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보건부 독립'을 생각해 본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보건부 독립'을 생각해 본다

[안종주의 안전사회] 코로나19 확산의 불가항력...그리고 우리가 할 일

"중국이 코로나19의 유행을 너무 늦게 국제 사회에 알리는 바람에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는 한국을 비롯해 다른 국가들이 빠르게 조치했더라도 실효를 거두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미 국내에서도 지역사회 감염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중국인 입국자를 전면 차단하자는 주장은 더더욱 실효성을 상실했습니다."

박병주 대한보건협회장이 최근 코로나19 유행을 분석하고 그 대책을 살핀 글을 협회 홈페이지에 실었다. 박 회장은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부회장이며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로 이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사실상 세계적 범유행 감염병, 즉 팬데믹(pandemic)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정부, 정치권, 언론, 시민들이 꼭 새겨 들어야 할 방역 대책과 이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논란들에 대해 따끔한 일침과 조언들을 쏟아냈다.

그가 지난 2015년부터 6년째 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보건협회는 63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전국에 13개 지부와 2개 지회, 그리고 한국역학회, 한국보건사회학회 등 22개 환경·보건의료학회를 회원학회로 두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 보건의료단체다. 보건협회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에이즈 예방, 절주 운동 등 분야에서 큰 역할을 했다.

박 회장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보수 언론과 일부 야당이 줄기차게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은 잘못된 판단에 따른 것으로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이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원인 미상의 감염성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 초기에 신속하고 강력한 방역대책을 수립하여 집행하는. 이른바 '사전예방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중국이 초기에 이를 놓쳤다는 것이다.

느려터진 중국의 신종 감염병 유행 공개가 원흉

중국은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발생을 한 달이 넘도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한 후 비로소 알렸고, 하필이면 그때 춘절 연휴가 끼어있어 안타깝게도 광범위한 확산이 이루어졌다. 그 후 우한을 봉쇄하는 등 강력한 방역조치가 이루어졌지만 다른 지역과 국가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한봉쇄' 직후 우리가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 조치를 했더라도 국내 전파는 사실상 막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박 회장은 진단했다. 이는 중동과 유럽, 미국,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이 감염병이 거세게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면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는 감염초기 임상증상이 나타나기도 전에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일부 국가에 대한 국경 폐쇄로 이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의 이런 특성을 초기에 전문가들조차 정확하게 알지 못해 질병관리본부가 감염성 질환에 대한 고전적 방역원칙에 따라 입국자 감시를 철저히 하면서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에 대한 바이러스검사를 실시하여 확진자를 찾아낸 뒤 환자를 음압병실이 있는 격리병실에서 입원·치료를 받도록 조치하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스나 메르스와는 많이 다른 바이러스 특성 때문에 이러한 고전적 방역체계는 거의 필연적으로 뚫릴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확산이 용이한 신천지에서 운 나쁘게 발생

그는 신천지 대구교회를 통해 대구·경북 지역에서 순식간에 확산되고 전국적으로 펴져나간 것은 폐쇄된 공간에서 많은 신도들이 밀집하여 예배를 하는 신천지 교회의 특성 때문에 벌어진 , 우리로서는 정말 운 나쁜 일로 중국 입국자들을 검역하고 국민들에게 개인위생수칙을 강조하는 것 등만으로 이를 막기는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박 회장은 마스크 대란과 관련해 확진자의 급속한 증가에 불안해진 국민들이 너도나도 정부가 강조한 마스크를 착용하려고 하니 수요가 급증하게 되었고 정부는 이에 따른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공급 계획을 제때 수립하지 못함으로써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여 벌어진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마스크는 감염자가 기침이나 재채기 등을 할 때 나오는 자신의 침방울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고, 다른 사람의 기침·재채기 때 나오는 침방울 속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착용한다. 따라서 매일같이 출퇴근을 하면서 사람들이 붐비는 지하철이나 만원버스를 타야 하는 사람들은 출퇴근 시간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잠시 외출하면서 한산한 거리를 걷거나 지나갈 때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초기에 경증환자를 자가격리시킨 것은 어떻게 보면 환자 방치나 마찬가지여서 감염병 환자에 대한 조치로는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처음부터 의료진의 관찰과 진료가 동반된 지금의 생활치료센터 격리 치료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생활치료센터로 공공기관 및 민간기관의 연수원들을 이용하고 있는데, 확진자가 더욱 늘어나면 민간숙박시설을 이용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거리·드론 항공 소독은 실효성 없는 전시·낭비 행정의 표본"

박 회장은 또 "현재 전국 지자체와 군대 등이 경쟁적으로 하고 있는 거리 소독, 건물 외벽 소독, 드론 항공 소독 등은 실효성이 전혀 없다." 면서 "이는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효과보다는 열심히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무의미한 전시행정이자 엄청난 예산만 낭비하는 소모적인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소독제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건물 외부 지역 소독은 중단하고 대신 코로나19 감염자로부터 나온 바이러스가 기차나 비행기, 지하철, 버스 등의 내부, 건물 출입문의 손잡이나 승강기의 버튼 등에 묻어 다른 사람에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니 지역사회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이것들을 소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언론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그는 루머와 소문을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옮기거나 가짜뉴스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불안과 공포심을 조장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강력하게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비타민 C를 비롯한 각종 건강기능식품들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코로나19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혹세무민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이들 관련자들을 엄하게 처벌하여야 한다고도 했다.

코로나19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수그러들지 않았고 전 세계적으로는 확산일로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병 대응과 관련한 제도 개선 내지는 중장기 발전 방안을 거론하는 것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감염병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보건의료체계에 대해 오랫동안 살펴온 박 회장의 제도 개선 등과 관련한 조언과 지적을 한번쯤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보건부 독립, 체계적 보건교육 절실

그는 먼저 우리나라가 진정한 방역 선진국으로 발전하려면 국민들의 건강과 공중보건을 증진하기 위한 수준 높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을 일깨웠다. 대단히 복잡하고 폭넓은 분야들이 관련되어 있는 보건의료분야 업무를 포괄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현재의 보건복지부 체제로는 어렵기 때문에 보건부의 독립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 보건 전담 차관직 신설을 공약한 상태다.

국가 재난이 발생하면 그 과정과 문제점 등을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백서 발간이 이루어지곤 한다. 지난 2015년 메르스 때도 정부 백서가 발간됐다. 하지만 대개는 정부 안에서 기획하고 내용을 채워 널리 활용되지 못해 왔다. 박 회장은 이번 코로나19만큼은 전문가들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백서 작업에 긴밀하게 참여토록 해 사후약방문이라고 할지라도 제대로 된 처방이 담긴 지침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시민보건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위기 상황이 터져서 소통하기보다는 평소 감염병에 대한 교육을 초중고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해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고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건강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그는 밝혔다. 보건교육이 그동안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지금도 만연한 엉터리 마스크 착용과 불필요한 마스크 착용 문화 등이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위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게 되면 코로나19로 드러난 감염병 대응 체계, 위기관리의 문제점 등을 잘 파악해 고쳐나감으로써 우리의 방역 시스템을 한 단계 더 선진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 이는 다른 신종감염병이 우리를 찾아왔을 때 지금보다 더 잘 넘기는 데 자양분이 된다. 또 혹 다시 코로나19가 유행하더라도 공포에 떨지 않고 차분하게 공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위기이자 기회다. 박 회장의 분석과 조언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