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모처럼 낮에 외출을 했더니 하늘은 이제 꽤나 높아졌는데, 햇빛은 여전히 따갑더군요. 여름이 지나면 여기저기 패션잡지에서 "여름 동안 강렬한 햇빛에 시달린 피부를 진정시키고, 다가오는 겨울눈처럼 흰 피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선전에 한창이지요. 이런 질문은 어떠나요?
***안녕하세요, 요즘 들어 눈가에 부쩍 주름이 신경 쓰이는 아줌마입니다. 요즘 홈쇼핑을 보면 먹는 콜라겐, 바르는 콜라겐, 마사지하는 콜라겐 등등 콜라겐 제품이 엄청나게 많이 유행되는 거 아시죠? 그런데 정말 이 화장품들이 효과가 있을까요? ***
당연히 이 분야는 관심이 많습니다. 이전에는 화장품 회사에서 자외선과 주름 방지 제품의 효능에 대해 연구를 했기도 했고요.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사람의 피부의 구조와 왜 주름이 생기는지부터 먼저 살펴볼까요?
피부는 동물의 표면을 덮고 있는 조직을 의미합니다. 입이나 항문 주위의 점막도 일종의 피부인 것이죠. 피부는 위의 그림에서 보듯 바깥부터 표피-진피-피하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진피를 보세요. 진피를 구성하는 요소 중 교원질, 혹은 교원섬유라고 표시되는 것이 바로 콜라겐이고, 탄성섬유라고 쓰인 것이 샴푸 선전에서 많이 등장하는 엘라스틴입니다. 이중 콜라겐은 다세포 동물에게 가장 많이 존재하는 단백질로 포유류에서는 몸 전체 단백질의 1/4이나 차지합니다. 섬유모양으로 길게 꼬인 모양을 가지고 있어서 교원섬유라고 불리는 콜라겐은 그 모양처럼 질겨서 힘줄이나, 인대 등을 이루는 주요 단백질입니다. 물론 우리 피부에도 다량 존재하구요. 콜라겐이 힘줄이나 인대에 존재한다는 것은 사골을 푹 고아 만든 곰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곰탕을 먹다보면 뭉글뭉글한 기름덩어리 같은 거 보신 적 있죠? 비계나 기름덩어리는 아닌데 물컹한 이 조직이 바로 젤라틴인데, 콜라겐에 물, 약산, 약염기를 넣고 약한 불에서 오랫동안 끓이면 콜라겐이 변성되어서 젤라틴으로 변하게 된답니다.
피부를 이루는 주요 성분인 콜라겐은 역시 피부 속에 많이 존재하는 섬유아세포(fibriblast)에서 만들어서 분비하는데, 그림과 같이 섬유아세포는 길쭉하고 평평한 모양을 하고 피부 조직 내에 빽빽하게 모여 있답니다. 생고기를 불에 구운 뒤 식히면 굽는 동안 육즙이 빠지면서 고기가 부피가 줄어들고 단백질이 변성되어 고기 결이 달라지지요? 그 것과 마찬가지로 외부의 스트레스를 자꾸 받으면-나이를 먹거나 또는 자외선을 많이 받는 등 피부에 해로운 일이 반복되면-진피 속의 콜라겐이나 엘라스틴 등의 성분이 변성, 위축되거나 피부의 수분과 피하지방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렇게 되면 피부는 탄력을 잃게 되고 바람 빠진 고무풍선이 땅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중력 방향으로 처지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 주름살이 패이고 뺨이나 턱이 처지는 현상이 이래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옆의 그림을 보면 아시겠지만, 젊고 탄력 있는 피부는 진피 내부가 콜라겐과 엘라스틴, 혹은 섬유아세포 등으로 꽉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지만, 나이 들어 주름진 피부는 내부에 듬성듬성 빈 공간이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피부를 구성하는 단백질이나 피부세포의 손실은 점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처음에는 눈가나 입가 등 피부가 얇고 많이 움직이는 곳에 잔주름이 생기지만, 그 효과가 쌓이다 보면 점차 굵은 주름이 생기고 살이 늘어지게 됩니다.
