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미흡했다고 비판한 이들이 줄줄이 행방불명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의 주말판 <옵저버>가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공개 비판한 쉬장룬(許章潤) 칭화대 법대 교수가 행방불명됐다고 보도했다.
<옵저버>는 쉬 교수 지인들의 말을 빌려 "그가 소셜 미디어에서 퇴출된 데 이어, 그(쉬장룬)의 친구들은 며칠 간 그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이날 보도했다.
쉬 교수는 최근 <바이러스의 경고: 분노가 공포를 극복할 때>라는 기고문을 내 "자유에 관한 강력한 논쟁"을 중국 내에 일으켰다. 해당 기고에서 쉬 교수는 중국이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한 이유는 언론의 자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쉬 교수는 최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제출하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보장 요구안에 온라인 서명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혼란기에 중국 공산당을 강력히 비판해 왔다.
이 같은 대외 활동으로 인해 쉬 교수는 일찌감치 자신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최근 공개한 에세이에서 "이미 나는 교수직을 잃었으며, 거의 1년 전에 출판된 글로 인해 자유를 잃을 가능성에 처했다"고 밝혔다.
쉬 교수는 이어 "당연하게도 난 새로운 처벌을 받으리라고 생각한다"며 "아마도 이것이 나의 마지막 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쉬 교수의 지인들은 해당 에세이가 공개된 후 중국의 소셜 미디어인 위챗에서 쉬 교수의 계정이 일시 중지됐고, 그 후 며칠 간 쉬 교수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옵저버>에 밝혔다. 쉬 교수의 지인들은 "웨이보에서 그의 이름이 사라졌고, 중국의 가장 큰 검색 엔진인 바이두에서 그의 글은 수년 전 올린 단 몇 편만 검색된다"며 "그는 금요일 이후 휴대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다만 <옵저버>는 "그가 구금되지는 않았으리라고, 베이징의 집에 있으리라고 본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인해 절대권력을 강화하려던 시진핑을 향한 중국 내 비판의 목소리는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아울러 목소리를 낸 이들이 하나둘 실종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의 실태를 직접 인민에게 보여주겠다며 현장에서 동영상을 업로드하던 천추스(陳秋實)가 지난 6일 이후 행방불명됐다. 이어 우한의 한 병원에서 시신이 담긴 포대가 8개 놓인 장면을 촬영해 이를 공개한 동영상 블로거 팡빈의 행적도 지난 15일 이후 잠잠해졌다.
처음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고했다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후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중국인 의사 리원량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중국 내에 확산함에 따라, 이 같은 추모 흐름이 공산당 독재에 대한 염증으로 일부 중국 인민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중국 인권고발단체 '중국인권수호자(CHRD)'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한 후 적어도 350여 명의 중국인이 '헛소문을 퍼뜨린 죄'로 인해 처벌 받았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에 밉보이는 이들이 갑자기 행방불명되는 일은 종종 일어난다. 앞서 톱배우 판빙빙, 인터폴 총재 등이 수개월 여간 행방불명된 후 뒤늦게 행적이 공개되는 사례가 있었다. 홍콩 시위 당시는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서점을 운영하던 이들이 중국 본토는 물론, 홍콩에서도 실종되는 일이 일어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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