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WHO 사무총장과 시진핑, 신종코로나 공적으로 급부상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WHO 사무총장과 시진핑, 신종코로나 공적으로 급부상

[안종주의 안전사회] 신종코로나 영웅의 죽음과 그 공적(公敵)들

감염병 대유행, 대형 산불 등 재난의 역사를 보면 늘 영웅들이 있었다. 그 반대로 공적(公敵)들도 있었다. 영웅과 공적은 재난이라는 동전의 양면이다. 현재진행형인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신종코로나)과 관련해서도 영웅과 공적으로 떠오르는 인물들이 물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는 걸 처음 경고한 의사 리원량이 지난 7일 3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신종코로나로 숨졌다. 지금 중국과 홍콩 등에서는 그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그의 사망 뒤 트위터를 통해 애도를 나타났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 국의 언론도 이 소식을 즉각 전해 많은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그는 신종코로나(당시에는 괴질폐렴)가 퍼지기 시작할 무렵인 지난해 12월 30일 의대 동급생의 위챗 그룹(한국의 카톡에 해당)에 “우한화난수산물도매시장에서 7건의 사스 확진 환자가 있다.”며 환자 보고서와 CT 촬영 결과를 함께 올렸다. 이 내용은 리원량의 실명과 함께 인터넷에서 펴져나갔다. 하지만 며칠 뒤인 1월 3일, 우한 공안당국은 그를 소환하여 허위 사실을 올린 혐의로 경고와 훈계를 했다. 그는 계속해서 우한시중심병원에서 신종코로나 환자를 돌보는데 전념했다. 그 와중에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한 것이다.

별이 된 신종코로나의 영웅 리원량 애도 쏟아져

정직하고 용기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인 그는 일약 신종코로나 사태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5년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싸웠던 보건의료인들에 대한 기록서인 <메르스의 영웅들>(전상일·지근화 공저)에서 김현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간호사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에 딱 들어맞는 이가 바로 리원량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그의 공개를 계기로 중국 방역 당국이 즉각 투명하고 적극적인 방역을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중국 내 신종코로나 대창궐과 많은 사망자 발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가 신종코로나와 싸우면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과 같은 혼란을 겪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영웅으로 추모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감염병은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사회를 대혼란에 빠트렸다. 그 과정에서 감염병의 원인을 밝혀내고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한 과학자 등 영웅도 탄생했다. 루이 파스퇴르, 로베르토 코흐, 뤼크 몽타니에, 알렉산더 플레밍 등이 그들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환자들을 돌보거나 방역에 헌신한, 그리고 그 와중에 숨져간 수많은 무명의 보건의료인 영웅들도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사스 영웅, 우르바니·중난산·장얀영

2002~2003년 중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긴장케 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때도 영웅들이 있었다. 이탈리아 출신 의사이자 미생물학자인 카를로 우르바니Carlo Urbani)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리원량의 사망 소식을 듣는 순간 우르바니의 비극적이자 영웅적인 죽음을 떠올렸다.

세계보건기구 객원 자문관이었던 그는 중국에서 시작된 원인 미상 폐렴(나중에 사스가 됨) 유행 초기였던 2003년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 있었다. 하노이 프랑스병원에서 근무하던 의사가 예후가 나쁜 인플루엔자 사례로 생각했던 환자를 살펴본 그는 이 비정형 폐렴이 전염성이 강한 새로운 질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즉시 세계보건기구에 통보하여 국제 차원의 방역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한 베트남 보건부를 설득하여 환자를 격리하고 여행자를 선별하여 감염병의 확산 속도를 늦추도록 했다. 세계보건기구는 그의 신속하고 정확한 이런 판단 덕분에 전 세계가 사스에 대해 원칙적이고도 엄격한 격리·검역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 신종감염병은 그 뒤 5개월 만에 종식되었다.

하지만 우르바니는 한 달 뒤인 3월 11일, 어린이 기생충 감염 관련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하노이에서 태국 방콕으로 가다 비행기 안에서 고열 증상이 나타나 태국 병원에 입원했다. 하노이에서 괴질폐렴(나중에 사스로 판명) 환자들을 만나오다 감염된 것이다. 보름 남짓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던 그는 마흔여섯의 나이로 3월 29일 숨졌다.

