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의 신념과 상상력으로 재탄생한 가상인물 홍길동.
홍길동은 세종 때 홍판서의 시비 춘섬의 몸에서 태어난 천민의 신분 얼자(孽子)였다. 어려서부터 영특했던 그는 병법과 도술을 익혀 큰 인물이 되고자 했지만, 천한 신분 때문에 과거를 볼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집안에서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등 온갖 설움을 감내해야 했다. 더욱이 그의 비범한 재주를 시기하던 소실 곡산댁이 자객을 시켜 죽여 없애려 한다.
"고발을 당해 고발을 당했다"는 기사를 썼다. 그런데 그 고발을 당한 당사자인 총선 예비후보가 이를 '허위사실과 가짜뉴스'라며 "무관용, 강력한 법적 조치 취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고발을 당했는데도 고발을 당했다고 기사를 쓰지 못하면 이것이야말로 '홍길동' 같은 기자가 되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 아닌지 묻고 싶다. 홍길동에게 자객을 보낸 것과 같이 이른바 '자객' 같은 '보도자료'로 겁박하고 나선 것이나 매 한가지이다.
지난 4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내고 전북 전주 병 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예비후보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된 사실을 고소 내용과 함께 보도했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지난 3일 밤 서울중앙지검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고발장을 접수했다는 내용을 토대로 '팩트'에 의한 스트레이트 기사였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상태에서 또 고발을 당한 것이다.
고발장이 접수돼 고발이 됐다는 이 기사에 대해 김성주 예비후보는 보도자료에서 "허위사실에 근거해 반복적으로 보도한다면서 엄중히 경고하고, 강력한 법적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주 예비후보가 말하고 있는 허위사실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고발도 되지 않았는데 언론이 고발을 당했다고 말한 것이 허위사실인지 말이다.
다시 '홍길동' 이야기로 돌아와 마무리하고자 한다.
감영의 재물을 빼앗긴 함경감사가 조정에 장계를 올려 홍길동을 고발하자 조정에서는 좌·우포청에 명령을 내려 홍길동을 체포하게 했지만, 신출귀몰한 홍길동의 활약에 관군은 매번 '헛수고'만 되풀이한다. 우포장 이흡은 그를 잡으려다 신기막측한 도술에 휘말려 우롱당하기까지 한다.
사실만을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을 '가짜뉴스' 운운하고 치부하는 '헛수고'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한다. 홍길동 같은 도술에 휘말려 우롱당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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