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20일 이른바 '4대 개혁법'을 단독발의하자 한나라당은 이를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로 규정한 뒤 독자적인 '자유민주주의체제 수호 관련법'을 마련하기로 하는등 맞대응에 본격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준비중인 '체제수호법'에는 조중동 등 메이저신문의 오랜 민원인 '신문-방송 겸업 허용', 재계의 민원인 '기업도시 전면특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한나라당이 대여투쟁을 명분으로 이들 특정집단의 민원을 수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낳고 있다.
***한나라당의 신병기 '체제수호법'**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 "여당의 4대 국론분열법 제출은 국민과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면서 "다수가 원치 않는 데도 밀어붙이는 것은 배후에 노무현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임태희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국민 절대다수의 뜻을 거역하고 오직 북한당국만 주장해온 국보법 폐지를 하겠다는 것은 국가와 민족에 대한 반역"이라고 맹공했다.
특히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별도로 기자회견을 갖고 "국론분열을 부추기는 여당의 4대 입법보다는 경제 살리기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 입법이 지금 상황에서 더 중요하다"며 한나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중점추진법안을 발표했다.
이른바 '자유민주주의 체제수호 관련법'은 여권과 충돌을 빚고 있는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언론관계법, 테러방지법, 탈북자-납북자 인권보장법, 기업도시법 등을 담고 있다.
이 의장에 따르면, 현재 개정안을 마련중인 국보법은 "개정은 가능하되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원칙하에 추진되고 있다. 이 의장은 "국보법의 인권침해 소지는 완전히 없애고, 북한의 호전성-이중성은 견제할 수 있도록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한 특별법 체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사립학교법은 '사학의 자율성 보장'을 강조해 향후 입법과정에서 열린우리당과의 마찰을 예고했고, 언론관계법 역시 "언론자유의 최대화를 위한 언론규제의 최소화 원칙"을 확인해 갈등을 예고했다.
***한나라, 조중동의 오랜 숙원인 '신문-방송 겸업' 허용**
이 의장은 특히 언론법과 관련, 단순히 메이저언론에 대한 규제를 방어하는 차원을 넘어서 "신문-방송 교차소유의 조건부 허용" 등 신문법 개정안의 방향을 밝혀, 체제수호법을 명분으로 조중동 등 메이저신문의 오랜 숙원인 방송 진출에 물꼬를 터줄 생각임을 분명히 했다.
조중동은 오랜 전부터 신문업을 "인터넷신문 등 새로운 매체의 출현으로 치열한 멀티미디어시대가 도래한 상황에서 종이신문은 향후 10년후 설 땅이 없는 사양산업"으로 규정한 뒤 "신문사가 살 길은 방송계로 진출하는 길뿐"이라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이같은 조중동의 위기감은 <시사저널>이 19일 발표한 '한국에서 영향력 있는 10대 언론' 조사결과, 조중동 및 한겨레 등 4개 신문사와 KBS-MBC-SBS 3대 공중파 방송 외에 프레시안-오마이뉴스-다음 등 인터넷 3개사가 자리매김한 데에서도 알 수 있듯, 단순한 우려가 아닌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문에 조중동은 지난번 대선때에도 한나라당에 대해 '신문-방송 겸업 허용'을 요구해 왔고, 노무현정부와 상대적으로 사이가 양호한 중앙일보도 정부여권에 대해 이를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이들 메이저신문은 현재도 DMB(디지털멀티방송) 등에 진출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체제 수호법'을 추진하면서 '신문-방송 겸업 허용' 조항을 삽입한 것은 조중동을 확실한 자신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한국판 북한인권법' 추진**
한나라당은 이와함께 체제수호법에 테러방지법과 탈북자-납북자 인권보장법 등도 중점과제로 상정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저지된 테러방지법의 경우, 최근 열린우리당 수뇌부도 여러 차례 추진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우리당과 충돌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한국판 북한인권법'이라 불리는 '탈북자-납북자 인권보장법'의 경우는 '북한이탈주민 입국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 4개 법안을 제ㆍ개정해 탈북 주민의 입국 및 정착을 적극 지원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우리당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경련 요구 100% 반영한 '新기업도시법' 추진**
한나라당은 이밖에 '경제살리기' 법안으로 특소세, 교통세, 소득세 인하 등 대규모 감세정책 법안 및 중소기업 지원 방안과 함께 '기업자유도시 개발 특별법'을 중점 과제로 상정해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기업도시특별법의 경우 위헌 논란을 빚고 있는 토지강제수용권과 관련해 '50% 협의매수'를 의무화하고 있는 정부안을 전면 폐지해 기업에게 100% 강제 토지수용을 허용하고, 기업도시의 유형과 개발토지의 상황에 따른 개발토지의 '직접사용 의무' 규정도 폐지해 기업이 골프도시-레저도시 등을 개발-분양해 개발이익을 챙긴 뒤 손을 털고 떠나도 되도록 해달라는 전경련 요구를 100%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커다란 특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밖에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재계 이해를 충실히 대변하는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극명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과연 의도대로 법이 통과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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