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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황당 사건’ 시리즈-아랍부호 ‘성 접대’ 풍문 사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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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강원랜드 ‘황당 사건’ 시리즈-아랍부호 ‘성 접대’ 풍문 사건2

④‘가짜 카쇼기’에 농락당한 강원랜드 경영진

김진모 강원랜드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유럽과 미국에 해외출장을 다녀온 뒤 카쇼기가 강원랜드를 방문하면 어떻게 융숭한 대접을 해서 환심을 사고 투자를 유도할지에 쏠렸다.

2004년 6월 초 영월에서 ‘빨간 산타’ 영화제작자 강정환(가명)씨에게 비슷한 연배의 강원랜드 김정호(가명) 스키팀장이 솔깃한 제안을 했다.

“강원랜드는 디즈니랜드와 워터파크 같은 복합리조트단지 조성 등 2단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이 사업에는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데 외국의 유명한 투자자인 카쇼기가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세계적 부호인 카쇼기가 6월 말 외국인 투자자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는데 이 기회에 당신이 역할을 해 달라. 당신이 제작하는 영화의 여배우를 활용해 카쇼기에게 로비를 해주면 우리가 보답하겠다. 그러면 강원랜드는 당신에게 영화제작비 20억 원을 지원하겠다.”  


▲강원랜드 하이원 스키장. ⓒ하이원리조트

강씨는 강원도와 영월군에서 지원받은 5억 원의 제작비 가운데 5000만 원을 카쇼기 로비자금으로 쓰기로 생각했다. 그는 카쇼기의 환심을 사기 위한 통 큰 로비를 어떻게 진행할 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마침내 카쇼기는 6월28일 일행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고 다음날 강원랜드를 방문했다. 강원랜드에 ‘귀하신 VIP‘가 방문하자 통역은 유럽에서 카쇼기와 안면이 있었고 미국에서 유학생활과 스키강사로 활동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강원랜드 김정호 팀장이 맡았다.

카쇼기가 강원랜드를 방문하자 영화제작자 강정환씨와 여자 영화배우에게 연락해 카쇼기와의 첫 만남이 임원실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당시 임원실에는 김진모 사장, 이옥형 건설본부장과 다른 본부장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물론 이 자리에도 통역을 위해 김 팀장이 합석해 카쇼기 일행과 다정한 인사를 나눴고 미모의 여성 영화배우는 우아한 미소를 띠우며 사무실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세계적인 갑부에 걸맞게 명품 의상과 장신구를 갖춘 카쇼기와 게리피어스는 이틀간 강원랜드에 머물며 극진한 대접을 받았고 강원랜드 골프장과 스키장 건설현장 및 2단계 사업 후보지 등을 방문했다.

그리고 6월의 마지막 날밤은 서울에서 보내게 됐다. 서울 강남의 고급 일식집에는 카쇼기와 게리피어스 그리고 로비 총책인 영화제작자 강씨, 강원랜드 김 팀장, 미모의 20대 여성 2명이 함께 했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팀장과 영화감독은 자리를 피해 ’뜨거운 밤‘을 준비했다.

카쇼기 일행은 한국에서의 일정동안 호텔과 식사 및 모든 서비스가 최고급이었고 여기에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 서비스까지 황제처럼 대우를 받았다.  

한국에서의 체류기간 동안 접대와 로비를 책임진 영화제작자 강씨는 당시 40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했다.

당시 카쇼기와 호텔에서 뜨거운 밤을 보낸 여성은 영화배우가 아닌 영화배우 뺨치는 미모를 가진 회사원이었고 미국인 게리피어스와 뜨거운 밤을 보낸 여성은 유흥주점의 종업원으로 나중에 확인되었다.

▲세계적인 무기 중개상으로 성공한 아드난 카쇼기. 2004년 강원랜드를 방문한 카쇼기는 무기 중개상 카쇼기와 아무 연관이 없는 평범한 카쇼기였다. ⓒ네이버

이튿날 카쇼기 일행이 인천공항을 통해 LA로 출국했고 영화제작자 강씨와 ‘뜨거운 밤’을 함께 했던 여성들도 인천공항에서 아쉬운 작별을 했다. 이처럼 치밀하고 적극적인 로비와 접대에도 불구하고 카쇼기 일행의 강원랜드에 대한 투자가 전혀 진척이 없었다.

미국의 카쇼기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중간 역할을 한 린다 최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이렇게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강원랜드 관계자와 임원진은 당혹스러웠다.

세계적인 무기중개상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비를 유치받아 태백지역에 대규모 테마파크 사업을 하겠다는 거창한 투자설명회를 가졌던 강원랜드는 당황했다.  

특히 영화제작자 강씨는 강원랜드로부터 영화제작비 지원은커녕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4000만 원의 돈까지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하게 되자 고민 끝에 대검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2004년 10월 당시 한 공중파 방송은 9시 뉴스를 통해 ‘강원랜드 아랍부호 성상납사건’을 보도했다.

