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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자치로 산골오지에 ‘마을로 출근하는 일자리’를 만든 당당한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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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자치로 산골오지에 ‘마을로 출근하는 일자리’를 만든 당당한 마을이 있다

[김주원 박사의 '마을자치에 학과 습을 이야기하다'] ⑳강원 인제군 남면 남전리 햇살마을

강원 인제군 남면 남전1리 햇살마을은 소양댐 건설(1967.4.15-1973.10.15)로 마을이 수몰되면서 주민들이 강제 이주되며 만들어졌다.

6.25이전에는 이 마을에 남북이 대치한 38선 경계가 만들어져 있었다. 수복후에는 넓은 벌판위에 미군 부대 군단 사령부 등 군인 밀집지역으로 인제읍보다 많은 인구와 경제 활동이 왕성했던 마을이었다.

논농사가 발달하여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마을이었다. 소양댐 건설로 생활터전이 수몰지가 되면서 가구의 약 95%이상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였다.

주로 화전민들이 남아 살던 남전계곡에 고향을 지키려는 주민들이 이주하면서 마을이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농촌 마을에서 산촌으로 마을이 바뀐 것이다.

넓은 농토들이 소양댐에 수몰되면서 수몰민들은 화전민 신세가 된 것이다.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되었지만 주민들은 고향을 지키기 위해 마을을 다시 만든 것이다.

남전계곡에 논밭이 거의 없어 수몰민들은 거의 화전민처럼 산골오지에서 살아 남아야 했을 것이다. 산에서 나는 송이와 나물 등이 그래도 부수입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햇살마을 박주열 위원장.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

햇살마을은 남전계곡 산속에 계곡별로 흩어져 사람들이 살고 있어 함께 모여 대화할 조건이 안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을사업을 급하게 추진하면서 갈등이 심각했던 마을이다.

2000년 초반 인제군 장례예식장 사업을 유치하면서 주민간 갈등이 시작되었다. 찬반양론이 나뉘어 감사원 감사, ‘추적60분’ 전국 방송까지 탔다. 거의 9년간 갈등이 이어졌다. 경찰서, 검찰청을 오가며 주민들이 조사받았다.

이 시기에 우리 농촌사랑 농도포럼에 남전마을 부녀회장이 전화하셨다. 2008년 일이다. 우리 포럼회원들은 부녀회장님 전화에 마을을 찾아가는 번개포럼을 즉각 개최했다.

당시 대안으로 제시했던 것은 강원도 새농어촌마을사업에 도전하라는 것이었다. 마을에 갈등이 일어났지만 마을가꾸기 사업을 추진하면 마을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궁금해서라도 한분 두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당시 우리 포럼 회원들의 결론이었다.

이 마을은 실제로 마을주민들이 새농어촌마을사업에 도전하기로 결정하였다. 우리는 다음 해 2009년에 정기포럼 대상마을로 선정하였다. 그리고 7월에 이 마을에서 1박2일 포럼을 개최하였다. 11년전 당시를 회상해 본다.

장마비가 남부지방 집중후 다시 중부쪽으로 북상한다는 불길한 기상특보를 접하면서 춘천에서 출발하여 남전리에 도착한 것은 오후 여섯 시쯤이었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

이미 정자를 무대로 마을 회관옆 잔디밭 공터에 몽골텐트를 치고 포럼을 야외에서 준비하고 있었다. 맛있게 차려진 저녁상에는 산나물 장아찌와 수박 옥수수 그리고 약간 맵지만 맛있는 오리탕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미 마을사업이 장례예식장사업, 태양광사업, 마을회관건립 영어교실 운영, 아르고 체험 등 비교적 구체화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주민들은 마을사업에 대한 확신이 아직 부족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현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비교적 두터웠고 사업이 이제 막 추진되고 있는 상태여서 마을 사업에 대한 성과배분 등은 아직 없는 것으로 당시 설문 분석결과였다.

더군다나 이 마을은 자연환경보전보전구역, 수환경보전지구로 이중의 토지이용제한을 받고 있어 개발에 어려움이 더 큰 마을이다. 장례예식장 사업을 유치하게 된 것도 이러한 토지이용규제로 인한 마을개발사업의 한계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마을포럼 프로그램을 끝내고 새벽 3시 30분까지 마을주민들과 토론을 이어갔다. 다른 마을과 달리 햇살마을은 이장님께서 먼저 마을운영의 어려움에 대해 먼저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10가구가 마을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경찰이나 검찰조사를 많이 받아 이웃들 보다도 수사기관들과 친해졌다는 말씀은 포럼회원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생활공동체에서 경제공동체로 변화되면서 겪는 산고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분들을 포용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데 대해 경의를 표하였다.

더군다나 돈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서 회계관리를 전문기관에 위탁관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감사제도를 내부가 아니라 외부전문가들이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제안되었다.

