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정의당, 전략투표에 기대지 말고 반 통합당연대에 앞장서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정의당, 전략투표에 기대지 말고 반 통합당연대에 앞장서라

[기고] 이명박근혜 시대로의 퇴행을 막기 위해

선거가 눈앞에 다가올수록 통합당 위성정당의 위력이 생생해지고 있다. 통합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의 스텝이 꼬이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국민들도 헷갈리고 짜증지수가 높아진다. 민주당은 현실론을 펴며 여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정의당은 외부의 선거연합제안을 물리치기 바쁘다. 보다 못한 시민사회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얽힌 비상한 상황을 풀겠다고 나섰다. 시민사회원로들은 먼저 선거연합정당안을 내놓았다. 플랫폼정당안이 뒤따랐지만 대동소이하다. 시민사회가 매듭을 제대로 자를 것인가, 스스로가 또 하나의 매듭이 될 것인가 기로에 서 있다. 전자는 반 통합당 선거연대가 구축돼 통합당의 힘이 최소화되는 것이고 후자는 시민사회의 선거연합 플랫폼정당이 본의 아니게 민주당 위성정당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 중심에 정의당이 있다.

민주당은 위성정당사태에 일차적 책임을 져야한다

정의당 문제를 풀기 전에 가장 큰 책임을 안고 있는 민주당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민주당이 초래한 위성정당 사태에서 책임져야 할 일들은 무엇인가?

첫째, 선거법개정의 주역으로서 하자가 많은 연동형선거제를 설계한 책임이다. 이른바 한국형 연동형선거제의 특징은 첫째, 연동비례율 50%로 내려서 군소정당의 미달의석 보충을 50%만 해주고(정당득표율보다 20석이 모자라는 군소정당에게 10석만 보충해주겠다는 횡포다), 둘째, 군소정당의 미달의석 보충을 위해 비례의석을 최대 30석까지만 사용하고 나머지 비례의석 17석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나누며(정당득표율이 높은 거대양당이 많이 가져간다), 셋째, 의원정수를 고정시켜서 거대양당의 초과의석을 100% 인정하는 등 3중 희석장치를 달아 연동형선거제를 최대한 약화시킨 데 있다.

민주당이 국회의석 300석 중 고작 30석으로 뒷받침될 뿐인 무늬만 연동형선거제를 만들어낸 이유는 자당의 기득권을 최대한 보장받는 일방 정의당의 원내교섭단체화는 최대한 불확실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실은 정개특위에서 의원정수 고수방침에 합의가 이뤄진 때가 결정적이었다. 의원정수 고수가 국회불신의 압도적 여론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또 다른 압도적 여론에 따라 국회의원세비와 보좌관수 감축 등 최소한의 국회특권비리 축소입법안을 선거제개혁안과 함께 묶어 정치개혁패키지로 내놨어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당이 자한당을 압박할 수 있었고 의원정수와 비례의석을 늘려서 누더기 연동형선거제를 만들지 않을 수 있었다.
둘째, 민주당은 선거법개정안의 의원정수 300석 중 지역구의석을 253석(84.3%)이나 둠으로써 거대양당이 정당득표율보다 지역구의석수를 더 많이 획득할 가능성을 100% 열어 놨다. 결과적으로 거대양당은 연동비례의석(30석)을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하게 됐고 이것이 자한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이끈 제도유인으로 작용했다. 한국형 연동형의 설계하자는 정의당 등 제3당 의석수만 줄어들게 한 게 아니었다. 위성정당 창당반칙으로 민주당의 제1당 지위마저 위협받게 되었다. 잘못된 제도설계로 반 통합당 세력 모두를 곤경에 빠뜨린 민주당 책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셋째, 민주당과 정의당 공히 책임을 반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면 개정선거법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양당 모두 연동형 논의과정에서 인지하고서도 설마하며 방심한 나머지 위성정당금지법안을 만들어내지 않은 점이다.