어쨌든 피부에 대한 얘기를 장황하게 한 이유는 과학이 발전하면서 피부의 주름살이 외부 혹은 내부의 스트레스로 인한 콜라겐 단백질의 변성, 혹은 위축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그렇다면 콜라겐을 외부에서 보충해주면 늘어진 피부를 다시 탱탱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에 생각이 미쳤기 때문입니다. 그럴 듯 하지요. "피부에 콜라겐이 부족하여 주름이 생기니 콜라겐을 보충하면 주름이 펴질 것이다"라는 말,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콜라겐을 보충해 준다는 발상 자체는 좋지만, 도대체 그 콜라겐을 어떻게 피부 속으로 넣어주느냐 이 말입니다. 바르거나 마사지를 하는 콜라겐 화장품을 생각해봅시다. 주름살은 피부 겉의 표피에서가 아니라, 표피 아래 존재하는 진피에서 생겨나기 때문에, 표피를 투과하게 진피까지 콜라겐을 전달해 줘야만 합니다. 그러나 우리 피부는 그리 만만한 게 아닙니다.
우리의 피부는 우리 몸을 외부의 각종 유해물질에서 지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일례로 건강한 피부는 어떤 세균도 뚫고 들어오지 못합니다. 피부에 상처가 나면 감염이 잘 일어나는 이유는 피부 조직이 찢어지면서 방벽이 무너져 내린 사이로 세균들이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피부의 보호 기능을 피부 장벽(Skin barrier)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수많은 미생물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세균성 질환에 잘 걸리지 않는 이유도 이런 피부 장벽이 튼튼히 버텨주기 때문입니다. 전신에 화상을 입은 환자가 생명을 잃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화상으로 인한 피부 장벽 손실로 세균에 노출되어 전신에 감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듯이 이 피부 장벽은 매우 중요하고도 든든한 장벽입니다. 구조가 느슨하면 세균들이 침투해올 위험이 있기 때문에 우리 피부는 매우 빽빽한 벽돌구조로 튼튼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외부에서 물질을 투과시키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따라서 바르는 화장품에 콜라겐이 아무리 다량 함유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단백질인 콜라겐이 피부장벽을 뚫고 진피까지 얼마만큼이나 들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먹는 콜라겐 역시 의견이 분분하지요. 위에서 말했다시피 콜라겐은 단백질입니다. 고기를 구성하는 성분과 같지요. 우리가 고기를 먹으면 단백질이 그 자체로 우리 몸에 흡수될까요? 아니죠, 단백질을 먹으면 위와 장에서 소화 과정을 거쳐 아미노산으로 쪼개진 후에 흡수된다는 것을 교과서에서 배우셨죠? 그리고 피부를 구성하는 콜라겐은 먹는 것이 그대로 흡수되어 피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섬유아세포에서 합성해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만약 먹는 것이 그대로 피부로 전달된다면, 채식주의자들의 피부는 탄력이 없어 흐물거리게요?
현재 알려진 바로는 피부의 주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콜라겐 자체를 바르거나 먹는 방법보다는 콜라겐을 합성하는 섬유아세포의 능력을 촉진시키는 물질이나 이미 만들어진 콜라겐의 파괴를 방지하는 물질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잇습니다. 즉 우리 몸이 가진 자체 재생 능력을 조금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물질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죠. 이런 물질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레티놀(비타민 A)인데요, 원래 레티놀은 콜라겐 합성을 촉진시키고 각질의 턴오버 사이클을 정상화시키며 피지 분비를 억제하는 기능이 있어서 주름개선 화장품에 많이 사용됩니다. 그러나 이것도 주름이 눈으로 드러나기 전부터 매일매일 꾸준히 사용해야 효과가 있는 것이지, 주름이 깊게 패인 후에는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그 때는 이미 피부 재생능력이 너무 떨어져 있어서 효과가 없는 것이죠.
주름을 확실하게 제거하는 것은 아무래도 외과적 수술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주름이 생긴 부위의 피부를 절개하여 팽팽하게 잡아당긴 후에 여분의 피부를 제거하는 고전적인 수술법 이외에도 요즘은 보톡스 주사나 레스틸렌 주입법 등의 간편하고 손쉬운 주름 제거술이 나와 있으니, 현대 의학의 힘을 빌려도 좋겠지요.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애초에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사실 주름이 생기기 전에 피부에 닿는 자외선만 꼼꼼히 차단해서 10년 젊은 피부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노인 분들의 피부를 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얼굴이나 목, 손 등은 주름이 깊게 패이고 피부도 거친데 반해, 배나 등 같이 직접적으로 햇빛을 받지 않는 부위는 주름이 훨씬 적고 피부도 비교적 덜 거친 것을 볼 수 있거든요.
피부의 주름은 가능하면 없애는 게 좋을지 모르지만, 우리 몸에서는 가능하면 주름져야 하는 곳이 있습니다. 어디인지 다들 짐작이 가시겠지요? 이 가을, 피부의 주름살을 펴기 위해 노력하시는 중간에, 우리 뇌의 주름은 더욱더 탄탄하게 유지되도록 좋은 책 한 권 읽어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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