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조미료에는 '쇠고기'가 없다?"

서울환경연합, "천연 성분보다 화학 성분이 5~6배 많아"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각종 조미료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술한 식품 표시 기준 때문에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쇠고기 조미료'에는 쇠고기가, '멸치 조미료'에는 멸치가 거의 들어 있지 않고 화학 첨가물만 가득한 데도, 제품명에는 '쇠고기'나 '멸치'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쇠고기' 조미료, 쇠고기 성분은 3%, 화학 성분은 5~6배나"**

시민의 먹을거리에 대해서 계속 문제제기해 온 서울환경연합이 이번에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복합 조미료의 소비 및 성분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쇠고기 조미료' 또는 '멸치 조미료'에는 제품명에 표시된 쇠고기나 멸치와 같은 천연 성분 함량 비율은 3~7%인 반면, 화학 첨가물의 양은 15~22%로 최고 5~6배에 이르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이 D사와 C사에서 제조한 '한우', '버섯, '쇠고기', '해물', '조개', '멸치' 등이 제품명에 포함된 천연 성분 함량을 확인해본 결과 한우 농축액(3.7%), 버섯 분말(5.6%), 조개ㆍ멸치 분말(7.1%) 등과 같은 천연 성분의 함량은 3~7%에 불과했다. 대신 화학 첨가물인 L-그루타민산나트륨의 함량은 15~22%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환경연합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천연 성분의 이름만 보고, 화학 조미료가 아닌 천연 조미료로 오해하거나, 최소한 화학 성분보다는 천연 성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이 때문에 1990년대 중반 이후 화학 조미료를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화학 조미료 시장이 확대돼 왔다"고 지적했다.

***"식약청, 허술한 식품 표시 기준 때문"**

이렇게 실제로 그 함량이 미미에도 불구하고 '쇠고기'나 '멸치'를 제품명에 쓸 수 있는 것은 식약청의 허술한 식품 표시 기준 때문이다.

현재 식약청이 고시한 '식품 등의 표시 기준'에는 "특정 성분을 제품명 또는 제품명의 일부로 표시하기 위해서는 그 특정 성분의 성분명과 함량을 성분명 표시란에 표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성분 함량에 대한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쇠고기가 1%도 포함 안 돼 있어도, '쇠고기 조미료'를 제품명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환경연합은 "식약청은 소비자의 오해를 야기할 수 있는 이 규정을 빠른 시일 안에 개정해 특정 성분 함량에 근거해 제품명을 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환경연합은 또 "해당 제품들이 '소비자를 오도하거나 혼동시키지 않도록' 제품명을 표기하도록 하고 있는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에, 과대ㆍ과장 광고 여부를 검토해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이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