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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네"

[중국환경 심층르포] <3> '사막화의 현장' 시린궈러맹을 찾아서

내몽골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창베이'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창베이의 아침은 중국의 어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거리는 활기가 넘쳤다. 거리에는 자전거와 오토바이, 차량들이 뒤섞여 북적거렸다. 채소를 가득 실은 트럭의 행렬, 오토바이의 경적소리, 도시전체가 공사장이라도 해도 될 만큼 도시 정비 사업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촌향도' 현상 심각한 중국, 빈집 많아진 농촌**

내몽골 자치구의 중부에 위치한 시린궈러맹(盟)으로 향했다. 이곳은 주룽지 총리가 직접 방문해 사막화 방지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한 곳이다. 창베이를 벗어나자마자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을 만날 수 있었다. '일망무제'라도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가도 가도 대평원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길가로 보이는 농촌 마을들은 과거 번성기를 말해주듯 가가호호 규모를 갖추고 있었으나 지금은 초라했다. 기와와 흙으로 만든 지붕과 담장은 허물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 사이로 노란 해바라기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몇몇 집에서만 아침 준비가 한창인 듯 굴뚝에서 연기가 피워나고 있었다. 농촌의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버리고 도시로 떠난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 1>

창베이에서 서쪽으로 20㎞떨어진 곳에 인공 초림이 형성되어 있었다. 내몽골 자치구와 인접하다는 것을 암시하듯 중국어와 몽골어가 나란히 새겨진 푯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길가에 세워진 안내문은 "지난해 완성된 초림의 면적은 10.6㎢, 여기에는 수자원 보호림과 계단식 밭, 작은 저수지 등을 포함되어 있다"는 정보를 알려줬다. 인공 초림을 조성하기 위해 임업 기술자와 일반 노동자를 포함해 20만5천800명이 참여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초원에는 소와 양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어른 가슴 높이의 울타리가 처져 있었다. 인공 초림이 조성되어 있는 곳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에서는 한 무리의 양떼를 만날 수 있었다. 길게 뻗어져 있는 고속도로와 울타리 사이에 자라고 있는 풀들을 뜯고 있었다.

<사진2>

***중국은 지금 '공사중', 곳곳에서 대규모 토목공사**

내몽골에 위치한 '태기'와 '하비로카' 등의 도시들은 하나같이 대규모 토목공사 현장을 방불케 했다. 현 정부 청사, 공안부 청사 등 지방 정부의 핵심 건물의 청사 신축 공사가 한창이고 여기에 맞추어 도로 확장 공사도 이어지고 있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거대한 규모여서 낯선 여행객을 놀라게 한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슈마허의 말은 적어도 지금 중국에서는 통하지 않은 듯 했다.

<사진3>

'하비르카'를 지나 30분 정도를 달리자 초원에서 모래 언덕들이 눈에 들어왔다. 녹색 초원에 쥐 파먹은 듯 하고 있는 봉우리마다 모래 채취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최근에 형성된 듯한 모래 언덕에는 주변도시의 건축 붐을 말해주듯 모래 채취가 이루어진 흔적들이 목격되었다. 모래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쉴 새 없이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모래를 인근 고속도로 건설 현장으로 옮기는 중이었다. 또한 초원 곳곳에서 벽돌 공장들이 포크레인과 불도저를 이용해 열심히 초원을 파헤치고 있었다. 붉은색 벽돌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흙의 대부분이 내몽골의 초원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었다.

함께 동행한 이강 연변녹색연합회 회장은 "중국정부가 내몽골 초원을 파헤쳐 벽돌을 만드는 것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해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이곳까지 단속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단속을 해야 할 지방 정부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 정부들이 도시 정비 사업을 실시하면서 많은 양의 벽돌이 필요하게 되었고 불가피하게 초원을 파헤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진4>

***토목공사에 '사막화 방지 대책'은 공염불**

결과적으로 중국의 크고 작은 도시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대규모의 건축물들은 초원을 파헤쳐 생산된 벽돌들과 모래로 만들어진 꼴이다. 한편에서는 사막화 방지를 위해 중국 정부가 열심히 나무를 심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벽돌 공장을 생산하는 향진기업에 의해 초원이 파헤쳐지고 있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중국 정부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초원은 마치 피부에 버짐이 퍼지듯 확산되어 초원 파괴를 부채질하고 있었다. 한국에서처럼 자원의 개발과 관리 이용을 담당하는 부처는 있지만 이들 부처의 정책 우선순위가 자원의 개발과 이용에 초점을 맞출 뿐 개발과 이용을 제한하고 규제하는 보전 정책은 등한시해오고 있음을 내몽골의 대평원에서 읽을 수 있다. 내몽골 초원 면적은 1960년대 13억2000만무(1무=약 200평)였다. 이것이 1980년대 11억8000만무로 줄었고, 오늘날 이용 가능한 목장 면적은 5억8000만무에 불과하다. 30년 동안 초원면적 56%가 준 것이다. 내몽골 자치구 전체 면적의 80%는 퇴화하고 있다. 이 사막화 현상으로 내몽골이 입는 손실은 인민폐 180억위안에 달한다.

