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투기꾼을 '적'이 아닌 '내편'으로 삼겠다는 집권당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투기꾼을 '적'이 아닌 '내편'으로 삼겠다는 집권당

[기고] '수용성' 투기광풍, 미친 투기인가 합리적 투자인가?

지난 2월 11일 방영한 MBC<피디수첩> "커지는 풍선효과 불안한 사람들"은 전국민이 주택투기에 뛰어들고 있는 현장을 실감나게 보여줬다. 강남에서 시작된 투기열풍이 소위 "마용성"을 달구더니 마침내는 "수용성"이란 신조어까지 만들며 경기도로 번졌다.

전 국토의 투기장화이고 전 국민의 투기꾼화이다.

'광란'의 현장에서 치솟는 '미친 집값'

<피디수첩>은 46분 내내 손을 대면 데일 듯 뜨거운 투기의 현장을 보여줬고, 미친 듯 치솟는 집값을 방영했다. 소위 '수용성' 지역의 한 아파트는 두 달 만에 3억6천만원에서 4억8천만원으로 무려 1억2천만원이 폭등했다. 상승률이 33%에 달한다.

몇 년 전 가진 돈이 적어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없는 젊은이들이 빠져들었던 '비트코인" 투기를 방불케 했다.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트코인 투기에 빠진 젊은이들을 "제 정신이 아니다"고 비난했었다. 지금 경기도에서 벌어지는 주택투기는 비트코인 광풍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투기 현장을 보면서 '광란'이란 말이 떠올랐고, '미친 집값'이란 말이 실감났다. 그러나 지난 3년여의 주택투기가 비트코인 투기와 다른 점은 투기로 올린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투기는 "깡통"으로 끝났지만, 서울주택에 투기한 사람들은 수억에서 수십억원을 벌었다.

<피디수첩>에 나온 어느 부동산 중개사는 "사람들의 머릿속은 80~85%가 부동산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일해서 돈벌려고 하겠느냐?"고도 했다.

2019년 서울서 쫓겨난 '집값 난민' 중 30대가 가장 많아

누구는 이런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섰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런 투기를 앞장서서 조장하는 정부와 집권당에 뜨거운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누구보다 강한 절망과 분노가 치솟은 사람들은 아마도 앞으로 집을 사야하는 30대가 아니었을까?

집값이 폭등해서 서울에 살 수 없어 경기도로 쫓겨 가는 사람을 표현하는 용어가 '집값난민'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서울 집값이 폭등했으니 집값난민이 급증했음은 불문가지다.

2019년 서울에서 경기도로 쫓겨난 집값난민 중에 30대가 가장 많다. 그 중에는 서울의 전세값으로 경기도에서 내집을 산 사람도 상당수일 것이다.

그러나 이젠 그것마저 할 수 없게 되었다. 방송 첫머리에서 "매일 서울로 출근이 가능한 곳에 더 이상 집을 살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서울로 전철 통근이 가능한 지역의 집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그 폭등의 원인에 대해 <피디수첩>은 "임대주택사업자 투자의 꽃길, 지금도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을 방송에서 확인한 30대들이 느꼈을 절망감은 실로 헤아리기 어렵다.

대통령의 "투기와의 전쟁"은 '항복'을 선언하나?

'수용성'의 집값을 폭등시킨 것은 투기꾼들이다. 어느 부동산 중개사는 수원에서 집값이 많이 오른 "영통, 매탄동에 갭투자가 많이 몰려서 집값이 뛰었다"고 말했다. "수원 팔달구를 제외한 비조정지역은 갭투자가 2~3개씩 줏어갔다"고도 했다.

갭투자가는 곧 주택투기꾼이다. 갭투자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살 집이 있는데 시세차익을 노리고 또 집을 사는 사람을 "투기꾼"이라 불러 마땅하다. 그 투기꾼들이 서울 강남 집값을 폭등시켰고, 강북의 '마용성' 집값을 폭등시켰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 투기꾼들과 전쟁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이 귓가를 아직 맴돌고 있는 시점에 투기꾼들이 '수용성'에 몰려가서 집값을 폭등시켰다. 대통령이 말한 전쟁에서 '항복'을 선언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투기꾼을 '적'이 아닌 '내편'으로 삼겠다는 집권당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대통령은 말뿐이었고, 그 전쟁을 실행할 의지는 전혀 없었던 것일까? 주택투기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다주택자들과 애당초 전쟁을 치를 의지가 없었던 것일까?

그 대답을 알려주는 기사를 엊그제 읽었다. '수용성' 집값을 잡기 위해 "규제"를 시행하겠다는 김상조 정책실장의 제안을 집권당 대표가 거부했다고 그 기사는 전했다.

