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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황색 위협', '재앙의 사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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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황색 위협', '재앙의 사막화'

[중국환경 심층르포] <2> 북경을 위협하는 '사막화의 상징', 천막(天漠)

***북경을 위협하는 '사막화의 상징', 천막(天漠)**

"북경 교외 70㎞까지 사막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8월 21일 북경에서 서북쪽으로 향했다. 토요일 아침이라 차량을 이용해 북경시내를 벗어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팔달령 고속도로는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북경으로 들어오는 도로는 채소류와 곡물 등을 실은 트럭들의 행렬들이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주말을 이용해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북경을 벗어나려는 여행객들로 인하여 팔달령 고속도로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산림녹화', '황색'과의 소리없는 전쟁**

쭉 뻗은 고속도로를 벗어나 불과 40분쯤 달리자 차창 밖 풍경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중국의 농촌 모습이 드러났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빌딩 숲으로 둘러싸여 생동감이 넘치는 도시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사방이 누렇게 보여 을씨년스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누런 흙벽돌집으로 만든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지만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흔적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허물어져 있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맨살을 그대로 드러낸 민둥산의 모습은 흡사 우리나라의 1960~70년대의 그것과 흡사했다. 곳곳에는 '산림녹화', '식수원 보호 산림 시범단지'라는 붉은색 글씨가 새겨져 있는 것이 눈에 띄곤 했다. 군데군데 세워져 있는 이러한 구호들만큼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한 것 같았다.

<사진2-2>

민둥산에는 인공 조림한 것으로 보이는 나무들이 위태롭게 버티고 서 있어 안쓰럽기도 했다. 이 건조한 기후를 이겨낼까 아슬아슬해 보이기까지 한다. 심겨져 있는 나무들마다 돌로 울타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 아래로 30~40미터 깊이의 골짜기 아슬아슬하게 형성되어 있어 바람이라도 불면 금방이라도 흙더미들이 쏟아져 내릴 태세를 하고 있다. 이렇게 형성된 경사지에도 나무들이 심겨져 있었다.

중국 정부는 곳곳에 '산림녹화'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나무를 심고 가꾸고 있지만 메마른 땅에 나무를 자라게 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천막으로 향하면서 만난 곳곳의 산에 심어진 나무들은 말라죽었거나 죽어가고 있었다. 이유는 금세 알 수 있었다. 흙을 만져보았지만 물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흙이 메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강수량이 부족해서이다.

갑자기 많은 나라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한국의 산림녹화 비결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산림을 가꾸고 보존하려는 사람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산의 생명력이 질기도록 강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기라곤 찾을 볼 수 없는 황폐하고 건조한 산을 보면서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녹화 사업을 하지 않을 경우, 남아 있는 산림조차 사막화 앞에 속수무책이 될 것으로 보였다. 경작지는 물론 마을을 휘감아 흐르던 강에도 물이 사라지고 대신 흙모래가 가득 찼다. 길가로 보이는 옥수수 밭의 옥수수 잎사귀에는 모래와 황토가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물이 흐른 흔적이라고 생각되는 곳은 풀이 겨우 자라고 있을 뿐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최악의 물 부족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정부의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사진2-1>

***북경 70㎞밖에 생긴 30m 높이의 모래 언덕**

얼마나 달렸을까. 천막을 불과 10여 킬로미터를 앞두고, 갑자기 모래 먼지가 밀려왔다 금세 사라졌다. 말로만 듣던 모래 먼지를 만난 것이다. '군부대 야영지'를 구분하는 철망 사이로 안개처럼 몰려와 이내 사라지기를 10분, 모래 먼지는 거짓말처럼 금방 사라졌다. 모래 폭풍이 지나간 사이로 중국임업과학연구원에서 조성한 '사막화 방지 시범 단지'라는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북경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막화 방지'라는 푯말을 처음 접한 것이다. 길 양쪽으로는 높은 키의 백양나무가 줄을 지어 서 있었지만 조성된 단지 내에는 무릎높이 만한 나무들이 1미터 간격으로 심겨져 있었다. 앞으로 사막화를 막아내기 위해 중국 군인들이 투입되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 같았다. 1998년 양쯔강 대홍수가 한창일 때 온몸으로 홍수를 막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든 중국 군인들의 모습을 보았듯이 말이다.