<사진 5>

내몽골 자치구의 중부에 위치한 시린궈러맹(盟)의 한복판에 도착하자 곳곳에서 사막화의 조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북경과 가장 가까운 초원지대이다. 21세기 인류에게 가장 큰 재앙 중 하나인 사막화의 조짐을 내몽골의 한복판에서 만난 것이다.

곳곳에 모래 언덕이 드러나 있었고 새로운 모래 언덕이 들불처럼 퍼지고 있었다. 모래에 묻혀 겨우 지탱하고 있는 초목은 가끔씩 불어오는 강풍에 쓸려 내리고 있었다. 물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건조해 있는 흙에서 식물이 생육한다는 자체가 신기하다. 방목과 연료 채취 및 개간으로 인한 초지 훼손은 사막화를 늘렸다.

시린궈러 전체에 걸쳐 초원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이 현상이 심각하다. 1985년 퇴화면적은 1억4400만무, 초원 전체면적 2억9500만무의 48.63%, 1999년 퇴화면적은 1억9200만무, 64%를 차지한다. 시린궈러맹은 총면적 20만3000㎢, 총인구 92만명, 그 중 농업인구 57만3000명. 그러나 농지 면적은 총면적의 2%도 안 된다.

<사진6>

***먹고 살기 힘든 중국인, "사막화 걱정은 남 일"**

사막화 방지를 위해 주룽지 총리가 방문한 '뚜어룬'를 찾아 나섰다. 사막화와 모래 폭풍으로 고통 받고 있는 내몽골의 시린궈러 사람들에게 중국 총리가 직접 방문했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인 의미가 있기에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막연한 기대감은 일순간에 무너졌다. 어마어마한 면적의 시린궈러에서 방문 흔적을 찾는다는 것은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았다.

일요일이라 지방정부는 문을 열지 않았고, 주유소와 식당을 돌며 물어보았지만 허탕이었다. 하루하루를 지친 삶을 이어가기에 힘들어하는 이곳 사람들이기에 사막화 문제의 심각성과 총리 방문지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하는 투다. 어렵게 총리 방문 당시 현지 동행해서 현장사진을 찍은 '사진사'를 찾을 수 있었다. 뚜어룬에서 남쪽으로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우뚝 솟은 비석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지난 2000년 5월 사막화 현상 지역을 시찰한 주룽지 총리의 흔적은 "사막화 방지는 한시가 급합니다. 녹색장벽을 꼭 세웁시다."라는 내용의 비석으로만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사막화 방지를 위한 중국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이 비석이 오히려 인간의 어리석음을 질타하는 부메랑이자 인간 회개의 기념비로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환경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주룽지 총리는 사막화 현상이 일어나는 이곳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사진7>

***긴박한 중국 정부, 거대 '생태 프로젝트' 시작했지만...**

사막화를 '자연 생태적 변화'라며 국제적 협력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던 중국이 자세를 바꿔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1998년 양자강 대홍수를 겪은 후 중국 중앙 정부 지도자들이 각성한 데 있다. 3천명 이상의 생명을 잃고 인민폐 수천억위안에 해당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당한 후에야 생태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당시 주룽지 총리는 양자강 상류 지역의 '퇴경 환림 정책'을 지시했고, 이것이 바로 사막화 방지 정책이 본격화된 출발점이다. 퇴경 환림 정책은 사막화와 토지의 황폐화 추세를 억제하기 위해 사막화 지역에 농․목축업의 경제활동과 출입을 금지하고 생태환경을 복원하는 대책으로 중국정부가 내놓은 특단의 조치였다.

중국정부는 급속히 확대되는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 이미 1980년대 초부터 사막화와 모래먼지 폭풍의 억제를 목표로 한 '산북방호림(三北防護林) 프로젝트'를 실시해 오고 있다. 약 20여년간 진행된 사업으로 중국의 서북 지역, 화북의 북부 지역, 그리고 동부의 서부 지역 등 전 국토의 42.4%에 해당하는 13개성 406만9천㏊의 조림 사업을 실시하여 사막화 방지에 일정한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건조한 기후와 인위적인 초원 파괴로 인한 사막화 증가 추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서부 지역의 사막화 속도는 이미 우려 수준을 넘었고, 내몽골 등지도 계속해서 사막화의 속도가 줄지 않고 있다.

