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전경련이 여론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기업도시'의 1차 후보지가 전북 군산 새만금 지역과 전남 무안ㆍ영암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두 지역은 모두 세계최대 규모의 골프장 단지와 카지노 등 대규모 위락 단지로 조성될 것으로 알려져, 정부와 재계가 내세웠던 기업도시의 당초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요컨대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골프 경기부양론'과 전경련의 '기업도시'가 동전의 앞뒷면 관계에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어이없는 '제2차 부동산 경기부양론'이다.
***건교부, 속전속결로 '기업도시 밀어붙이기'**
건설교통부는 21일 기업투자 활성화와 국가 균형발전의 일환으로 '민간복합도시개발특별법'(기업도시법)(안)을 마련했다며 22일 공청회를 거쳐, 당정협의를 거쳐 10월초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이와 함께 올해 1~2개의 기업도시를 시범적으로 지정할 방침이며, 전북 군산 새만금 지역과 전남 영암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컨대 여론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요식행위'를 거쳐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겠다는 속내다.
법안을 들여다보면, 재계가 요구한 토지 강제수용권 및 토지분양 자유권 등 국민의 개인재산권을 침해하는 내용들을 가득 담고 있다.
기업도시는 민간기업과 시장, 군수의 공동 제안으로 개발구역 지정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구역지정과 개발계획승인신청을 동시에 진행토록 하고 있다.
기업도시의 유형은 ▲산업교역형(제조업과 교역중심의 도시) ▲ 지식기반형(연구, 개발 위주) ▲ 관광레저형(관광레저, 문화위주의 도시) ▲ 혁심거점형 (공공기관 지방이전 중심의 지역 혁신 도시) 등 4가지로 분류했다. 또 ▲ 산업교역형(산업·업무용지의 40% 이상) ▲ 관광레저형 (관광레저용지의 50% 이상) ▲ 지식기반형·혁신거점형 (산업·용지의 30% 이상)은 민간기업의 토지사용 의무를 부과했다.
***전경련안 100% 수용해, '토지 강제수용권' 최대 100% 보장**
정부는 문제가 되고 있는 '토지 강제수용권'도 기업에게 주기로 했다. ▲ 사업구역 50% 이상의 토지를 협의 매수 후 수용 가능하고 ▲ 공공부문과 공동시행시에는 제한없이 수용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요컨대 민간기업 혼자서 사업을 할 때는 개발지의 50%에 달하는 땅에 대한 토지 강제수용권을, 공공부문과 함께 할 때에는 100% 토지 강제수용권을 주겠다는 얘기로, 앞으로 커다란 특혜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현재 건교부가 기업도시 1순위로 꼽고 있는 새만금 간척지는 공기업인 농업기반공사-농림부-전북도 등이 간척사업을 주도하고 있는만큼, 새만금을 간척후 100% 민간기업에게 넘겨줄 수도 있다는 얘기와 다름 아니다. 요컨대 5조원대의 국민혈세를 들여 건설하는 새만금을 민간기업에게 헐값에 넘겨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또 투기지역 이외에서는 민간기업에게 조성토지 처분과 주택공급의 자율성을 인정하기로 했다. 요컨대 기업도시를 조성한 뒤 헐값에 강제수용한 땅을 비싸게 되팔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와 함께 각종 조세 및 부담금 감면을 해주고, 시행자가 부담하는 SOC 투자비용의 상당액에 대해서도 SOC민간투자사업과 마찬가지로, 출자총액제한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또 민간복합도시 출자액에 대해선 신용공여한도 적용상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관광레저형 도시의 경우 총 사업비 5천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사업시행자에 한해 외국인전용 카지노장을 허락하는 동시에, 경마, 경륜, 경정장 유치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한마디로, 정부안은 전경련이 요구한 '기업도시'안을 거의 100% 수용한 안이다.
***기업도시 희망지 9곳, 재계 '전남 영암ㆍ전북 새만금' 선호**
2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경련 등에 제출된 기업도시 유치 희망지역은 총 9개 지역이다. 9개 지역은 규모별로 보면, 전남 무안-영암(3천만평), 전북 군산 새만금(2천만평), 전남 광양(1천50만평), 전북 익산(1천30만평), 강원 원주(4백만~6백만평), 제주 서귀포(2백10만평), 경북 포항(1백80만평), 경남 진주(1백80만평) 순이다.
