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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나간 전북도, "새만금에 540홀 골프장 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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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나간 전북도, "새만금에 540홀 골프장 짓겠다"

세계최대 규모, 허가 나오면 호남 '세계최대 골프공화국' 돼

전라북도가 2006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 그곳에 세계최대 규모의 5백40홀 골프장을 무더기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18홀 대형골프장을 30개나 한꺼번에 짓겠다는 발상이다. 세계최대 갯벌을 파괴해 기껏 하겠다는 것이 골프장 무더기 건설이니, 전라북도 행정당국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읽을 수 있다.

***전북도, "새만금에 세계 최대규모 골프장 짓겠다"**

열린우리당 소속의 강현욱 지사가 도정을 이끌고 있는 전북도는 31일 "2006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 부안 변산 반도와 접한 동진강 수역 갯벌지역에 정규홀(18홀) 골프장 30개에 해당하는 5백40홀짜리(8백만평) 골프장을 연차적으로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이 계획은 새만금에 복합 관광 레저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의 하나로 진행될 것이며, 동진강 수역 2천만평에 골프 아카데미, 숙박시설 등 골프단지를 조성하고 디즈니랜드, 새만금 타워 등도 함께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북도는 "새만금 지역이 서해안 중심에 있어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늘고 있는 국내 골프 인구를 유치할 수 있고,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가 개최되는 중국과 인접해 있어 외국인 골프 관광객들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2015년쯤 새만금 지역 관광객 수요가 연간 2천1백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고 특별법이 제정되면 민자나 외자유치에 어려움이 없다"면서 "최근 정부에 추진계획서를 보내 조율 중인데 사업이 추진되면 수천여명의 고용창출과 세수증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북도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국책사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고군산군도 진입도로 조기 개설을 30일 이곳을 방문한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건의했다.

***전북도,"식량 안보"에서 "골프 입국"으로**

이번에 전북도가 밝힌 5백40홀 규모의 골프장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중국 광둥성 선전의 '미션힐스' 골프장(1백80홀)보다 3배 큰 규모다. 한마디로 말해 전북을 '골프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이번 전북도의 계획은 최근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골프 경기부양론'에 발맞춰 새만금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전북도가 즉흥적으로 내놓았다는 인상이 짙다. 애초 새만금 지역 활용 방안에 대한 정부 장기 계획에는 골프장 건설이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총리는 앞으로 넉달 안에 2백30개의 골프장 허가를 무더기로 내주겠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전북도는 그동안 새만금을 간척해 농지로 써 '식량 안보'를 주도하겠다고 주장해왔다. 하루 아침에 전북도의 새만금 간척 강행명분이 '식량 안보'에서 '골프 입국(立國)'으로 바뀐 셈이다.

***실현가능성 全無하나 허가 나오면 '호남 골프공화국'**

현실적으로도 이번 전북도의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같은 규모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수조원 규모의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재 전남 해남과 전북 군산 등에 추진중인 수십개의 골프 단지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것도 전북도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한다.

만약 정부가 이같은 전북도의 골프장 계획을 허가해준다면, 호남은 말그대로 18홀 골프장이 1백개 가까이 운집한 세계적 '골프공화국'이 될 전망이다.

환경단체도 골프장 조성에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가진 외국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골프장을 새만금 지역에 짓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새만금 간척사업은 갯벌 파괴를 이유로 전북도 및 정부와 환경단체-전북도민들이 계속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어서, 전북도가 갈등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명호 환경운동연합 정책부장은 1일 "새만금 간척사업의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할 이 때 전북도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계획을 내놓는 것을 보면, 전북도가 새만금 사업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해 합리적 대안을 내놓을 능력이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꼬집었다.

명 부장은 "전북도의 계획은 새만금 지역에 농지를 조성하는 것과 복합 산업단지 계획이 다 물 건너 간 상황에서 정부의 골프장 확대 움직임에 편승해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는 계획을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명확한 정책적 효과에 대한 검증없이 골프장 규제 완화 등을 언급한 정부도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북도의 '세계 최대 골프장' 조성 움직임을 바라보는 인근 주민의 시각도 곱지 않다. 한 부안 주민은 "핵폐기물처리장을 계기로 새만금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부와 전북도가 추진하는 새만금 사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늘고 있다"며 "전북도가 지역 정서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이런 황당한 계획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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