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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시화호' 우려되는 싼샤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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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시화호' 우려되는 싼샤댐"

[중국환경 심층르포] <7> 싼샤댐 현장을 가다(下)

중국을 가로지르는 양쯔강을 중국사람들은 창강(長江)이라고 부른다. 이름에 걸맞게 길이가 어마어마하다. 티베트 고원 곤륜(崑崙)산맥의 빙하에서 발원해 수많은 지류와 합류하며 6천3백97㎞를 흘러 동중국해로 빠져나간다. 강유역의 면적은 1백80만㎡가 넘으며, 강이 바다로 토해내는 담수량은 초당 3만t쯤 된다고 한다.

강을 따라 위치한 중경(重慶), 무한(武漢), 남경(南慶), 상해(上海) 등은 중국의 주요한 공업 및 상업 도시이며, 철도 교통 및 항운의 중심지로서 중국 경제 사회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의 대도시는 해안을 따라 발전했지만, 또 양쯔강을 따라 내륙으로도 발달했다. 전체 인구의 38%가 이 강을 중심으로 살고 있으니 가히 중국인의 젖줄이라고 할 만 하다. 양쯔강은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만들었고 또한 중국의 생태 환경을 만들어온 강이다.

<사진1> 7093. 세계최대의 수로공사인 싼샤댐 건설이후 유비가 제갈량에게 후사를 부탁한 것으로 유명한 백제성 앞에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이 널려져 있다. (연합)

***"싼샤댐, 완공 70년 뒤에는 거대한 '모래 호수'로 변해"**

8월31일 이른 아침. 이창에서 양쯔강 상류를 거슬러 오르는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이창(宜昌)에서 중경(重慶)까지 12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는 '괘속선'이라는 장점 때문인지 빈자리 하나 없었다. 선착장에서 하류 방향으로 1백여m 떨어져 있는 싼샤댐은 강 한가운데서 장강의 물을 삼키고 있었다. 마치 흉물스럽게 서 있는 괴물처럼.

강물은 황토가 많이 섞여있어 붉은 빛을 띄고 있었다. 장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무수히도 많은 부유 물질들이 떠내려오고 있었다. 유속은 빠르지 않았다. 부유물은 주로 나뭇잎, 나뭇가지, 농작물 짚, 비닐 등이다. 2003년 6월 싼샤댐에 물을 가두기 시작하면서부터 물이 흐르는 속도가 늦어져 많은 양의 부유물이 한데 모여들고 있었다. 이것은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으며, 선박 운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현재 싼샤댐의 부유물을 제거하는 방식은 간이식 '작은 어선'으로 부유물을 제거하는 식이어서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사진2> 1843. 지난해 6월 물이 채우기 시작한 싼샤댐으로 인하여 장강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수위가 표시된 장강둑에 앉아 있는 여성. (연합)

"장강은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 듯 나아간다(長江後浪推前浪)"라는 말이 있다. 물을 가두기 시작한 지난해 6월부터 이러한 말은 부적절한 것 같다. 거대한 댐에 막혀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지 못하고, 물길이 막혀 앞 물결과 뒷 물결이 뒤섞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싼샤댐에 이르러 강의 흐름이 더욱 느려지면서 강바닥의 퇴적물이 10배 이상 늘어 수질오염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장강의 모래 함유량은 1.2㎏/㎥. 해마다 5억 톤의 모래가 흘러든다. 2009년 댐이 완공하면 각종 퇴적물이 댐 안에 쌓인다.

장강이 빠르게 흐르는 6~9월 댐 수위는 1백45m로 빠르게 흘러온 강물이 진흙과 모래를 댐 안에 쌓을 것이다. 갈수기인 1~4월이 되면 댐은 물을 하류로 방류할 수밖에 없고, 저장량이 부족해진다. 전문가 추정에 따르면, 완공한지 70년 뒤 댐 저수지역 부피의 80%를 모래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3> 0859. 장강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모래를 어깨에 메고 장강변을 걸어가는 중국여성. (연합)

***"싼샤댐-양쯔강 주변, 난개발도 극성"**

이창에서 출발한 지 두시간이 지날 무렵 산등성이가 무너져 내린 흔적들이 보였다. 한 조사에 따르면 6백㎞에 이르는 삼협 하곡 양안과 삼협 수몰지에 크고 작은 산흙 붕괴더미가 1천5백여곳에 이른다고 한다. 댐이 만수에 이르면 진흙이 쉽게 무너져 내려 댐 주변 도시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03년 6월 이전 붕괴더미 1백97곳에 안전조치를 취했다.