<사진2-3>

드디어 금사탄(金沙灘)으로 불리기도 하는 천막(天漠)에 도착하자 30m 높이의 모래 언덕이 우리를 막아섰다. "가뭄으로 인한 사막화가 베이징 교외 70㎞까지 접근했다"는 보도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북경시에서 7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 사막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북경을 위협하는 '사막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입구에는 천막 사막의 유래와 그동안의 상과를 나타내는 안내문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천막은 하늘에서 내려온 사막이다. 10년 전 갑자기 이상하게도 황색모래 몇 십만t이 이곳에 날려 사막이 생겼다. 어떤 사람은 내몽골에서 왔다 하고, 어떤 사람은 신강(新疆)에서 왔다고도 하며, 심지어 다른 행성에서 날아왔다고 여기는 사람조차 있다. 도대체 어디서 날아왔는지 지금도 수수께끼이다."라고 유래를 적고 있다.

<사진2-4>

또 안내문에는 최근 들어 사막의 면적이 늘어나고 있으며, 해마다 북경시내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천막의 모래 먼지가 한국과 일본까지 날아간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2~30년 전에 이 사막은 높이가 1~2m 정도밖에 안 됐고, 면적도 3~40무(1무=약 2백평) 정도밖에 안됐다. 최근 몇 년 동안 모래 폭풍이 10배 이상 심하게 불어 이곳 면적인 2~30배 늘었다. 지금 이곳은 골칫거리이다. 천막은 해마다 2~30미터의 속도로 동남쪽 북경 시내 방향으로 넓어지며 이동하고 있다. 북경 시내와 불과 7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심지어 이곳의 모래먼지는 한국과 일본까지 날아가기까지 한다."

천막 사막이 북경을 위협하는 골칫거리임을 반영하듯 2000년 5월14일 당시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각료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하여 "사막화 방지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녹색 장벽을 반드시 세워 북경과 천막의 생태 환경을 개선시켜야 한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목표를 반드시 실현시켜야 한다"라고 말해 사막화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 후 이곳은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교육 목적으로 공원으로 만들었다. 또한 청소년들의 환경 교육장으로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재앙' 예고하는 모래 언덕까지 '관광 상품'으로**

입구를 들어서자 굉음을 내는 요란한 모터사이클들이 경주를 하듯 모래 언덕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유목민을 흉내라도 내듯 말 달리는 사람들, 낙타를 타고 여유롭게 모래 언덕을 살펴보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한쪽에서는 한 무리의 행락객들이 낙타와 말, 모터사이클을 타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래 언덕 정상에는 '모래 썰매장'이 성업 중이다. 규모가 차이가 날뿐 우리나라의 눈 썰매장을 옮겨다 놓은 것과 흡사했다.

<사진 2-5-1, 2>

7년 전부터 이곳 모래 썰매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한 노인은 "10여 년 전에 이곳에는 모래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모래 언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루에 1백여 명 이상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또 한쪽에서는 방풍림을 심는 등 사막화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사막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는 점이 독특했다. 북경과 인접한 곳에 사막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사막을 체험하고 싶어 하는 도시민들에게는 매력적인 곳으로 인기가 높았다.

어떻게 해서 사막화가 생겼는지, 이러한 현상이 가깝게는 중국인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곳을 찾은 행락객들에겐 관심거리가 아닌 듯했다. 삶에 지친 이들에게 잠깐 쉬고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여기는 듯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모래 언덕 바로 입구에 '사막 낙원'라는 푯말이 내걸려 있었다. 이곳 사람들에겐 사막화를 자연현상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익숙해 가는 모습으로 보였다. 이곳이 언제 '재앙의 씨앗'으로 돌변할지 모르지만 현재 이곳 사람들에겐 힘든 삶을 이어가는 공간이고 수단이기에 '낙원'인지도 모른다.

<사진 2-6-1>

모래 언덕 정상을 오르자 사막이 넓게 확산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새로운 모래가 바람에 물결치듯 미끄러져 내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막화 방지와 산림 녹화조성 사업을 일으켜 탁월한 성과를 이룩하고 있다"라고 입구에 세워져 있는 안내문의 문구에서 자랑하던 내용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하천으로 짐작하게 하는 곳은 물이 흐른 흔적이 지워져 있었다. 길게 뻗어져 있는 모래 언덕 정상 가운데에는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고사목이 모래에 의지한 채 하늘로 향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사막화돼 가는 토지의 면적은 2백62만㎢로 이미 국토면적의 27%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2천4백60㎢씩 사막이 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파괴의 결과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북경에서 70㎞ 떨어진 이곳 천막 사막은 중국의 사막화가 얼마나 심각해지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바로미터이며, 부메랑의 현장이다. 급격히 진행되는 사막화를 막기 위해 지역과 국가를 뛰어넘는 지구촌 전체의 대책마련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준 생생한 현장이기도 해 내몽골로 향하는 길이 무겁기만 했다. <계속>

<사진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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