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 대중골프장에서 '공짜 골프'를 즐겨온 우리사회 고위층의 명단이 일부 공개됐다. 여기에는 현정부의 차관, 군부의 중장-준장, 대통령 측근, 방송-신문사, 총리실, 국가정보원, 감사원, 서울시,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우리 사회의 내로라 하는 권력들이 즐비했다.
***현역차관-군-언론-국정원-감사원-총리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11일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서울시 사이의 법정분쟁으로 완공후 1년여째 개장조차 못하고 있는 난지도골프장에서 코스점검을 명분으로 '공짜골프'를 즐겨운 3천여명의 인사들 가운데 지난 4월4일~5일(일요일,공휴일), 4월25일(일요일), 5월5일(공휴일), 5월8일(토요일) 등 닷새동안 골프를 친 것으로 추정되는 '코스점검 라운드 시간별 예약자 명단'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 명단에 따르면, 우선 정부에서는 신현택 여성부차관(당시 문광부 기획관리실장)이 지난 4월25일과 5월5일 두차례 골프장을 이용했다. 총리실의 김덕봉 공보수석 비서관은 5월5일, 김관수 정무담당 비서관(당시 직함)은 4월25일 자신의 명의로 예약을 했다.
군에서는 권영기 국방대학교 총장(육군 중장)은 지난 5월8일, 김광철 안보대학원장(육군 준장)이 같은 날 골프장을 이용했다.
언론계에서는 KBS보도본부 명의로 4월25일, 국민일보는 5월5일 예약이 돼 있었다.
대통령 측근인사로는 노무현대통령 후원회장을 맡았던 이기명씨가 대표로 있는 문화네트워크의 이사 이기택씨가 4월25일과 5월5일 두차례 예약을 했다. 이기택씨는 노대통령 후보시절인 2002년 문화예술특보를 지냈던 인사로, 최근 한국고속철도(KTX) 개통식 행사 대행업체 선정과정에 수천만원을 받고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상태다.
감사원과 마포구청은 5월8일 익명으로 예약해 골프를 쳤으며, 국정원 소속 백모씨도 4월25일 '안기부' 명의로 예약했다.
난지도 골프장이 소속돼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의 박용재 상무이사, 손동호 올림픽파크텔운영본부 사장, 박종문 경륜운영본부 사장, 유모열 전 체육진흥투표복권사업단장, 임번장 한국체육과학연구원장, 임병태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기획조정실장 등도 수차례에 걸쳐 예약을 하거나 골프를 쳤다.
이밖에 이 명단에는 유명 전직 국회의원과 이름이 같은 이모씨, 유모씨의 이름이 등장하기도 했다.
***3천여명 공짜골프 즐겨**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01년 7월 서울시와 계약을 맺고 지난해 10월 9홀짜리 대중골프장 공사를 완료했고, 지난 6월21일 준공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공단측이 당초 1만5천원으로 계약했던 1인당 골프장 이용료를 3만3천원으로올려달라고 말을 바꾸면서 서울시와 갈등이 시작됐고, 서울시는 이에 지난 3월 골프장을 서울시가 직접 운용하겠다며 마포구청을 통해 지난 6월초 공단측이 제출한 등록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공단측은 이에 반발해 서울시와 마포구청을 상대로 법정소송중이다.
현재 골프장은 서울시에 의해 임시사용 승인마저 거부돼 골프장 개장을 불법이며 일반인의 출입도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측은 '1차 코스점검 기간' 명목으로 지난해 11월9일부터 12월28일까지 25일간 7백35명, '2차 코스점검 기간' 명목으로 올 1월7일부터 4월25일부터 19일간 1천59명, 5월1일부터 17일까지 17일간 1천2백31명 등 도합 3천25명을 받아들여 공짜로 골프를 치게 했다.
그동안 공단측은 이들 공짜골프 이용자 명단을 거부를 거부해왔으나, 심재철 의원이 닷새치 예약자 명단을 입수해 공개함으로써 권력측이 공짜골프를 즐겨왔으리라는 세간의 관측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한국 권력층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어느 수준에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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