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과 통합이나 선거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어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돌연 '총선 지역구 무공천'을 선언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253개 지역구에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했다"면서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국민들께서는 지역 선거구에서 야권 후보를 선택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 주시고, 정당투표에서는 가장 깨끗하고 혁신적·미래지향적인 정당을 선택해 정치를 바꿔달라"고 했다. "이제 많은 분이 걱정하시던 '야권 분열'과 '여당의 어부지리' 가능성은 사라졌다"고도 했다. 지역구 선거는 미래통합당에 투표하고,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을 지지해달라는, 사실상 선거연대 선언이다.
안 대표는 28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입장을 밝히며, 지역구 후보자를 내지 않는 대신 "비례 공천을 통해 실용적 중도의 길을 개척하고, 야권은 물론 전체 정당 간의 혁신·정책 경쟁을 견인하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지난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대표 시절 지방의회 기초의원 선거의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하며 무공천 입장을 밀어붙이다 실패한 바 있다.
안 대표은 이 같은 방침이 사실상 '야권의 선거연대' 차원임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그는 "제가 지난 달 정치 재개를 결심하고 귀국한 이유는 대한민국이 더 이상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현 정권의 무능과 폭주를 막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목표임을 강조했다. 그는 "저는 오늘의 결정이 이번 총선에서 전체 야권의 승리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도 했다. 국민의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않으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간의 1대1 구도를 구축하는 효과를 낸다.
그는 또 "무엇보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정권의 심각한 무능과 안이함 앞에서 '정권 심판이 우선이니 힘을 합쳐 달라'는 요청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며 "저는 정치공학적 보수통합과 '묻지마 반문연대'는 처음부터 반대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대안을 만들고 제대로 일하는 정당 하나 정도는 살아남아야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용정치·중도정치의 길을 가면서도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며 "국민의당이 과감하게 지역구 공천을 하지 않는 희생적 결단을 통해 이 두 가지를 이룰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한 이태규 의원은 기자들에게 "고민이 오래됐다. 언론에서는 보수통합 참여 여부만 계속 물었지 않느냐"며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지역구 후보를 내더라도 '연대할 거냐'는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고, 우리 당의 가치와 비전을 알릴 수 없겠다. 의원·지역위원장들이 (통합당에) 가는 것을 만류하는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보고 논란의 싹을 잘라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안 대표와 국민의당에 대한) 국민의 요청은 2가지"라며 "첫째, 정권 심판해야 하는데 야권 표를 분산시키지 말아 달라, 둘쩨, 꿋꿋한 개혁 중도의 길을 가 달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지역구를 전면 포기함으로써 야당에 표를 몰아주고, 대신 비례대표 정당투표 대결을 통해 평가를 받아보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안 대표는 '사실상 통합당과 선거연대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취지를 훼손하고 국민들의 바람을 짓밟는 위성 정당들이 국민을 속여서 표를 받아가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 저희가 가고자 하는 길의 비전, 정책으로 승부하겠다"고 답했다.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경쟁하지 않느냐'는 뜻으로 읽힌다.
안 대표는 한편 지역구 출마를 준비해온 현역 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들에게는 "출마를 준비했으면서도 저의 결심을 받아주신 동지들께 진심으로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저와 오랫동안 정치 여정을 함께했던 의원들에게는 '부담 가지지 말고 스스로의 정치 진로를 결정하시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사실상 김삼화·김수민·신용현 의원 등 자파 의원들이 통합당행을 선택하더라도 잡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팔과 다리를 떼어내는 심정이었다"면서도 "하지만 그 분들의 뜻과 사정을 존중하고 유능한 정치인들이 뜻을 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가 할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다만 이태규 의원은 "제가 창당기획단장이었고, 창준위 집행위원장이었고, 지금 국민의당 사무총장"이라며 "(국민의당) 입당원서는 제가 사무실에 가서 쓰면 끝나는 거다. 거기에 의미를 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잔류 입장을 시사했다.
안 의원의 기자회견에 동석한 권은희 의원은 '당에 잔류한다면 지역구에 불출마하고 비례대표로 나서느냐'는 질문을 받고 "어제 말씀드렸듯,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주민들의 선택을 통해 대표성을 확보하겠다. 그와 관련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저희가 결단할 부분"이라고 했을 뿐 구체적인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권 의원은 전날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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