작금의 정치블랙코미디가 근본적으로 민주당 탓이 8할이 넘는다면 민주당은 위성정당 창당을 방지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그에 걸맞은 부담을 져야 한다. 당연히 현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민주당은 통합당처럼 노골적인 위성정당을 만들 수도 없고 만들어서도 안 된다. 민주당이 선거연합 플랫폼 정당 참여를 저울질하는 이유다. 그런데 정의당은 현재 참여거부입장을 밝힌 상태다. 만에 하나 민주당이 ‘정의당 없는’ 선거연합당에 단독 참여한다면 그건 선거연합당으로 위장한 민주당의 위성정당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방안이 안 된다고 하면 민주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민주당은 첫째, 비례포기를 선언하고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그 대신 소수당 중심 선거연합정당과 반 통합당 선거연대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차선책으로 민주당이 선거연합 플랫폼당에 참여할 경우에는 민주당 몫 비례의석을 최대 6석 이하, 좋기로는 입법실패와 정치혼란에 책임을 진다는 뜻에서 3석 정도로 최소화해야 한다. 이쯤 되면 선거연합 플랫폼당 참여에 대한 정의당의 전향적 고려가 가능할 수 있다. 그래야만 반 통합당 선거연대도 가능해진다. 민주당의 선택지는 명확하다.

정의당은 반쪽짜리 대의명분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더기 연동형의 최대피해자는 정의당이지만 정의당 역시 선거제를 누더기로 만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적어도 오늘 이 사태를 맞이한 정의당은 온전히 통합당이나 민주당만을 탓할 수 없는 자업자득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정의당 역시 자당의 의석수 득실만을 따지는 철저한 자당 중심주의에 서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의당은 상대적으로 대의와 가치를 중시해온 이념정당의 전통이 있다. 정의당은 위성정당 헌법소원까지 낸 마당에 비례전용 위성정당의 변형으로 보이는 선거연합 플랫폼 당에 몸을 실을 수 없다는 명분고수 입장이 강하다. 대의명분은 정당존립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정의당이 놓친 것이 있다. 정의당의 명분론은 실은 반쪽짜리 명분론에 불과하다.

정의당지도부는 국민이 현명하게 판단해 전략적으로 투표할 테니 국민을 믿고 당당하게 가자는 입장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통합당이 제1당이 될 수도 있는 위기상황에서는 유권자들의 전략투표가 더 유효해질 거고 그 대상은 정의당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역시 내심 이를 기대하고 있으리라. 과연 그런가. 거꾸로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이미 연동형선거제가 도입돼 정의당도 자기 몫을 제도적으로 보장받을 길이 열렸다. 이제 민주당지지자들이 일부러 표를 줄 이유가 사라졌다. 둘째, 민주당이 통합당과 ‘20점 접바둑’을 두는 상황에서 단 한 석이 아쉬운 민주당지지자들은 병립비례의석을 하나라도 더 확보할 생각으로 민주당을 찍지 정의당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민주당지지자들은 이번에 정의당에 정당투표를 해줄 이유도, 여유도 없다.

설령 전략투표가 현실이 된다 해도 규범적인 문제는 남는다. 전략투표는 사표방지 기타 전략목표를 위해 지지정당이 아닌 제3당에 투표하는 것을 의미한다. 타 당 지지자의 ‘현명한 판단’에 의존하는 선거전략은 정의당이 지키고자 하는 연동형비례제의 대의명분에 맞지 않는다. 연동형선거제의 취지가 유권자에게는 사표부담 없이 지지정당을 선택하도록 만들어주고 정당에게는 다른 당의 지지표 없이 자기 실력으로 유권자 지지를 확보하라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 지도부와 지지자의 ‘분할투표’ 기대는 정당투표에서 민주당을 찍으면 사표가 된다는 민주당지지자들의 생각에 기초한다. 널리 퍼져있는 이런 생각은 명백한 오류다. 낙선후보들에게 던진 모든 표가 사표로 전락하는 지역구선거와 달리 연동형선거제의 정당투표에는 사표가 있을 수 없다. 지지정당에 주는 한 표 한 표가 정당득표율을 만들어내고, 정당득표율이 정확하게 의석점유율=의석수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정당투표에는 본래 사표가 없다.