<사진4> 008. 장강 곳곳에는 남벌과 노천 채석이 한창이다.

산사태 방지 예산은 최초 인민폐 6억 위안에서 40억 위안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산사태가 앞으로 장기간에 걸쳐 더 증가하면 증가했지 감소하지는 않을 것 같다. 또한 장강 곳곳에는 남벌과 노천 채석이 한창이다. 당국의 관리 소홀을 틈타 공사를 맡은 기업들은 공사 자재를 싼샤댐 일대에서 값싸게 조달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채석과 벌목을 해오고 있다.

싼샤댐 유역 곳곳은 각종 오염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는 징후들이 보였다. 장강 유역을 거슬러 오면서 강 주변에는 시멘트 등 여러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났다. 이들 공장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석탄 더미들은 강 주변 경사면 노천에 야적되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장강으로 쓸려 내려갈 정도였다. 중경시와 여러 현에서 흘러나오는 공업폐수와 생활폐수는 연 2억t, 중경시에서 더 상류로 올라간 곳에 널리 퍼져 있는 장강 지류에서 흘러나오는 각종 폐수를 모두 합하면 연 25억t에 달한다.

<사진5> 020-033-056. 장강 유역을 거슬러 오면서 강 주변에는 시멘트 등 여러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났다. 이들 공장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석탄 더미들은 강 주변 경사면 노천에 야적되어 있었다. 금방이라고 장강으로 쓸려 내려갈 정도였다.

***"물막이 이후 유속 느려지고, 부영영화 현상 심각"**

장강의 물은 썩 깨끗해 보이지 않는데도 강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빨래를 하는 것으로 봐서 물이 그렇게 더럽지 않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그러나 눈으로 들여다 볼 때는 전반적으로 흙탕물처럼 혼탁했다. 강가 바위에서는 낚시를 하거나 투망질하는 어부의 모습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공식적인 수질 자료를 찾아보기로 했다.

<사진6> 3656. 물에 잠기기 시작한 오둑막집을 철거하는 사람들. 장강을 의지하며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터와 집이 수장되었다. (연합)

중국국가환경보호총국은 지난 3월25일에 발표한 <2003년 중국환경질량상황>에서 싼샤댐 수질상황에 대해서 "6개 모니터링 주류 단면 가운데 2류(類) 수질이 5개, 3류(類) 수질이 1개로 수질 상황이 비교적 좋은 편이다"라며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장강수리위원회의 사정을 들어보면 상황은 더 안 좋은 것 같다. 싼샤댐이 1백35M 저수(貯水)를 시작한 후 물이 흐르는 속도가 느리고 일부 지류에서 부영양화 현상이 나타나는 등 뚜렷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싼샤댐 인접한 곳과는 다르게 물을 거슬러 올라오자 물의 흐름을 급하게 빨라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강어귀에는 폐허로 변한 아파트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물을 가두면서 수위가 높아지면서 과거에 지어진 가옥과 아파트들이 최근에 지어진 건물들과 확연하게 구분돼 서 있었다. 황폐화된 아파트에는 간간이 빨래감들이 내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일부지역에서는 지은 지 얼마되지 않은 가옥과 건축물에 대한 대대적인 청소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거대 콘크리트 구조물을 깜끔하게 처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일하는 인부들도 알고 있는 듯 적당한 것만 처리하고 일부는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 결국엔 물 속으로 수장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진7> 025-037. 산샤댐 건설로 수몰될 지역은 지역주민들은 떠났고, 남겨진 아파트들은 흉물스럽게 서 있다.

***"싼샤댐 건설로 세계 최대의 환경 난민 발생"**

계곡 좌우로 펼쳐진 협곡 곳곳에는 2009년 댐 공사가 마무리되면 만수위인 1백75m, 홍수위인 1백45m를 표시하는 푯말이 바위에 새겨져 있었다. 지금 현재 장강의 수위는 1백30여m를 가리키고 있었다. 바람 길과 물 길이 빚어낸 기암 절경이 수장될 날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싼샤댐의 수위가 종전 60~70m에서 1백35m로 높아지면서 서릉협(西陵峽)은 평균 60m, 무협(巫峽)은 55m, 구당협(瞿唐峽)은 50m 이상 수심이 더 깊어진다.

