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처리장 예비신청을 4일 앞둔 시점에서, 원자력 발전과 핵폐기물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또다시 제기됐다. 특히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위원회에서 현행 핵폐기물정책에 강한 의문을 제기해 논란이 예상된다.
***"원자력 발전 경쟁력 과대 평가돼 있다"**
국회 '탈핵과 대안적 전력정책 국회의원 연구모임'(대표 의원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은 10일 오전 방사성폐기물 정책에 대한 토론회를 녹색연합, 환경연합, 함께하는 시민행동 동 시민ㆍ사회단체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발표는 핵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산정돼 있는 '원자력발전 사후 처리 충당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집중됐다. 그 동안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원전 사후 처리 충당금'을 낮게 책정해 원자력 발전 원가를 낮춰 와, 실제보다 원자력 발전의 경쟁력을 과대포장해 왔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었다.
강성민 지속가능위원회 자문위원은 "현재 '원전 사후 처리 충당금' 산정 기준이 대단히 자의적"이라며 "핵폐기물 처분 방식이나 원자력 발전소 철거시 예상되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충분히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산정 기준이 마련됐는지 의문시 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앞서 발표를 한 하승수 변호사도 "한수원은 '원전 사후 처리 충당금'을 2003년말 현재 5조9백10억 정도로 설정하고 있다"며 "이는 국제적 기준이나 환경단체가 제시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종합해 판단해보면, 폐기물 처리 비용과 원전 철거 비용을 과소 설정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원전 사후 처리 충당금'은 설정액만큼 한수원의 비용으로 인식돼 발전원가에 영향을 미친다"며 "현재 '원전 사후 처리 충당금'이 과소 설정될 경우 발전원가가 낮아져 원자력 발전의 가격 경쟁력이 과장돼, 한수원의 이익이 부풀려지고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사후 처리 비용 어떻게 충당하려나"**
한편 현재 '원전 사후 처리 충당금'이 '부채성 충당금'(장차 이루어질 지출을 당기 손익에 반영하기 위한 충당금)으로 돼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하승수 변호사는 "'원전 사후 처리 충당금'은 장부상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며 "원전 사후 처리 비용을 지출해야 할 때 지출할 현금이나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남아있다는 보장이 없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정민 위원도 "한수원이 '원전 사후 처리 충당금'을 원전 건설 등에 전용하여 실제 잔고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 변호사의 지적에 공감을 표시했다.
두 사람은 "현재 '원전 사후 처리 충당금' 산정을 재검토하고, 이를 기금화하여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런 내용을 포함한 핵폐기물 정책을 종합적으로 포괄하는 특별법 제정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정부, 원자력 발전 정책 재검토 의지 있나?**
이날 토론회는 핵폐기물처리장 예비신청 마감과 국정감사를 앞두고 진행된 것이어서, 하반기 핵폐기물처리 정책이 다시 한번 '뜨거운 화두'가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핵폐기물 정책에 대해서 말을 아껴온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위 측에서 정부의 그간 정책에 대해서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해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정부 내에서는 산업자원부와 지속가능위가 원자력 발전 및 핵폐기물 정책의 향후 향방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속가능위 관계자는 "핵폐기물 정책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할 경우, 정부 원자력 정책이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핵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이 무산될 경우, 원자력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더욱더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지속가능위 사정을 잘 아는 다른 관계자는 "지금의 지속가능위 역량으로는 산자부와 원자력계의 논리를 능가하는 대안을 마련할지 의문시 된다"며 "정부가 원자력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의지가 있다면 현재 진행되는 원전 관련 정책을 '모라토리엄(일시 유예)'하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고 정부의 의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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