정의당이 선거연합 플랫폼 정당 참여를 연동형선거제의 취지에 어긋나는 위성정당 우회꼼수라고 거부하는 이상 연동형선거제의 취지에 똑같이 어긋나는 민주당지지자의 전략투표나 ‘현명한 판단’에 정치명운을 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만약 정의당 지도부와 지지자가 민주당지지자의 사표심리를 건드려서 전략투표를 유도함으로써 정당득표율을 올리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면 바로 폐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요컨대, 연동형선거제 아래서 국민의 ‘현명한 전략투표’를 믿자는 주장은 유권자에게 반칙을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연동형비례제 원칙을 훼손할 수 없기 때문에 선거연합정당 참여를 반대한다는 주장이 반쪽만의 진실에 지나지 않는 이유다. 정의당의 대의명분 지키기 역시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 정의당을 비롯한 반 통합당 세력의 가장 큰 대의명분은 연동형비례제를 지키자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연동형선거제 그 자체가 아니라 그를 통해 성취하고자 했던 큰 대의명분을 바라봐야 한다. 정의당의 원내교섭단체화를 이뤄내서 중도-진보중심 다당제 합의민주주의의 길로 나아가며 그 길을 가로막는 최대장애물인 통합당의 힘을 최대한 빼야한다. 위에서 현명한 유권자의 전략투표 촉구방안을 배제했으므로 이제 남는 옵션은 플랫폼 정당방식의 선거연합이다. 정의당은 지금처럼 연동형선거제 수호에 매달리지 말고 제1원칙으로 반 통합당 선거연합을 내세우고 주도해야 한다.

시민사회 선거연합 플랫폼 정당의 과제

반칙 위성정당의 등장으로 다당제와 합의정치 길이 막힐 위기에 처했다. 정치발전은커녕 오히려 이명박근혜 시대로의 퇴행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 이 위기상황에서 정치적 이해로부터 자유로운 시민사회가 나서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왜 정당형태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위성정당 반칙과 그로 인해 수구보수의 준동 가능성이 열리게 된 것은 누더기 연동형을 만들어낸 민주당, 정의당 등 정치권의 일차적 책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를 방지할 제도적 해법으로 위성정당금지법을 만드는 것 역시 이들 제도정치권이다.

도둑이 들어왔을 때는 도둑부터 잡는 게 우선이다. 너는 도둑질을 하지만 나는 도둑질 같은 건 안 하는 사람이라고 소리질러봤자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선거연합 플랫폼당은 이런 점에서 정당방위 성격을 갖는 것이며 도둑이 훔친 재물로 이후 떵떵거리며 살지 못하게 하기 위한 방안이다. 반 통합당 선거연대 실패는 통합당과 수구언론에 먹이를 던져주는 것일 뿐 아니라 오히려 민주진보 진영에 상처를 남겨 안 하느니만 못 한 게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 점에서 민주당, 정의당은 물론 선거연합 플랫폼당을 관리해야 할 시민사회의 어깨가 무겁다. 선거연합 플랫폼 정당의 임무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반 통합당 정당들, 특히 민주당과 정의당이 자당 중심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선거연합 플랫폼 정당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에게는 비례포기를 요구하고 정의당에게는 반 통합당 연대 참여를 요구해야 한다.

둘째, 둘로 나뉘어 있는 선거연합정당과 플랫폼 정당은 즉각 통합해야 한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를 요구하는 시민사회가 스스로도 연대하지 못하면 어떤 권위도 행사할 수 없다. 시민사회는 오로지 도덕적이며 정치적 권위에 의해 움직일 수 있을 뿐이다.

셋째, 선거연합 플랫폼 정당은 현시점 정당 간 연대를 통해 반 통합당 연대 전선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행여 시민사회의 제도정치권 진출 기회로 삼겠다는 의도를 눈곱만큼도 갖지 말아야 한다.

넷째, 비례후보 심사와 선정, 순번결정 등 정당업무에 대해서도 시민사회 창당주체들의 관여를 최소화해야한다. 정당이 갖는 자기논리상 온전한 대의 추구가 어렵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그 도덕적 권위로 이를 강제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진정으로 통합당 확대를 막고자 한다면, 진정으로 이명박근혜 시대로의 회귀를 저지하고자 한다면, 진정으로 개혁입법을 추진할 민주진보 주도국회를 원한다면 민주당과 정의당은 자당중심주의에서 벗어나서 공통의 대의를 매개로 연합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반 통합당 총선연대를 최대한 지원 지지하자.

곽노현 국회를바꾸는사람들 대표는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