 정권 때도 그랬다.

프레시안 : 각론에 대한 의견을 좀 더 듣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인천공항에 가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완전 철폐는 비현실적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차라리 비정규직이라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는데 그런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김금수 : 고용형태를 바꿔서 무기계약직 하자는 건데 정규직과의 차이는 그대로 둔다. 일종의 꼼수다. 계열사를 만들어서 계약기간이 무기직이니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임금 근로조건 차이는 마찬가지다. 옳은 정규직화가 아니다.

프레시안 :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는 말하자면 제대로 된 목표지만 못했다?

김금수 : 맞다. 국유기업이나 공기업은 국가가 (방향을 정) 할 수 있어야 한다.

정규직화도 공기업의 경우 적자가 난다 하지만 그런 거 다 고려하면 못한다. 공기업에 적자가 나는 게 당연한 그런 조건도 있다. 결국 정책 의지의 문제고 대통령 혼자 될 문제는 아니지만 촛불항쟁 이후에 나온 정권이니 진보적이겠거니 했지만 역시 보수 정권의 탈 못 벗어난 것 같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가 냈던 게 최저임금 만원, 노동시간 단축 52시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제로 ILO 협약 비준. 앞에 3개는 경제 문제 겹친다고 하지만 ILO 협약 비준은 노동 부분에 대한 사회적 규율인데 정부가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김금수 : ILO에서 압력도 있고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요구하니까 실제 국회 안 거치더라도 정부 스스로 비준할 수 있는 거다.

결국 회피하는 거고. 전교조 같은 문제가 외국에서 보면 아주 웃기는 일이다. 실업자 해고자 조합원 했다고 (노동조합을) 불법화했으니까. 유럽 산별 노조는 교사 자격증 가진 사람, 간호조무사 자격증 가진 사람, 정년퇴직한 사람도 다 조합원이다. 기존 조합원이 해고자 됐다고 해서 조합 인정 못 한다. 이건 외국 사람들 보기엔 원시적인 국가다.

프레시안 : 2016년, 17년 겨울 촛불시위 나가면서 정치적 민주화는 불가역적으로 된 거 아니냐.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제야말로 일상생활에서, 직장에서 민주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ILO 협약 비준 안 하는 거 보면 이제는 이른바 보수정부나 민주정부나 사회 경제적 큰 차이 없다는 게 드러난 거 아닌가.

김금수 : 그게 보수 정권 한계다. 진보라 그러는데 진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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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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