이 가운데 전남 무안-영암과 전북 군산 새만금 지역이 가장 규모가 크며, 용도도 개발수익 환수가 가장 쉬울 것으로 판단되는 '관광-레저형도시'여서 재계의 관심이 큰 까닭에 연내에 시범 기업도시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 두 지역은 모두가 정부와 공기업이 개입해 조성했거나 조성중인 간척지로 정부와 네고(협상)만 잘하면, 토지 강제수용에 따른 잡음없이 곧바로 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잇점을 갖고 있어 재계를 흥분케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자금력이 풍부한 삼성, 현대차를 비롯해 호남지역에 연고를 갖고 있는 금호,이밖에 한진 등 주요 그룹들이 모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권에서도 최근 이 지역에서 제기되고 있는 '호남소외론' 등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호남지역에 기업도시가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전남 무안-영암 'J프로젝트'**
전남 무안ㆍ영암은 이미 전남도가 'J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개발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J프로젝트'란 서남 해안 간척지에 인구 50만명의 신도시를 1, 2단계에 걸쳐 오는 2013년까지 조성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신도시는 해양레저타운(4백만평), 교육타운(3백70만평), 골프타운 등 종합위락공간(9백20만평), 실버타운(1천80만평) 등 도합 3천2백만평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또한 1단계에만 18홀짜리 골프장 10개를 비롯해 호텔, 외국인학교를 건설하고, 2단계에 추가로 골프장 등을 허가할 예정이다.
정부도 'J프로젝트'에 대한 적극적 지원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29일 노무현 대통령은 목포에서 열린 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 토론회에서 이와 관련, "관광, 레저, 스포츠 분야에 천혜의 자원을 갖고 있는 전남에 큰 판을 벌이려고 한다"며 전폭적 지원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목포 남쪽에 수십개의 골프장 코스가 들어서는 대형 리조트 특구 건설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J프로젝트 지원을 기정사실화했다.
이같은 정부 발표에 따라 특히 전남 해남군 산이ㆍ화원면 일대가 신도시 후보지로 거명되면서, 최근 한달여 사이에 땅값이 배이상 폭등하는 등 벌써부터 이 지역에선 부동산투기 광풍이 불고 있다.
***전북 새만금 간척지 프로젝트**
전북 군산 새만금 프로젝트란 전남의 J프로젝트를 보고 뒤늦게 만들어진 것이다. 세계최대 갯벌인 새만금 매립에 대한 거센 반발로 간척 사업 백지화 위기에 직면한 데다가, '농지 조성'이란 당초 목표가 쌀시장 추가개방 국면에서 더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하자 전북도는 새만금 프로젝트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전북도가 8월말 발표한 '새만금 국제관광도시' 계획에 따르면,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는 오는 2006년말부터 동진강 수역 2천만평을 각종 위락 시설이 들어서는 복합 레저ㆍ관광 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다.
전북도는 새만금 간척지에 세계 최대규모인 5백40홀 규모의 골프단지(18홀 골프장 30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요트장과 미국의 디즈니랜드와 같은 대규모 레저 놀이 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강현욱 도지사는 8월28일 "동진강 내부에 관광도시가 들어서면 현재 추진중인 고군산열도 관광지와 함께 동북아 최대 해상 관광지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후, 30일 이 지역을 방문한 이해찬 총리에게도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지자체, 기업에 각종 특혜 약속**
이들 지자체는 대기업이 기업도시 계획을 추진할 경우 대대적 특혜도 약속한 상태다.
전북 군산은 새만금 지역에 기업도시가 들어오면, 기업이전 보조금 1백억원, 고용과 교육 훈련 보조금 각 2억원 등을 지급하고, 취득ㆍ등록세 면제와 재산ㆍ종토세 15년 감면 등을 약속했다.
전남 무안ㆍ영암은 법인ㆍ소득세 7년, 재산ㆍ종토세 15년 면제, 국ㆍ공유재산 1백년 장기 임대 등을 약속했다. 참고로 전남 무안-영암의 신도시 규모는 행정 신도시보다도 크다.
***결국 골프도시, 관광도시인가**
전경련이 기업도시를 제안했을 때, 가장 큰 궁금증은 과연 기업도시에서 대기업들이 '어떤 미래산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냐는 의문이었다. 대기업들이 한결같이 "향후 5년후 먹고살 거리가 없다"는 '뉴리딩 인더스트리(新선도산업) 부재론'을 외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경련의 기업도시 발상은 애초부터 부동산 개발차익을 노린 게 아니냐는 게 지배적 관측이었고, 이번에 건교부가 내놓은 안은 이같은 의구심이 단순한 노파심이 아니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특히 새만금 간척지의 경우 간척 사업의 정당성 자체가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 데다, 애초 5조원대 국민 혈세로 농지 목적으로 조성하겠다던 간척지를 국민적 합의 없이 골프장, 카지노 등으로 용도를 전환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저항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국토균형발전은 더없이 바람직한 지향점이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에게 국민 기본권인 사유재산권 침해마저 허용하면서, 새만금 등 천혜의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추진하는 지역개발이 소수 대기업에게 모든 개발이익이 돌아갈 '레저도시' '골프도시'라면, 이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며 훗날 또다른 건설 특혜논란을 초래할 게 분명하다.
건교부 발상대로 단하루 공청회를 하고, 당정협의를 거쳐, 추석직후 법안을 제출할 일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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