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백두산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은 지난 1월 29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일본 <아사히신문>(1월 21일자)를 인용해 <주간 해외 에너지 정책 동향>을 펴내면서 국내에 알려졌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정부가 '적송(赤松) 원자력 발전소 프로젝트'라고 이름붙인 이 계획은 2012년부터 백두산 인근에 1250메가와트 급 원자력 발전소 6기를 건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관련 기사 : 중국, 백두산에 원자력 발전소 6기 짓는다)
이런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자 환경단체들은 한국 정부에 사실 확인 및 적극 대응을 요청했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14일 오전 백두산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앞에서 열었다.
▲ 환경운동연합이 중국의 백두산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과 관련, 우리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중국 대사관 앞에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는 모습. ⓒ프레시안(선명수) |
"한반도 경계 지역 백두산에 원전 건설…과연 남의 나라 일인가"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월 백두산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이 알려지면서 외교통상부, 환경부, 주중 한국대사관 등에 꾸준히 사실 확인과 한국 정부의 대응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한 달 동안 사실 확인도 하지 않는 등 '남의 집 불구경'하듯이 대응해왔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의 조성흠 간사는 "외교통상부에는 중국과·동아시아통상과·에너지기후변화환경과 등 관련 부서가 있는데도 초기엔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며 "상황을 설명하고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관련 부서가 모두 '담당 소관이 아니다'라며 다른 부서에 떠넘기기에 급급했다"고 꼬집었다.
조 간사는 이어서 "여러 차례 요청 끝에 외교통상부는 답변을 보내왔지만, '백두산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아직 중국 중앙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고, 설사 건설하더라도 중국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느긋한 입장을 내놓은 채, '확인 중'이라는 무성의한 답변만을 반복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한반도 경계 지대인 백두산에 6기나 되는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계획은 심각한 안전성 문제를 불러일으킴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이 같은 '무대응'은 결국 중국의 발전소 건설 계획에 개입할 여지를 축소시킨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 김종남 사무총장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중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원자력 발전소 건설 후 크고 작은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 전체를 오염시킬 것이 자명하며, 길어야 50~60년인 발전소의 수명이 끝난 후에는 백두산이 거대한 콘크리트 핵폐기물 덩어리가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어서 "더구나 최근 백두산 지역은 규모 1~2의 미세 지진이 급증하고 있고, 해마다 수백 회씩 지진이 나고 있어 더 이상 화산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크다"며 "과연 이런 곳에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것이 남의 나라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 환경운동연합 김종남 사무총장이 중국 대사에게 백두산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재검토 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들어보이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
이 단체는 이어서 "원자력 발전소는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는 우라늄을 원료로 하는 구시대적 에너지원"이라며 "이런 발전소가 백두산까지 오염시키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다. 외교통상부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망각하지 않길 바라며, 중국 정부에 적극적인 대응을 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후 중국대사관 앞으로 이동, 백두산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 재검토를 촉구하는 서한을 중국 대사관 측에 전달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