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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라인 요식 공개, 실제 견학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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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라인 요식 공개, 실제 견학시간 '30분'

삼성 "'의혹'은 잠재워지기만 기다릴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아"

삼성이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혈병·림프종에 걸리거나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15일 처음으로 반도체 공장 라인을 공개했다. 삼성은 앞으로 '의혹' 해소를 위해 당시 근무환경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하고 유가족과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간 제기됐던 의혹에 대해 새로운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삼성은 이날 기자 90여 명을 대동하고 경기 용인에 있는 기흥공장의 5라인과 S라인을 공개했다. 1993년에 세워진 5라인은 지금은 폐쇄된 1~3라인과 삼성LED로 이전된 4라인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된 라인으로 각종 센서에 쓰이는 200㎜ 웨이퍼를 생산한다. S라인은 2000년대에 세워진 최신식 라인으로 300㎜ 웨이퍼를 생산한다. 구식라인과 최신식 라인을 대비해 보여줌으로써 근무환경에 큰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하지만 백혈병 사망자가 발생했던 1~3라인은 이미 폐쇄된 상태다. 5라인 역시 대부분의 기기가 새로운 기기로 변경돼 단순한 공장 견학으로 의혹이 해소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정밀한 역학조사가 필요한 사안에 비전문가인 기자들이 동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서초 삼성 본관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향해 반올림 등 인권단체들이 "삼성은 쇼하지 말고 직업병 인정하라"라는 피켓을 흔든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 "백혈병 발병 관련 재조사 들어갈 것"

공장 견학에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조수인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은 "오늘은 모든 문제를 꺼내 놓고 잘못 알려진 부분이 무엇인지 충분히 설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설명회와의 별로도 국내 학술기관과 의료기관에 의뢰해 컨소시엄을 구성, 재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선용 인프라 지원센터장은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병에 걸려 숨진 故 황유미 씨의 근무환경과 관련 "황 씨가 작업하던 3개의 수조에는 각각 과산화수소, 불산 및 불화암모늄, 초순수물만이 담겨 있어 발암물질은 없었다"며 "안전담당 관리자의 감독 아래 작업복과 보안경, PVC장갑 등을 필수적으로 착용하게 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황 씨의 사망 이후 실시된 역학조사와 2008년 국정감사 때 폭로된 벤젠 검출에 대해서는 "1차 조사에서 검출된 방사선은 자연상태에서 나오는 방사선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2차 조사에서도 작업환경과 사망률간의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고 나왔다"며 "벤젠이 검출되었다는 조사 결과 역시 대기 중이 아닌 시료에 일부 함유되었다는 것으로 우리가 따로 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벤젠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삼성 측은 이어 화학약품과 설비를 납품하는 업체 대표의 인터뷰 영상 등을 화면에 띄우며 화학물질에 발암물질이 함유되지 않았고, 기계장치 역시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작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세계 최초' 라인 공개, 요식행위 그쳐

삼성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지되고 있는 공정라인과 발병한 노동자들이 근무한 라인의 근무환경이 같을 수는 없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한 기자는 "(문제가 된) 3라인을 역학조사 기간에 2년 동안이나 보존했는데 그 당시 현장을 공개하고 의혹을 씻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조사를 받는 중이어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고 지금은 항간에 유포되는 여러 의혹들이 잠재워지기만 기다릴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는 다소 옹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공장 견학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다른 기자는 "현재 보려는 라인은 수 년 전과는 다른 상황인데 당시 피해자들이 보호장구를 제대로 쓰고 작업수칙을 지키는 환경이었는지 알 수 없다"며 "공장에 오긴 했지만 그런 점을 제대로 볼 수 있을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안전 담장자의 과실이나 규정 위반사례 건수를 묻는 질문에 삼성 측은 "사업장이 넓어 감독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화학물질만큼은 다른 사안보다 최우선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계속해서 감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도체 공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생리 불순이나 탈모 등이 많다는 의혹과 관련 실태조사 실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삼성 측은 "산업안전공단의 2차 역학조사 당시 암질환 통계분석에서 여성 근무자는 보통 사람과 동등한 수준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는 동떨어진 답변을 하기도 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이 노동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노사 협의회가 구성되어 있어 근무자들의 의견을 받고 조언도 듣는다"며 "노조가 없다고 사원과 협의가 없는 것은 아니며 임직원들의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외신기자는 "일본에서 1970년대 일어난 미나마타 병 사건은 처음엔 관련 회사와 지자체, 국가가 모두 부정하다가 30년이 지난 2000년대에 들어서나 인정했다"며 "같은 사건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이 상황에서 삼성은 디스플레이 부문까지 포함해 우려되는 부분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조수인 사장은 "오늘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보진 않는다. 시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1시간 예정 견학, 대기시간 등 제외하면 견학시간 30분도 안 돼

간담회 이후 이어진 라인 견학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유가족과 반올림 측의 우려대로 '요식행위'에 그쳤다. 대규모의 기자단이 동행한 탓에 삼성 측은 조를 나눠 6명씩 들여보냈고, 각 조는 라인에 배치된 각 공정 당 몇 초가량 둘러본 후 자리를 떠나야 했다. 약 10분에 걸쳐 진행된 5라인 견학에서 근무자 개개인의 근무 상황을 확인할 여유도 없었다. 라인에 진입해서 나오기까지는 30여 분의 시간이 걸렸지만 대기 시간과 방진복 착용 시간 등을 제외하면 실제 생산 라인을 보는 시간은 10여 분에 그쳤다.

▲ 방진복을 착용한 기자들이 5라인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의혹 해소라는 취지와 달리 5라인의 실제 견학은 '둘러보기'식에 그쳤다.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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