규제를 즉각 실행하지 않으면 집값은 더 오를 것이고, 투기꾼들은 투기의 목적인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투기꾼을 적이 아니라 "내편"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집권당이 분명하게 표현한 것이다.

"규제를 하더라도 총선 전에는 하지 마라"고 집권당 대표가 말했다고 한다. 수용성 지역 여당국회의원들은 "규제를 하면 여론이 돌아선다"며 규제에 반대했다고 한다. 그 말은 투기꾼을 "내편"으로 삼는 것이 선거에서 표를 얻는데 유리하다고 집권당이 판단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자산가와 중도층을 '내편' 만들려는 선거전략인가?

사실 집권당과 청와대는 오래 전부터 투기꾼을 '내편'으로 삼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 혹시 2017년 '8.2부동산대책'과 2018년의 '9.13대책'에서 다주택자들에게 양도세를 중과하고 종부세를 강화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두 대책이 발표된 후에도 다주택자 매물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들에게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강화를 빠져나갈 구멍을 정부가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2017년12월13일의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은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임대소득세, 양도소득세, 보유세를 거의 내지 않게 했다. 임대사업자가 내는 세금은 일반 자영업자나 근로소득자가 내는 세금에 비하면 고작 10%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내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에게는 집값의 50%만 대출하도록 하는 금융규제도 임대사업자들에게는 80%까지 혜택을 줬다.

집권당과 청와대가 정권 출범 초부터 다주택자를 "내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갖지 않았다면 결코 실행하지 않았을 정책이다. 짐작컨대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도층을 내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 중도층에는 다주택 자산가들이 포함됐으리라.

임대사업자 세금특혜로 3배 폭등한 성산시영아파트

<피디수첩>은 서울집값 폭등의 원인이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 정책이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5년간 서울 강북에서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 중 하나가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다. 2014년 3억원에서 2019년에는 8억원까지 거의 3배가 올랐다.

<피디수첩>은 그 아파트가 왜 올랐는지 심층보도했다. 그곳 부동산중개사는 그곳 아파트 매입자 중에 "실거주는 거의 없어요"라고 딱 잘라 말했다.

"전세를 꼈는데 또 정부에서 8천만원씩 융자를 해줬다" 그래서 "임대사업자가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 아파트를 매입한 투자자들이 "거의가 임대사업자 냈으니까"라고 했다.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때문에 투기꾼이 몰렸고, 5년 만에 3억원에서 8억원으로 한 채 당 5억원이 폭등했다. 보유기간 종부세를 전액 면제해줬고, 5억원의 시세차익에 대해서도 정부는 양도세의 70% 이상을 감면해준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위한 나라'를 만들었다고 해도 전혀 과장인 아닌 것이다.

'집없는 사람'을 위한 나라는 없다

성산시영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은 거의 세입자들이다. 2014년 시세가 3억원일 때 전세가는 2억원이었다. 1억원만 보태면 집주인이 될 수 있었는데, 세입자로 남아있는 그들의 심정은 어떨까? 부동산중개사는 "집값이 너무 오르니까 세입자 중 죽고 싶다고 하는 분들이 많이 와요"라고 말했다.

비단 시영아파트뿐이 아니다. 서울에서 세를 사는 사람들 대다수가 지난 3년여 겪은 심정이 그와 똑같을 것이다.
지난 두 달간 '수용성' 세입자들 역시 매일매일이 죽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왜 그때 집을 사지 않고 정부를 탓하느냐"고 비난성 반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짐작컨대 "집값규제를 총선 이후에 하라"는 집권당 역시 내심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지인 중에는 "문재인정부가 다른 것은 몰라도 집값만은 확실하게 잡을 줄 알았다. 그래서 집을 사지 않았다"는 사람이 아주 많다. 지금 극심한 고통을 받는 '수용성' 세입자들 역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선언한 "투기와의 전쟁"을 믿었을 것이다.

"집값하락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이유

그들이 지금 어쩐 심정일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배신감에 밤잠을 못 이루는 사람도 수없이 많으리라. 2016년 겨울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은 새정권이 들어서면 집없는 국민과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그런 믿음을 저버렸다. 다주택자인 임대사업자들에게 전세계에서 가장 큰 특혜를 베풀었다. 그로 인해 서울집값이 폭등해서 집없는 국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는데도 그 세금특혜를 폐지하지 않고 있다.

세금특혜를 폐지하면 서울에 등록된 47만채의 임대주택 중 상당수가 매물로 출회될 것이고, 서울집값은 문재인정부 이전으로 하락할 것이 눈에 보이는데도 말이다.

다음카페 '집값하락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외면하는 집없는 사람들이 모여 어떤 "행동'을 할지 의논하는 곳이다. 지금 서울과 '수용성'지역의 집없는 사람들과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곳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