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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떨어지는데 어떤 서민이 상실감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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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집값 떨어지는데 어떤 서민이 상실감 느낄까"

[기고] 건교부장관의 "집값 하락시 서민 상실감 야기" 궤변을 듣고

"참여정부는 부동산가격안정에 대하여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특히 주택의 문제는 복지의 문제로 보고 있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건설경기를 경기부양을 위한 한 수단으로 보고있지 않다.(중략)

10.29대책이후 현재시점에서 안정되어 있다. 다만 불안요소가 존재하고 있다고 본다. 안정기조가 정착되고 있다. 3년간의 부동산폭등은 꺾였다. 현재의 시세가 적정하느냐의 여부는 그다지 높지도 낮지도 않다고 본다. 자산가치의 급속한 하락, 가계부실, 담보 금융기관의 문제를 볼 때 2∼3년간 이렇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재의 수준이 급격히 내려가지 않고 지속적인 하락을 기대한다. 주택가격은 시장수급에 결정된다. IMF때 가격이 내려갔던 것이 반영되어 2∼3년 폭등이 일어난 것으로 본다. 급속히 하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략)

중대형보다 소형아파트 하락률이 크다. 20% 하락되더라도 금융기관 부실화 우려 없다는 것은 저도 인정한다. 다만 서민들이 가격하락으로 상실감과 낭패감이 문제이다. 지방의 가격은 현실적으로 오르지 않았다.(그래서 투기과열지구해제 검토했다.) 사실 우리경제의 국민총생산에서 건설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국민총생산의 17.5%이고 특히 주택부문은 국민총생산의 5%밖에 안된다. 그래서 건설경기를 띄워서 국민총생산에서 국민경제 전체가 활황되는 계산은 있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정상일 수 있다."

위의 내용은 강동석 건설교통부장관이 지난 29일 아침 KBS 1TV 일요진단 '부동산정책 어디로 가나'에 출연하여 김광수 경제연구소장과의 대담에서 한 말입니다. 이것은 아마 우리정부 경제팀의 인식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강동석의 '궤변', "부동산값 하락하면 서민들의 상실감과 낭패감 야기"**

아파트가격거품을 빼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이제껏 담보금융기관의 부실화 우려를 홍보했던 정부였습니다. 위 프로에서 보듯이 건교부장관은 금융기관의 부실화 우려를 얘기하다가 논리적인 반박에 직면하자 "아파트가격이 20% 하락하더라도 금융기관의 부실화 우려가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 말이 "부동산가격 하락은 서민들의 상실감과 낭패감을 야기할 것"이라는 어이없는 궤변입니다.

정부가 언제 적부터 투자를 했던, 투기를 했던 간에 국민들의 손해에 대하여 이렇게 자상하게 배려해준 적이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말만 번드르할뿐, 모든 것을 건설시행사들과 일부 투기세력의 입장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또한 강 장관은 "IMF사태때 아파트가격이 낮아졌던 것이 정상화되어 2∼3년사이 올라 정상화한 것"처럼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강장관은 IMF사태로 인해 낮아진 대다수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정상화되지(올라가지) 않은 대목은 얘기조차 않고 있습니다.

지금 주택건설경기 침체의 근원은 너무 높은 분양가때문에 발생하는 미분양 사태입니다. 이처럼 미분양이 늘자 자금압박을 받는 시행사들이 신규공사를 기피(시공사는 치열한 경쟁으로 박리라도 시행사에게서 수주를 받는 시스템임)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적정한 분양가로 미분양발생을 방지해 건설시공사와 국민들에게 이익을 주게해 건설경기가 내수시장에 진정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할 것인가는 고민하지 않으면서, 단지 시행사와 투기세력의 참여만 이루어지면 내수경제가 좋아진다고 주장하는지 정말 한심한 경제팀입니다. 6백50만구좌의 청약예금대기자를 보면, 시행사가 폭리 아닌 합당한 분양가로 분양만 하면, 주택건설경기를 순기능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구멍투성이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정부가 펴고 있는 부동산정책의 한심함은 이뿐이 아닙니다.

