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하이닉스 현 임원들, 처벌할 수도..."

"일이 많아 분식회계 적발 못해, 격려 못할망정 무능하다니..."

2조원 하이닉스 분식회계 사건을 조사중인 금융감독원 회계감독2국 정인화 심사관리2팀장은 20일 "하이닉스 분식회계 사건이 공소시효가 지나 문제삼지 않겠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하이닉스 분식회계는 규모나 성격에 있어서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과 동일하다"며 하이닉스 현임원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금감원 "하이닉스 현임원도 처벌대상"**

정 팀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초 국민을 놀라게 한 2조원 규모의 SK글로벌 사태와 같은 분식회계 사건이 벌어졌는데 그냥 넘어간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하이닉스 분식회계는 현재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명백한 초대형 분식회계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22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하이닉스에 대해 검찰 고발,임원 해임, 과징금 등 위반사항에 대한 양형규정 적용을 배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처벌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또한 이날 검찰이 99년 분식회계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밝힌 것에 대해 "검찰은 현재 예금보험공사로부터 99년 이전의 분식회계에 대해서만 통보를 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라면서 "2000년 이후 분식회계에 대해 금감원의 조사 결과가 통보되면 검찰도 여기에 대해 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2000년이후 하이닉스가 추가로 분식회계를 하지는 않았지만, 과거의 분식회계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은폐하며 분식회계를 줄여온 대목도 처벌대상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99년 1조9천7백99억원에서 2000년 1조8천4백84억원, 2001년 1조2천8백1억원, 2002년 7천3백80억원, 2003년 5천6백81억원으로 분식규모를 줄였다고 하지만 어쨌든 2000년 이후도 가공자산이 조금씩 줄었을 뿐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회계기준위반 중 가장 질이 나쁜 분식회계에 해당한다"면서 "다만 2003년에 나머지 분식을 털어내는 과정은 항목처리를 잘못한 회계기준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하이닉스의 외부감사법인인 삼일회계법인만 국민은행 회계처리 징계 방침에 대해 반발하자 '괘씸죄'를 적용해 문제를 삼는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삼일회계법인은 단일 금융사 사상 최대 규모인 횡령 사건이 일어난 코오롱캐피탈의 외부감사법인이었으며, 이번에도 초대형 분식회계사건에 연루돼 있어 당연히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할 것"이라면서 "'괘씸죄'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삼일회계법인을 옹호하는 논리가 될 수 있다"고 항변했다.

***"격려는 못할 망정 무능하다니..."**

그러나 정 팀장은 지난 96년부터 저질러온 것으로 드러난 2조원 규모의 하이닉스 분식회계에 대해 그동안 금융당국이 과연 몰랐는가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은폐 의혹에 대해 "수십개의 기업들의 분식회계를 조사할 수는 없었다"며 "고생하면서 조사를 하고 있는데 격려는 못할 망정 무능하다고 탓하는데 대해 섭섭함을 금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이같은 주장은 1999년 한국경제를 강타한 대우 분식회계 사태후 당시 위기에 직면한 현대전자(현재의 하이닉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분식회계 의혹이 강력히 제기됐었고, 직후 하이닉스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회사채 인수가 단행되면서 사실상 정부 관리하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