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한국은행 박승 총재가 화폐단위 변경 필요성을 밝히자 "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을 논의할 만큼 한가롭지 않다"고 말했던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열린우리당이 디노미네이션을 공식제기하자 화폐단위 변경 문제는 연구검토 단계를 지나서 구체적인 검토의 초기 단계에 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제부총리가 무조건적으로 여권 입장이 추종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낳는 대목이다.
***이 부총리, "고액권 발행하느니 화폐단위 변경"**
이 부총리는 16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열린우리당 박병석 의원으로부터 "화폐단위 변경에 대해 정부는 어느 단계에 와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이 부총리는 최근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등이 법안까지 제출했던 10만원권 고액권 발행 추진에 대해서 "고액권 발행을 지금 해도 결국은 4,5년후 경제규모로 봤을 때 화폐단위 변경을 다시 검토해야 할 상황이 올 것" 이라며 "당장 경제적 비용이 들더라도 고액권 발행은 참는게 좋고, 근본적인 화폐제도 개선을 위해 검토하는게 좋다고 본다"고 답변해 고액권 발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화폐단위 변경의 경우 최단 3년, 최장 5년의 기간이 걸린다"면서 "논의 자체를 언제 시작하느냐의 여부를 지금 판단하기 어렵다"며 화폐단위 변경을 공론화하는데는 여전히 유보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이 부총리, "화폐단위 변경으로 인한 서민 물가 상승 우려가 가장 큰 고민"**
이 부총리는 "심리적으로는 과거 화폐개혁 사례와 같이 예금을 동결하거나 화폐단위 변경 이외의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며 "따라서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화폐단위 변경의 여러 장단점에 대해 "우리 경제의 크기에 맞춰 화폐단위를 적절한 수준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자기 자산가치에 대한 상실감과 같은 심리적, 정서적 거부감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국민적 논의를 충분히 거쳐야만 화폐제도 개선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또 "화폐단위 변경은 고액권 발행보다는 국민적 정서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는가 하면 인플레 우려도 있다"며 "자판기나 화폐 관련 기자재들을 다 검토해보면 일부 내수를 자극하는 측면도 있는가 하면 영세 사업자의 경우 부담이 늘 어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부총리는 "화폐단위를 바꾸는 과정에서 끝자리 수를 사사오입하게 되면 높은 금액의 범위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데, 낮은 금액 범위내에서는 끝자리 수의 반올림으로 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서민생활 물가와 직결돼 있는 그 부분에 대해 물가수준을 어떻게 완화시키느냐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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