정부는 현재 "25.7평이하의 아파트는 원가연동제를 채택하고 대형평형은 채권입찰제를 적용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시행사들의 막무가내의 폭리를 보장해주겠다는 얘기에 다름아닙니다. 정말 원가연동제를 시행하려면 대형평형까지 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耳懸鈴鼻懸鈴)'식 정책을 채택하려 하면서도 마치 큰 일을 한 것처럼 자화자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또한 작년 5월부터 부동산실거래가를 확보하라고 촉구하였더니, 엉뚱하게 강도약한 신고제인 주택거래신고제를 시행하면서 실수요자들에게까지 세금을 많이 부담하게하는 조치를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거래를 끊기게만들었고 실수요자들만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거래세는 적게 보유세는 높게"라는 정책목표에 합당한 세제개편은 지지부진한 반면, 거래 중지에 따른 내수부진으로 서민들의 원성을 자아내고 있으면서도 "부동산가격이 안정을 찾고있다"고 강변하는 게 우리 경제팀의 현주소입니다.

더불어 실거래가 확보를 위해 정부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도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실거래가의 통지의무위반에 대해 공인중개사들에게 3년이하의 형벌을 가하면서까지 해야하는 입법취지는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당사자들의 직접신고'를 허용함으로써 그러한 입법취지를 스스로 훼손하는 '구멍뚫린 법'을 만들려 하는 게 바로 현재의 경제팀입니다.

이런 식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부동산매매거래의 90%이상을 성사시키고 있는 중개업자들은 앞으로 집을 사고파는 고객들에게 "저는 신고하는 데에서 빠질 테니 세금을 적게 낼려면 당사자께서 직접 가격을 낮춰 신고하십시요"라고 말할 게 뻔합니다. 이럴 경우 '실거래가 확보'라는 당초 입법취지는 물 건너갈 게 훤합니다.

이는 현행 검인계약서제도에서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제도의 허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도 의지도 없는 정부가 "거래당사자의 허위신고는 조세범처벌법으로 조치하겠다"고 하니 지나가던 소도 웃는 형국입니다.

이같은 구멍을 막기 위해선 거래당사자의 신고는 반드시 중개업계에서 하게 하고, 또한 법무사 변호사처럼 대행하는 권한을 가진 집단도 실거래가를 허위신고할 경우에는 동일한 양형을 하여 실거래가확보를 위한 입법취지를 살려야 합니다. 그런데 어인 일인지 정부는 마이동퐁(馬耳東風)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강동석 건교장관이 말하는 '서민들'이란 누구인가**

정부는 말로는 부동산투기를 반드시 잡겠다고 하면서도 아파트 투기의 실태를 한눈에 알 수 있는 '1가구다주택자 보유현황통계'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껏 한다는 게 '1인다주택자 보유현황'이 고작입니다. 이러다보니 4식구인 한 집안에서 식구 각자의 이름으로 아파트 한채씩을 보유하고 있어도, 이 가족은 아파트투기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입니다.

현 경제팀은 앞에서 언급한 구멍투성이인 주택거래신고제에서 볼 수 있듯, 행정편의적이며 행정우월적인 사고에 젖어 탁상행정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현 경제팀은 무엇이 진정 내수경제를 침몰시키고 있는지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부동산정책 책임자라는 건교부장관이 기껏 한다는 말이 "부동산값이 하락하면 서민들의 상실감과 낭패감이 야기된다"는 어처구니없는 궤변입니다. 현재 거품투성이인 아파트값이 떨어져 집을 장만할 기회가 주어지는데, 집없는 절반의 국민, 말 그대로 '서민들'이 왜 상실감을 느낀다는 말입니다. 건교부장관이 말하는 '서민들'이란 아파트 몇채씩을 갖고 있는 투기족을 일컫는단 말입니까.

노무현대통령은 얼마전 "다른 정책적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집값만은 최우선과제로 잡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강동석 건교부장관 주장처럼 현재 폭등한 가격을 현수준에서 '안정'시키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으로 '아파트의 거품'을 빼 집값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인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부동산과 관련된 내수침체를 제대로 벗어나는 길의 시작이라고 보기에 노대통령과 현 경제팀은 이것에 대하여 확실한 천명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발 경제팀은 부동산문제에 관한 한, 앞뒤 맞지 않는 말들의 잔치를 그만두기를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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