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당신의 피부는 안녕하신가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당신의 피부는 안녕하신가요?"

hari-hara의 '생물학 카페' <24> 피부색 이야기

안녕하세요, hari-hara입니다. 이제 길었던 여름방학도 다 끝나고 학생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갔겠지요? 올 가을은 유난히 짧다고 하던데, 이 짧은 기간동안 계절의 아름다움을 맘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오늘 제 카페에서 찾은 질문은 이 것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일하는 해외 노동자입니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도 이런 인터넷이 있기에 고국의 소식도 접할 수 있어 좋답니다. 이곳 사람들은 보두 까맣담니다.아실 테지만... 그런데, 갓 태어날 때는 많이 까맣지 않은데, 자라면서 더 까매지는 것은 환경-햇빛-때문일까요? 우리 대한민국 사람은 황인종이지만 여기서는 우리를 'White Men' 이라고 부릅니다. 비교적 흰 편인데, 2~3년 지내다 보면 많이 까맣게 됨니다. 대한민국 사람도 이곳에 와서는 심하게 까매지기도 하는데, 사람의 피부색은 환경에 의해 얼마나 많이 변할까요?"**

아하.. 이제 외국에서도 질문이 들어오는군요. 이맘때쯤 되면, 멀고먼 아프리카가 아니더라도 지난 여름 휴가의 결과로 구릿빛으로 그을린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햇빛을 많이 받으면 피부색이 어두워지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그것이 멜라닌 때문이라는 것도 이제는 상식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피부에는 멜라닌을 만드는 멜라노사이트(melanocyte) 세포가 존재합니다. 멜라노사이트는 세 가지 효소-티로시나제(tyrosinase), TRP1, TRP2-의 영향을 받아 페오멜라닌(pheomelnin)과 유멜라닌(eumelnin)의 두가지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 냅니다. 페오멜라닌은 밝은 색을, 유멜라닌은 어두운 색을 띄기 때문에 이 두가지 멜라닌이 섞이는 비율에 따라 여러 가지 피부색과 눈, 머리카락 색을 만들어냅니다. 유멜라닌이 많으면 검은 피부와 검은 머리카락이, 페오멜라닌 비율이 높으면 흰 피부와 금발이 나타난다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백인들에게는 페오멜라닌이, 유색인종에게는 유멜라닌이 많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비율은 어느 정도까지는 변할 수 있답니다.

페오멜라닌이 유멜라닌으로 변하는 과정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일어납니다. 햇빛을 받으면 그 속에 포함된 자외선은 세포에 해롭기* 때문에 햇빛을 많이 받으면 우리 몸은 자체 보호막을 가동합니다. 멜라닌 세포는 유멜라닌을 많이 만들어 주변 피부 세포에 고루고루 나누어줍니다. 이 것은 마치 양산이나 모자가 햇빛을 가려 그늘을 만들어 주듯이, 피부 표면을 검은색 색소로 덮어 그 안쪽의 세포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자외선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에 요즘 들어 각광받는 미백화장품들에는 유멜라닌을 페오멜라닌으로 바꾸어주는 작용을 하는 물질들이 들어 있습니다. 아스코르빅산(Ascorbic acid), 즉 비타민 C나 알부틴(albutin), 닥나무 추출물(Broussonetia extract), 코직산(Kojic acid) 등이 대표적인 미백 효과를 나타내는 성분들입니다. 요즘은 화장품에도 특별한 기능을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미백 성분들을 찾는 연구에 화장품 회사들은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멜라노사이트에 대한 연구 논문의 많은 수가 화장품 회사에서 나온답니다.

검은 빛을 띄는 멜라닌 색소는 여러 가지 이유로 생겨나지만-일례로 상처가 나면 그 부위에 멜라닌 세포가 침착되어 검게 변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드름을 짜면 점이 된다는 속설도 여드름을 잘못 짜서 상처가 덧나면 이 곳에 멜라닌 색소가 침착되어 검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가장 큰 이유는 자외선 때문이지요. 멜라닌은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세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햇빛을 많이 받으면 그만큼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그 양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도 나이지리아 등 햇빛이 강한 곳에 가서 살면 피부색이 어두워질 것입니다.

