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예상했던 대로 KBS 국정감사에서 편향성을 집중 부각시키며 KBS를 몰아세웠다. 한나라당은 <미디어포커스>의 편향성과 토론 프로그램 사회자들의 편향 발언 등을 집요하게 거론하며 KBS의 공영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정연주 사장 “말 좀 합시다”, 초반부터 ‘샅바싸움’**
한나라당은 18일 KBS 본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초반부터 기선제압에 나섰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KBS의 업무보고가 끝난 직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들어오다 보니 여성 직원들만이 안내를 맡고 있던데 이는 성차별적인 업무배치가 아니냐”고 힐난했고, 이재웅 의원은 정연주 사장이 의원들의 발언 중간에 끼어 드는 행동을 문제삼아 정식사과를 요청하기도 했다.
박형준․심재철 의원은 자신들의 질의 중간에 정 사장이 답변을 하려고 하면 “질의 시간이 제한돼 있어 답변을 들을 시간이 없다”고 말문을 막았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내게도 답변할 시간을 달라”며 반박했고,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상적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KBS의 명예와 관련된 일”이라며 적극 해명에 나서 이를 제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형준 의원 “<미디어포커스>, 대표적 편파방송” 논란**
이날 박형준 의원은 “<미디어포커스>는 KBS의 편파성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집중포화를 가했다.
박 의원은 “몇 개월 동안 방영된 <미디어포커스>를 집중 모니터한 결과 최근 KBS가 보여주고 있는 친정부적 성향과 일부 보수언론 죽이기 등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실제로 지난 15일 방영분에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우 경쟁 신문사를 인수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신문시장을 개편하는 것만을 금지하고 있을 뿐 시장점유율을 근거로 규제하지 않고 있음에도 사실과 다른 왜곡보도를 내보냈다”고 따졌다.
이같은 박 의원 주장에 대해 KBS <미디어포커스>팀은 이례적으로 즉각 반박자료를 내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김용진 <미디어포커스> 기자는 “프랑스는 이미 84년 제도적으로 1개 신문사의 시장 점유율을 15% 이하로 규제했고, 이에 따라 현실 신문시장에서 2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신문사는 단 한 군데도 없다”며 “이러한 배경 아래 인수 합병의 경우에도 3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 것을 왜곡보도로 모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이계진 의원 “MBC 땅 투기 보도하라”, 때아닌 설전**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은 MBC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KBS의 비보도를 문제삼고 나왔다.
이 의원은 정 사장을 향해 “MBC-SBS 두 방송사가 ‘보도전쟁’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KBS는 왜 관련보도를 내보내지 않느냐”며 “MBC의 땅 투기 사실이 확인되면 반드시 보도할 의향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사실이 확인되면 보도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방송문화진흥회 국감에서 MBC 땅투기 의혹을 제기했던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곧바로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한 뒤 “엄연히 사실로 드러나 국감에서조차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안을 두고 ‘사실 확인’을 운운하는 것은 정치권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며 “국감에서 사실이 아닌 사안을 제기한 예를 들어 보라”고 정 사장을 몰아세웠다.
그러자 정 사장은 “발언에 오해가 있었다”고 한 발 물러섰으나 정 의원이 재차 추궁하자 “지난해 국감에서 내게 씌운 간첩혐의는 사실이냐”고 맞서기도 했다. 설전은 이미경 상임위원장이 속기록 삭제를 요청하면서 일단락 됐다.
***정 사장, “이라크파병 보도 왜 안하나” 질문엔 진땀**
정 사장은 국방부의 요청에 따른 이라크파병 비보도에 대해서는 진땀 섞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우리 장병 3천여명이 파병되는 마당에 가장 파급력이 큰 공영방송이 단지 국방부에서 날아든 서한 한 장 때문에 역사적 책무를 뒤로 한 채 이같은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며 “이라크에서 살해된 닉 버그의 아버지 마이클 버그의 내한 사실을 축소보도한 것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은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정 사장은 “당시 보도국 부장단 회의에서 치열한 의견수렴을 거쳐 국방부의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가, 손 의원이 “그렇듯 중요한 사안을 사장이 아닌 보도국 부장들이 결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라고 재차 질타해 할 말을 잃기도 했다.
손 의원은 “정작 누군가 우리 부대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면 그것은 해외, 특히 아랍권의 저항세력일 텐데 국내언론은 꽁꽁 묶어놓고 외신에게는 형식적인 보도자제 요청만 한다는 것은 결국 보도자제 요청이 국내의 파병반대 여론을 확산시키지 않으려는 의도에 지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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