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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무력진압으로 인질 9백여명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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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무력진압으로 인질 9백여명 사상

사망자만 2백명 넘어, 러시아정부 인질숫자 은폐-인명경시 논란

러시아 남부 북(北)오세티야 공화국에서 사흘간 진행됐던 학교 인질극이 '폭력과 폭력'이 충돌하며 1천명에 가까운 애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사태로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사망자 2백여명 등 사상자 9백명 넘어**

인테르팍스 통신은 4일(현지시간) 이번 진압과정에 사망자가 2백명을 넘고 부상자도 7백4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사망자 가운데 79명의 신원이 확인됐으며, 8명의 테러범 시체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또한 3명의 테러범이 잡혔으며 4명은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당초 예상보다 희생자 숫자가 엄청났던 것은 그동안 러시아 정부 및 북오르세티야 당국이 인질숫자를 은폐해왔기 때문이다. 북오세티야 당국은 당초 인질수를 3백53명이라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NTV 등 러시아 언론들은 3일 진압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보좌관인 아슬람벡 아슬라하노프의 말을 인용해 인질 숫자가 1천2백명에 달했다고 뒤늦게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 인질범들과 협상에 나설 예정이었던 아슬라하노프는 무력 진압에 앞서 만난 한 인질범이 자신에게 학교안에 1천2백명의 인질이 있으며 이중 70%가 어린아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정부가 인질극의 파문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동안 의도적으로 인질숫자를 축소-은폐해온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러시아 당국 진압작전, 인질생명 안전보다는 인질범 사살에 주력**

희생자 숫자가 이처럼 엄청나게 발생한 것은 러시아 특수부대 요원들의 진압작전이 인명을 경시하며 무력위주로 진행된 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 특수부대 요원들은 3일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6시) 큰 폭발음과 총격전 속에 학교에 진입해 치열한 교전끝에 인질사태를 종료시켰다.

발레리 안드레예프 FSB 베슬란지역 책임자는 "당국이 인질사태의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범인들과의 협상을 계속하려 했으나 이날 오후 1시께 학교 건물 주변에서 두 차례의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일련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안드레예프는 “범인들이 달아나는 어른과 어린이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으며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대응사격이 시작됐고, 무장한 현지인들도 사격에 나서 특수부대에 효과적인 여건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건물 진입과정에서 특수부대가 인질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의 이런 강변에도 불구, 대규모 인질 희생되는 폭력적인 유혈 종결에 대한 비판에 러시아 당국은 자유롭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특수부대는 지난 2002년 10월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 당시에도 인질들에 대한 충분한 안전대책없이 진압작전에 나서 7백여명의 인질 중 1백29명이 사망,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인질범 일부 응사, 일부 인질들에 섞여 도망가**

진압은 극도로 혼란스런 상황하에 진행됐다. 3일 오후 1시 학교 주변에서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격렬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30여명의 학생들이 학교건물에서 뛰어나오자 중무장한 특수부대 병사 1백여명이 학교건물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목격됐으며, 인질범들이 탈출을 시도하는 인질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특수부대원들이 응사하는 혼란스런 상황이 한동안 계속됐다.

인질범들 일부는 러시아 특수부대원들의 진압작전 및 학교 진입에 응사를 계속했으나 일부는 인질들의 옷을 뺏어입고 인질들에 섞여 도망가, 특수부대는 곧 학교를 장악했다. 이 상황에서 탈출에 성공한 인질들은 속옷만을 걸친 상태였으며 학교 밖에 세워둔 차량으로 달려가 물을 마시는 모습이 러시아 TV에 방영됐다.

인질들은 당시 체육관 안의 더위에 옷을 벗고 있던 상태였으며, 사흘간 식수와 음식물 부족에 자신의 오줌을 마실 정도로 극도의 고통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 러시아 인질극 사태 이해 및 유감 표명**

러시아의 이번 진압작전에 대해 국제사회는 이해를 표명하면서도 1천명에 육박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있어 푸틴 러시아대통령은 앞으로 상당기간 후폭풍에 시달려야 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비공식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EU 의장국 네덜란드의 버나드 보트 외무장관은 “EU 외무장관들은 인질사태 전개를 크게 우려하며 주시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는 소식에 큰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위스콘신주에서 가진 선거집회중 연설을 통해 러시아 특수부대의 투입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애도를 표시하고 “우리는 러시아인들을 지지하고, 이 무서운 상황에서 우리의 생각들과 기도들을 그들에게 전한다”고 푸틴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혔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도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이들과 부모들을 고통에 빠뜨리기 위해 준비한 테러리스트들의 비인도성에 대해 나의 혐오감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도 “테러리즘은 어느 곳에서 나타나도 싸워야 한다”며 독일 국민들은 희생자들과 가족들에 대해 “연민의 감정에 차있다”고 말했다.

유엔의 코피 아난 사무총장도 모든 테러리스트들의 행위들을 비난하며 "불과 지난 수시간만에, 많은 어린이들과 다른 사람들이 생명을 읽거나 부상한 데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사무총장 대변인이 전했다.

***체첸 독립파 "푸틴 정권의 대학살"**

이같은 서방의 푸틴 지지와는 달리, 러시아 남부 체첸공화국의 독립파 지도자 마스하드프 전대통령 홍보담당 자카에프는 "특수부대 진입으로 막대한 희생자가 나온 것은 푸틴 정권이 제국적 야망을 위해선 어떤 대량살상도 사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대테러 전문가들도 러시아 특수부대의 인질 생명경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영국 육군공수특전단(SAS) 출신인 존 머칼리스는 “러시아 보안군이 이 작전에서 원한 것은 어린이들 구출이라기보다는 인질범 사살이었다는 인상이 짙다”고 지적했고 독일의 테러 전문가 엘마 테베센은 유혈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갑자기 무슨 사건이 일어나 사태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흐른 것 같다”며 “관리들이 시체를 처리할 때 돌발적인 사건이 일어나 양측이 정면 충돌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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