태양광 에너지 사업과 장례예식장 사업을 잘 진행하여 성과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마을 주민들과 끝없는 밤샘토론 후 마을 주민들에게 숙제로 남긴 것은 어떻게 해서든 갈등으로 남아있는 10여가구에 대한 화해를 위해 이벤트를 만들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복지대상층에 대한 프로그램강화, 신나게 놀 수 있는 문화활동을 통한 주민간 화합이 필요하다는 진단이었다.‘서로 말을 하지 않으면 귀신도 알 수 없다’는 토론과정의 재미있는 멘트가 남전리 마을에 꼭 전하고 싶은 말이었다.”

마을자치의 시작은 주민 서로 문제 해결 의식을 갖는 것이다. 실제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서는 외롭다. 우리는 대화를 원하도록 진화됐다. 대화에 문제의식을 약간 부여해주는 것,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마을자치의 시작이다.

사람간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방법이 있다.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것이다. 마을 안에서 사람들을 연결해주기 위해서는 리더의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 세상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은지....마을 사람들이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한다.

마을갈등은 그 동안 정부 마을사업을 제때 받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다. 모든 사업이 결정적이 순간 선정되지 못했다. 2013년에 새농어촌사업이 선정되었고 녹색농촌, 산림치유사업까지 지원받게 되었다.

그리고 2019년에는 특성화마을사업을 받게 되어 마을사업은 더 탁력을 받게 되었다.

마을사업을 10년 이상 추진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마을 주민간 심각한 갈등을 겪고 만들어진 성과이기에 더 가치가 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실제로 햇살마을은 지금 소양댐 수몰 전 영광을 다시 찾았다.

이제는 그 아픔과 갈등을 치유하고 60여 가구가 사는 마을에 마을사업으로 년 소득 20억 정규일자리 20여 개가 만들어졌다. 주민들이 마을로 출근하는 성공한 마을이 된 것이다.

더군다나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이 유명해지면서 방문객이 늘어나 산꼭대기 고갯마루에서 더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 산림자원을 이용한 화장품개발, 음식 메뉴개발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 방문객을 마을로 유인하기 위해 국유림 활용을 통해 방문객들이 더 머물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마을 자치는 설문 조사 분석결과 오래 지속할 수 있게 10년 이상 한 마을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마을에 비해 영향을 미치는 긍정적인 변수들이 더 많아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주민들이 출근하듯 서로 모여서 행복을 꿈꾸면 당연히 더 행복해질 수밖에 없다. 44번 국도 소양댐 상류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남전계곡의 햇살마을이 바로 그 행복마을이다.

소양댐에 수몰된 논밭과 집들을 모두 잃고 화전민처럼 남전계곡으로 이사하던 주민들의 참담한 심정이 어떠했을까? 그 심정 잘 알 수 없지만 나는 소양댐 수몰민의 이야기를 듣고 “……. 설악 내린 물/원수 같은 댐에 막혀/어린 꿈/일기장, 앨범 조각/호수 깊이 문드러지고......”라고 쓴 기억이 있다.

소양댐 수몰의 아픔과 마을사업의 갈등이 이제 산속에서 소득 창출이 이루어져 마을로 출근하는 마을회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햇살 마을은 주민들이 다시 꿈꾸고 있다. 정신, 소득, 환경이 조화롭게 성장하는 살기 좋은 마을을 꿈꾸고 있다. 남전리의 비전은 친환경농업 산림농업을 지향한다.

마을 기업을 운영하여 일자리를 더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마을의 미래가치를 높이고,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신산업과의 연계 노력을 전략작목육성을 통해 상품화하고 도농 교류 확대를 꿈꾸고 있다.

햇살마을의 이름을 정하게 된 이유는 마을 갈등의 치유와 주민들의 화합과 발전을 위하고 도시민과 지속적인 교류를 진행하여 잘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햇살마을 헌장을 만들었다.

햇살마을은 도시와 농촌을 편애하지 않는다.
햇살마을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공평하게 비추어 준다.
햇살마을은 차가운 마음도 따스한 봄날처럼 녹인다.
햇살마을은 어둠을 뚫고 더욱 찬란하게 비친다.

햇살 마을은 주변이 산으로 되어 있어 주민들 대부분이 산림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노인회가 주축이된 사회적기업은 임산물을 활용하여 비누 등 화장품을 만들어 소득을 올리고 있다.

▲마을 상품을 홍보하는 유회수 총무.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

비누와 화장품 원재료는 구상나무, 만병초, 자작나무 등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 수종인 구상나무, 만병초는 마을에서 식재하여 키우고 있다. 한라산 덕유산 지리산의 구상나무 멸종의 위기에 처해있다.

남전리 햇살마을에는 구상나무가 잘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된 산림청에서 구상나무 원종 복원지를 만들어 5헥타를 마을주민들과 함께 식재했다.

또한 우리나라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홍만병초 또한 비누 및 화장품 원료로 키우고 있다. 이 또한 국유림과 협약을 하여 식재하여 최고의 만병초 단지를 만들고 있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

원대리 자작나무와 구상나무 만병초가 식재된 국내 최초의 산림을 만들어 특색있는 산림농업중심 마을로 발전시킬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이 대한민국에 희망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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