“강원랜드는 지난 6월 리조트 건설을 위한 외자를 유치하려고 아랍인 2명을, 이 가운데 1명은 사우디의 왕족이자 무기중개상인 카쇼기의 장남을 초청했습니다. 강원랜드 간부 김씨는 영화촬영 제작자에게 수억원을 투자해 주는 조건으로 이 아랍인에게 성상납을 하도록 시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돈을 받고 외국인을 접대한 여성을 불러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불과 나흘간 접대비로 4000만 원이 들었지만 외국인 투자는 성사되지 않았고 아랍인 2명은 그냥 떠났습니다. 강원랜드는 외자유치에 실패하자 제작사에 대한 투자도 미뤘고 영화제작은 중단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검찰은 이 사건이 여러 정황상 경영층이 깊숙이 관련된 사건으로 파악하고 행동 책임자로 김 팀장이 나섰고 성 로비 몸통은 최고 경영층으로 보고 수사를 펼쳤으나 수사결과 경영층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당시 강원랜드를 방문한 카쇼기는 40대 초반의 모하멧 카쇼기로 국제 무기중개상 아드난 카쇼기와 관련이 없는 인물로 알려졌다. 한국에 김씨가 가장 흔하듯 중동에서 카쇼기는 주변에서 흔한 성씨라는 것이다.

당시 강원랜드와 주변에서는 강원랜드를 방문한 모하멧 카쇼기가 국제 무기 중개상 아드난 카쇼기의 장남으로 알았으나 카쇼기라는 이름은 사우디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흔한 이름이라는 것이다.

특히 자가용 비행기를 소유하고 있다고 자랑한 카쇼기가 자가용 비행기로 한국을 방문하지 않고 왕복 비행기 티켓을 요구한 사실에 강원랜드는 진짜 카쇼기인지 의심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또 카쇼기를 소개시킨 스페인 교포 여성도 철저한 검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강원랜드의 외국인 투자유치 전략이 얼마나 허술하고 어눌했는지 이 사건으로 백일하에 드러났다.  

다음은 검찰의 수사발표 결과문 가운데 일부.  

〈외국인이 다녀간 후인 2004년 10월부터 “강원랜드에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성상납을 했다”는 풍문이 떠돌았으며 대검 등 관계기관에 투서가 접수돼 수사결과 강원랜드에서 외국인을 공식 초청했고 강원랜드 고위 간부가 팀장을 시켜 카쇼기가 방문할 당시 영화제작자로 하여금 여직원을 만나도록 자리를 마련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은 강원랜드에서의 공식 일정을 마친 후 서울에서 영화제작자와 팀장의 주선 하에 여직원과 성관계를 가졌으며 팀장은 강원랜드 고위 간부가 성접대를 시킨 것이 아니라고 진술했다.


영화제작자 강씨는 영월군 상동읍 일대를 배경으로 영화 제작을 준비하면서 강원도와 영월군에서 5억 원을 지원받아 그중 4000만 원을 강원랜드로부터 소개받은 모하멧 카쇼기 등 외국인 투자자 접대명목으로 사용했다.(업무상횡령 등) 강원랜드 김 팀장과 영화제작자 강은 회사원인 이모양과 주점 여종업원으로 하여금 강원랜드에 투자협상차 방문한 카쇼기 일행을 접대하도록 해 윤락알선혐의를 적용했다.〉

▲2003년 3월 개장한 강원랜드 호텔. 2004년 강원랜드 경영진은 세계적인 종합리조트 조성을 위해 유럽과 미국의 세계적인 리조트단지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프레시안

김진모 사장은 당시 검찰수사가 종료된 뒤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무고함을 강조했다.

“검찰은 내가 카쇼기에게 성접대를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수사했다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외국인 투자가에게 성상납을 한다고 투자가 성사되는 것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불법으로 로비를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 아닌가. 기가 막힌 일이었다.”

한편 이 사건으로 유능한 스키팀장으로 알려졌던 김씨는 사법처리 이후 강원랜드를 떠나야 했다.  

이옥형 강원랜드 전 건설본부장의 회고.

 

“카쇼기의 외자 유치전략은 실패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당시 유능한 스키팀장은 통역과 로비 중간역할을 하느라 억울하게 관련 혐의를 뒤집어 써야 했다. 뛰어난 아이디어와 업무능력을 갖고 있었는데 성접대 의혹사건에 피치 못하게 연루돼 강원랜드를 떠난 점이 안타깝다. 린다 최는 미스코리아 출신의 미모를 간직한 여성으로 스페인에서 거주하며 유럽에 마당발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특히 린다 최의 소개로 유럽에서 만난 카쇼기는 인형 같은 미국 여자 영화배우 3명과 함께 동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난 카쇼기를 세계적인 투자가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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