사람의 피부색 뿐 아니라, 머리카락과 눈동자의 색은 이 멜라닌의 양과 비율에 의해 결정됩니다. 흑인들의 경우, 조상들이 워낙 햇빛이 뜨거운 지방에서 살다보니 멜라닌의 양이 많아지도록 진화를 한 것이고, 백인은 그 반대의 경우로 진화한 것이죠. 북부 유럽처럼 햇빛이 적게 비치는 곳에서는 빛을 모조리 차단해버리면 피부에서 만들어지는 비타민 D 부족으로 뼈가 휘는 구루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집니다. 이런 특징이 오랜 세월을 내려오다 보니 각 인종의 특징으로 굳어지게 되었고, 따라서 백인이 아무리 햇빛을 많이 받아도 원체 가지고 태어난 양이 적어 흑인만큼 새까매질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햇빛을 지나치게 쬐면 과중되는 업무에 지친 멜라닌 세포가 파업을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즉, 심술 난 멜라닌 세포가 세포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악성 세포로 변화되어 흑색종(피부암의 일종)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롯해 유색인의 경우, 흑색종은 그리 흔하지 않지만, 백인들의 경우 150명 중의 1명꼴로 매우 높은 빈도로 일어난다고 해요.

그런데 사람에 따라서는 아무리 햇빛을 받아도 피부가 검어지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신 이런 사람들은 지나치게 햇빛을 쬐면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거나 벗겨지는 일광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멜라닌이 거의 없거나 아예 안 만들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백색증, 혹은 알비노(albino)라고 부릅니다. 알비노는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효소의 결핍으로 인한 유전질환으로서, 돌연변이로 발생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유전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영묘한 동물로 알려졌던 백호나 흰 구렁이 역시 알비노 증상을 가지고 태어난 돌연변이 동물이랍니다. 온몸이 하얀 전신성 백색증의 경우, 피부가 창백하도록 하얗고, 머리카락과 눈썹을 비롯한 온몸의 모든 털이 흰색을 띠며, 눈에도 색소가 없어서 안쪽의 핏줄이 비쳐서 분홍색-토끼의 눈이 빨간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을 띱니다. 심지어 흑인임에도 알비노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백인보다 더 하얀 아기가 태어납니다.

이들은 몸 전체가 하얀 것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지만, 다만 빛에 대해 예민하니 이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나쁜 결과-피부암, 지나친 눈부심으로 인한 시력 약화 등-를 예방하는데 주의하는 게 좋습니다.

원래 자연 상태에서 알비노는 매우 열성인자입니다. 식물의 경우, 알비노라는 것은 햇빛을 받아 영양분을 합성하는 엽록체(녹색)가 기능을 못한다는 말이 되니 얼마 못가 말라 죽어 버립니다. 동물의 경우에도 알비노는 자연 상태에서는 너무나 눈에 잘 띄어(북극에 사는 흰곰이나 북극여우는 예외입니다. 그들의 흰 털가죽은 알비노가 아니라 보호색의 일종입니다) 쉽게 적의 눈에 띄어 잡아먹히기 일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인간 세상에서는 흰 동물의 몸값은 매우 높습니다. 예부터 인간들은 평소에는 잘 볼 수 없는 흰색 동물들은 ‘길조(吉兆)’라 하여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천덕꾸러기가 순식간에 신분상승을 하게 된 셈이죠.

그래서인지 가끔 흰 동물이 태어나면 사람들은 길한 징조라고 좋아하며, TV 뉴스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한 동물원에서 새끼 백호가 태어났을 때도 아예 한 프로그램에서는 백호의 성장 일기를 다큐멘터리로 찍어서 방송해주기도 하더군요. 얼마 전에도 경북 봉화의 한 농장에 눈처럼 흰 꽃사슴이 태어났습니다. 꽃사슴에 알비노가 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아서 주인은 물론이고, 동네 주민들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징조라며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이런 지나친 관심이 어린 꽃사슴에게는 버거웠던 모양입니다. 이를 구경하려고 한꺼번에 몰려든 사람들에게 놀란 꽃사슴떼가 날뛰는 바람에, 숫사슴에 치여 아기 꽃사슴은 태어난 지 8일 만에 죽고 말았거든요.

생명체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멜라닌 세포를 만들어냈지만, 이것이 때와 장소에 따라서 적당히 존재해야 합니다.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그 자체가 화를 부르게 되거든요. 때와 장소에 따라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도를 지키는 것, 그것은 인간과 자연을 모두 아우르는 진리인 모양입니다.

* 자외선의 살균 소독 효과는 DNA의 파괴에 있다. 자외선은 세포 내 DNA에 엉뚱한 결합을 일으켜 결국 DNA 구조를 파괴시켜 세포를 죽게 만든다. 이 효과를 이용한 것이 자외선 살균 소독기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