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라는 사고 산재 사망 절반감소 정부대책의 성과라고 볼 수 있나
2020년은 30년 만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되는 첫해이다, 임기 내 사고 산재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 절반이 넘어선 해이기도 하다. 지난 달 8일 노동부는 2019년 사고 산재 사망 감소가 역대 최대이고, 노동부의 '선택과 집중' 방식의 사업장 관리·감독, '발로 뛰는' 현장 행정, 관계 기관과의 유기적 협업을 추진한 결과라 설명했다. '감독대상과 지원확대를 건설업에 집중했다. 소규모 건설현장 일체점검으로 발로 뛰었다. 지자체 중심으로 건설공사 점검을 강화하고, 공공기관 안전대책 수립 등 관계기관 협업을 강화했다'가 정부가 분석한 사고 산재 사망 감소원인이다. 공공기관 안전대책은 2019년 3월 발표하고, 이행체계 구축이 진행된 것이므로 정부 사망사고 감소대책의 전부가 건설업에 집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매년 600명 내외가 사망하는 건설현장 특히 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한 안전점검강화는 사고사망 감소의 중요 대책으로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2019년 사고사망 감소 116명중 건설업은 57명으로 절반에 불과하고, 건설경기 영향도 받기 때문에 사고사망 감소를 정부대책과 직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제조업 11명 감소와 운수창고 통신업 21명, 건물 관리업 12명 감소는 정부대책과 연계할 만한 특별한 것이 없다. 정부가‘2019년 산재사고 사망자 감소원인 분석’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3대 원인은 정책능력의 부재를 역으로 보여주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감소의 원인을 정부 대책의 성과로 무리하게 포장하는 자화자찬식 태도이다. 사고 산재 사망 절반감소를 발표한 첫 해인 2018년 산재 사망은 전년에 비해 206명이 증가했었다, 정부 대책에 의하면 100명이 감소해야 하는 사고사망도 감소는커녕 7명이 증가했었다. 그러나, 2019년 연 초 문재인 대통령은 타워크레인 집중점검과 감독으로 전년에 17명이 사망했던 타워크레인 사고사망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정부정책의 성과를 이야기 했다, 그러나, 타워크레인 집중 점검감독이 끝난 2020년 연 초부터 타워크레인 사고사망은 다시 발생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했다며 정부가 자화자찬 하는 동안 돌려막기식으로 사고사망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몇백 명씩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는 산재 사망
또한, 역대 최대라는 사고사망 감소가 과연 사실인가도 의문이다. 산업안전공단이 매년 발표하는 ‘산업재해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1998년(385명), 1997년(225명), 1999년(206명)에도 큰 폭의 감소가 있었고, 2002년(173명), 2005년(139명)에도 큰 감소가 있었다. 노동부는 2012년 통계기준을 변경해서 산재 사망 숫자를 매년 200명~300명씩 축소하는 착시효과를 반복해 왔다. 기준변경 이전 산재 사망 통계에 의하면 2001년 이후에도 2005년(332명), 2009년(241명), 2002년(143명)등 큰 감소가 있었다. 그러나, 2003년에는 318명이 증가하기도 했고, 2017년에는 169명이 증가했으며 산재 사망 절반감소 대책을 발표한 첫 해인 2018년은 206명이 증가해서 산재 사망은 2415명이었다. 매년 산재 사망이 수백 명씩 줄었다가 늘었다가 하는 널뛰기를 해왔다. 이는 과연 한국에 지난 수십 년 동안 산재 사망을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산재예방 정책이 있었는가, 정부와 안전기관이 매년 수백 억을 투입하는 안전 대책이 눈먼 돈은 아니었나 하는 근본적인 자괴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무력화에 급급한 자본
그 동안 정부는 산재 사망 절반감소의 핵심 대책으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금지 대상에 구의역 김 군도, 김용균도 조선하청도 없고, 작업중지 범위도 후퇴하고, 하한형 처벌도 삭제된 ‘김용균 없는 김용균 법’으로 지탄받아 왔다. 2018년 12월 법 통과이후 지난 1년 동안 정부는 하위법령에서 도급승인, 건설기계 원청 책임, 특수고용 노동자등 실질 적용범위를 축소했고, 법 시행 이전부터 작업중지 명령 지침이 후퇴했다. 법의 현장 이행을 위해 안전인력 확보와 안전관리 시스템 준비를 해야 하는 기업은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급기야 재벌 대기업 현대제철에서는 도급을 금지하는 도금작업을 계약직 채용으로 무력화시켰다.
산재 사망 실질감소를 위한 구조적 근본적 해결 대책이 필요
한국은 매년 2400명의 노동자들이 사고로, 직업병으로, 과로사로 죽어나가고 있다. 수십 년 반복된 참혹한 현실의 반복은 방향성만 제시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땜질식 감독 집중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매년 수 백명이 늘었다가 줄었다가를 반복하는 산재 사망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한 구조적이고 근본적 해결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난 13년 동안 요구해 왔던 산재 사망에 대한 기업의 최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위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사업주 의무를 수백 개 부여해도 한해 1%도 안 되는 사업장 감독과 사람이 죽어나가도 400만 원 벌금에 하급관리자 처벌만 반복되는 현실로는 산재 사망을 근본적으로 줄여나갈 수 없다. 새롭게 구성되는 국회에서 우선입법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둘째,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위한 법 개정이 되어야 한다. 사고가 다발하는 위험작업이 도급금지, 도급승인 대상에서 제외되고, 하도급은 금지해도 계약직 채용을 막을 길 없는 현재의 법으로는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히 지속되고 확대될 수밖에 없다. 위험작업의 도급과 재하도급 금지대상을 전면 확대하고 정규직 직접 고용으로 법 개정이 되어야 한다. 또한, 협소한 도급금지조차도 현장에서 무력화하는 등 개정 산안법에 대한 기업의 꼼수 편법에 대해 정부의 엄정한 감독과 처벌이 필요하다.
셋째, 급박한 위험과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작업중지 제도가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 급박한 위험과 중대재해 발생에 직면해서도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이 형해화 되고 있는 현실은 시급히 개정되어야 한다. 근로자 대표에게 작업중지권을 부여하고, 작업중지를 한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처우를 형사처벌하고,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한 전면 작업중지 명령과 해제운영기준 개정이 필요하다.
넷째, 산재를 줄여나가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사업장 안에서 법이 지켜지고, 사업장 차원에서 사고나 직업병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건관리 체계가 구성되고, 정착화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 현장의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 방안이다. 현장의 위험과 개선방안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의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 안전대책은 관리와 통제방식의 반복이고, 반짝 대책, 졸속 대책의 반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 수십 년 동안 개선되지 노동자 참여 보장 방안의 전면적 개정이 필요하다.
다섯째, 소규모 사업장과 새로운 사업과 고용형태에 대한 실질적 안전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한국의 산업재해의 80% 이상이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대기업 원청 현장의 소규모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 책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소규모 사업장 산재가 다 해결될 수는 없다. 제조업, 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 해결방안이 되기는 어렵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가 법제화 되었으나, 실질 이행방안에 대한 제도적 정책 대안은 요원한 상태이다. 에어컨, 통신 설치수리, 가스검침 등 방문 서비스, 이동노동자에 대한 안전대책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 여전히 정책적 구조적 대책이 제도화 되어 있지 못한 안전보건의 사각지대에 대한 범정부적인 대책과 이행이 절실히 필요하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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