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15억 거액채무자 3만명 위한 개인회생제 시행

자영업자 소득파악. 은닉재산 적발 어려워 특혜 시비

거액의 빚(15억원이하)을 져도 일정기간 일정액을 갚아나가면 남은 빚을 탕감받을 수 있는 개인회생제도가 9월말부터 시행된다.

***원칙적으로 8년간 일정액 갚아나가면 남은 빚 탕감**

대법원은 31일 "개인회생제도 시행에 필요한 준비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오는 23일부터 전국 14개 법원에서 일반인의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개인회생제를 이용하려면 본인과 부양가족의 생계비(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4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1백5만원)를 초과하는 정기적 수입이 있어야 하며, 채무 변제기간은 원칙적으로 8년이다. 그러나 채권자의 동의와 원금을 다 갚는 조건으로 3년 만에 개인회생 절차를 끝낼 수도 있다.

채무자는 변제 기간 전체 소득에서 생계비와 각종 세금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을 매달 갚아나가게 된다. 그러나 채무자가 변제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남은 빚을 탕감받은 것으로 드러나면 취소 결정이 내려진다.

개인회생제는 은행빚 외에 사채도 포함되는 데다, 법원이 채무자가 제시한 변제계획을 승인하면 신용불량자에서 자동 해제된다. 그러나 변제할 금액이 현재 재산을 청산한 금액보다 적으면 신청이 기각된다.

***개인 채무에도 '대마불사' 도덕적 해이 우려**

이에 따라 사채가 많거나 채무액이 3억원을 넘어 배드뱅크나, 개인 워크아웃을 이용할 수 없는 악성 채무자 등 월 3만명 가량이 개인회생제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그러나 개인회생제는 벌써부터 '대마불사'라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개인회생제는 담보채무 10억원, 무담보 채무 5억원까지를 대상으로 하되, 법원은 15억원 이하의 빚을 진 사람이라면 상당한 재력가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담보채무가 10억원이라면 서울 강남의 고급아파트나 건물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고, 신용대출 5억원은 고수익 전문직 종사자가 아니면 불가능하는 지적이다.

이처럼 거액의 채무자에게는 원금과 이자까지 깎아주면서 채무 5천만원 미만인 배드뱅크 이용자나 3억원 이하인 워크아웃 신청자는 이자만 삭감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에 어긋나는 제도라는 것이다.

개인파산제도는 1백만~1백50만원의 송달비, 광고비, 변호사 비용을 지불해야 한는 반면 개인회생제는 채무자가 인지대 3만원과 송달비만을 부담하면 되는 등 신청 비용도 차이가 난다.

***자영업자 소득파악, 은닉재산 적발 어려워**

소액 빚을 진 서민들은 이처럼 문턱이 높은 파산이나, 아니면 이자만 없애주는 개인 워크아웃 등을 이용해야 하는데, 거액의 채무자는 상대적으로 혜택이 많은 개인회생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에서는 변제과정 중에 은닉재산이 발견되면 모든 절차를 취소한다고 밝혔지만 채무자가 자영업자인 경우 소득파악이 어렵고 채무자가 은닉한 재산을 찾아낼 방법도 없으며 이마저도 적발은 채권자의 부담으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