<사진 8>

지난 8월6일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내몽골 생태 악화 추세를 되돌리기 위해 1998년부터 생태환경 종합처리, 수토보호, 퇴경환림·퇴목환초(退耕還林退牧還草, 경지를 반납하고 목축을 금지하여 원래의 산림과 초원으로 회복시킨다), 천연림 자원 보호 등 8대 생태 건설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투자 금액은 2010년에는 1백20억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태 건설 프로젝트는 현지 농민들에게 1인당 평균 4백위안 정도의 수입을 올렸고 황사 현상은 기존의 매년 20회에서 올해의 10회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자랑했다.

***중국, 황사 이유로 한국 정부에도 도움 요청해**

봄철의 불청객으로 불리우는 황사 문제로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 역시 중국의 사막화 방지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2000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서부 대개발 정책'를 발표한 중국의 주룽지총리는 그 해 10월 한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에서 지원을 요청했다. 2001년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도 중국은 '서부 생태복원 50개년 사업'에 지원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고비사막과 내몽골 등 황사 발생지에 방지림 조성사업에 참여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01년부터 5년간 5백만달러를 투자하는 서부지역 조림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중국의 조림사업 지원은 한국 국제 협력단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북경인근의 미원 조수지 조림 사업을 완료해 평가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막화를 막고 황사를 막기 위해 조성되는 서부 조림 사업은 신장 자치구를 비롯하여 감숙성, 내몽골, 영화회족 자치구와 귀주성 등 서부 5개성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조림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조광걸(한국국제협력단 중국사무소)부소장은 "중국정부에서도 한국의 조림기술자체에 대해 우수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활착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묻는 필자에게 그는 "1년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6개월 전에 심은 신장자치구의 투루판시 조림 사업의 경우 93%정도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며 "조림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을 평균으로 나누어보면 한 85%정도는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조광걸 부소장>

그는 "중국의 사막화는 황사 바람을 통해 한국에도 피해를 끼친다"며 "중국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다음 세대가 겪을 황사의 고통을 막는다는 사명감으로 한 그루 한 그루 심고 있다"고 말했다. 올 7월부터 조림사업을 전담하는 직원이 파견되어 체계적인 관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중국 정부에서도 우리가 조성하고 있는 조림지에 울타리를 세우고 경비원을 고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황사 속의 학교 :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하고**

모래 바람은 중국인들에게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됐다. 모래 바람은 세계로 도약하는 중국에게 잿빛 미래를 예고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연히 펼친 <2002 중국 인류 발전 보고>에 실린 글을 보고 든 생각이다.

북경에서 1백80㎞ 떨어진 화북성 선화현에 위치한 선화고급중학교는 가장 심각한 황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2000년 3월 천안문에서 발견된 황사의 발원지 중의 하나로 알려진 황량탄과는 불과 1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모래와 바람은 선화 고급 중학교 학생들이 매일 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다. 한 학생은 "매년 바람은 2월부터 불기 시작하여 매차 대략 1주일동안 지속되는데 공중은 모래로 가득차 있다. 학교 가는 것 마저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수업과 교외 활동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바람 부는 상황을 보아서는 악화되고 있다.

설 교감은 "우리는 해마다 학교 주변에 나무를 심고, 학교에서도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배워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가 느끼기에는 우리의 힘과 도움으로는 강력한 북풍을 이겨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총체적인 환경의식이 낮아 많은 나무들이 잘려나가거나 새로 심은 나무들은 죽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이 지역에는 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신정부 수립후 토지개혁이 이루어진 후 농민들이 많은 나무들을 베어서 가구를 만들거나 건축용으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황사는 선화 사람들의 생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교문 앞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 과일 상인은 "바람이 불 땐 장사도 못한다. 봄부터 6월말까지 한 두달간은 거의 장사를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악화된 상황을 서부개발의 책임으로 돌렸다. 산을 다 깎아 버렸는데 산이 보호가 없으니 황사가 미친 듯이 밀어닥친다"고 말했다.

배달원인 손씨는 "지난해 황사는 매우 커서 눈조차 뜰 수가 없었다. 편지를 배달해야 하는데 자전거를 밀고 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현에서는 식수조림을 하고 있지만 충분한 후속행동이 없기에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화에서 사람들은 이렇게 노래를 부른다. "아! 봄날의 한 그루 나무는 가을의 풀 한가지로 되었는데, 우리는 해마다 나무를 심지만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네." 그들은 말한다. "중국에서 지금까지 심은 나무를 계산한다면 산림은 아마도 중국 대륙을 몇번이고 뒤덮을 것이다." 즉 그렇게 많이 심어도 숲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버리고 있다는 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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