댐 수몰지역은 호북성(湖北省)과 중경시(重慶市) 등 19개 구(區)와 현(縣)과 시(市)의 크고 작은 1천7백11개 마을이 전부 또는 일부 물에 잠길 예정이다. 댐 면적 1천84㎢.

저수위보다 낮아 이주해야 하는 인구가 84만7천5백명이다. 도시 인구가 49만8천8백명, 농촌인구는 34만8천7백명. 수몰당하는 도시는 만주시(萬州市)와 부릉시(涪陵市) 2곳, 완전수몰 현(縣) 8곳, 부분수몰 현(縣) 3곳. 싼샤댐 공정기간 17년 사이 인구증가까지 고려하면 최종 환경난민 수는 1백13만 명에 달한다. 싼샤댐 건설로 인해 세계 최대의 환경난민 발생을 기록한 셈이다.

***"내륙은 싼샤댐과 함께 꿈에 부풀어 있지만..."**

이창을 출발한지 12시간 정도가 지나자 어둠이 장강을 휘감았다. 드디어 중경에 도착했다. 괘속선을 타고 온 중국 승객들의 얼굴에는 '물길의 실크로드'가 열린 듯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은 고대 중국의 장삿길인 실크로드처럼 이 배길을 따라 '돈줄'도 함께 따라 올라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개혁과 개방의 물결 속에 소외돼 있었던 중경시 등 내륙지대의 중국인은 장강 수위가 올라가면 갈수록 희망도 함께 부푸는 모습이었다. 거리는 활기가 넘쳐났으며, 새로운 건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건설되고 있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중국 정부는 장강 상류 지역인 중경 지역의 수질개선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중경시에 2010년까지 총 투자액이 1백억 위안에 달하는 39개의 도시 오수 처리장 및 35개의 도시 쓰레기 처리장 건설 관련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환경오염을 심각하게 유발하는 업체에 폐업령을 내리는 등 싼샤 지역의 환경 보전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또 싼샤댐 지역의 수질환경 각 항목 지표를 실시간 체크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8천만 위안을 투입하여 능(陵), 만주(萬州) 지역에 3개 자동 수질모니터링 센터를 추가 건설, 중경시에는 장강(長江), 오강(烏江), 가릉강(嘉陵江) 등 지역에 모니터링 네트워크를 구축해 수질변화를 24시간 감시할 계획이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개선노력으로 불구하고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것 같다. 지난 7월 중순 호북성에서 열린 '싼샤댐 수질오염방지사업 회의'에서는 싼샤댐 주변 도시의 환경보호 기초시설 운영관리 메커니즘, 수면 부유물 처리 등으로 인해 싼샤댐 수질 개선이 쉽지 않다고 지적됐다. 먼저, 운영 중인 오수처리장, 쓰레기처리장은 아직도 규범화된 운영 메커니즘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 중점 도시, 진(鎭)의 오수처리장, 쓰레기 처리장의 건설진도가 느리다. 중점 기업의 오수 처리장 건설이 싼샤댐 건설 진도보다 느린 것도 큰 문제다. 싼샤댐 지역에 대한 환경 감시 능력에 한계가 있는 점, 싼샤댐 지류의 종합 처리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 것도 장애물이다.

<사진8> 001-016. 중경의 거리는 활기가 넘쳐났으며, 새로운 건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건설되고 있었다. 그러나 중경지역의 환경오염을 잡아내지 못하면 장강의 미래는 암울할 것 같았다

***'중국판 시화호' 우려되는 싼샤댐**

중경 지역의 환경오염을 잡아내지 못하면 장강의 미래는 암울할 것 같았다. 아직까지 환경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중경과 사천성 성도(成都) 등 대도시가 상류에 위치하고 있는 장강 상류가 '중국판 시화호'로 바뀔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지난 2001년 2월19일 산샤댐 타당성조사에 참여한 청화대학(淸華大學) 장광도(張光道) 교수의 견해를 소개했다. 세계은행 차관으로 건설중인 중경 지역의 폐수처리 시설이 완공되더라도 연간 11억8천만t의 산업 및 생활폐수 중 9억4천만t은 댐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엔 홍수 조절을 주요 목적으로 건설되는 싼샤댐은 장강에 거대한 '정화조'를 만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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