중국의 사스 영웅으로는 2003년 신종 사스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한 중난산(鐘南山, 83)을 빼놓을 수 없다. 역학자이자 폐질환 전문가인 그는 사스 방역과 관련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중국이 사스 유행 당시 위기의 심각성을 낮게 보자 이를 반박한 용기 있는 과학자로도 유명하다. 지금 그는 신종코로나로 위기에 직면한 중국을 구하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신종코로나 위기대응 자문위원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또 하나의 영웅인 장얀영(蔣彥永, 88)은 중국에서 사스 유행 당시 환자 수가 축소보고 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심각한 상황을 세계에 공개한 군의관 출신 의사이다. 그는 사스가 실제보다 크게 축소되었다는 내용을 2003년 4월 4일 중국 중앙텔레비전과 홍콩 피닉스TV방송에 전자우편으로 알렸지만 보도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내용은 서방언론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는 4월 8일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 날 <타임지> 베이징 특파원과도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타임>은 그날 바로 ‘베이징의 사스 공격’이란 제목으로 그동안 감추어져왔던 중국 사스의 실상을 자세하게 다루어졌다. 이로 인해 4월 21일 베이징 시장과 보건부 장관은 물러나야만 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 정부는 점점 확산되는 사스를 적극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WHO 사무총장과 시진핑, 신종코로나 공적(公敵) 급부상

영웅의 뒤편에는 악당, 아니 대중한테서 손가락질을 받는 공적들이 있기 마련이다. 신종코로나와 관련해 급부상하고 있는 공적 후보들로는 세계보건기구의 수장인 에티오피아 출신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의 사무총장을 꼽을 수 있다. 미국 한 청원사이트에서는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에 동의하는 사람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50만 명을 목표로 한 이 청원 서명에는 지난 8일 오전 10시 현재 33만 명을 넘어섰다.

그는 중국 발 신종코로나에 세계보건기구가 뒤늦게 국제보건 비상사태로 선언하는 등 늑장 대응을 하도록 한 장본인이다. 이와 함께 그는 중국이 신종코로나에 잘 대응하고 있고 여행제한 등이 필요하지 않다는 둥 중국 눈치 보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이와 같은 비판과 함께 불신을 받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는 WHO가 앞으로 세계 보건 문제를 책임 있게 이끌어나가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정말 우려되는 대목이다.

신속 대응과 소통의 영웅들 vs. 불통과 늑장 대응의 공적들

신종코로나 사태로 사면초가에 놓인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마찬가지다. 확산 초기 적극 대응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또 신종코로나 사태를 진두지휘하지 않고 리커창 총리 등 아랫사람을 일선 현장으로 내려 보냈다. 방역 실패를 중앙에서 책임지지 않고 우한 시 등 지방정부에 떠넘겼다.

시 주석의 이런 행보가 중국을 대혼란에 빠트렸다고 보는 많은 중국 인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중국 최고통치자가 신종코로나 방역의 공적이 된 것이다. 특히 리원량의 죽음을 계기로 시 주석에 대한 부정적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앞으로 시 주석에 대한 책임 추궁은 그의 정치적 행보에 상당한 장애가 될 것으로 본다.

사스에서 신종코로나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창궐을 한 감염병 재난의 역사와 전개 과정을 보면 발생 초기 관련 사실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며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하는가가 감염병과의 싸움에서 승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이를 잘 해낸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었다. 반면 그렇지 못한 국가는 많은 애꿎은 생명을 감염병의 제물로 바쳐야만 했다. 중국처럼 말이다.

신종코로나와 사투 중인 모든 사람에게 응원과 격려를

감염병의 영웅들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감염병의 실체를 알려고 노력했다. 또 이를 제때 알리려고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반면 공적들은 위기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모른 체 하거나 이를 시민들에게 제때 알리는 것도 외면했다.

사스와 신종코로나가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됐는가, 즉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어떻게 들어오게 됐는가의 기원은 논외로 하더라도 적어도 초기 방역에 실패해 창궐로 이어지게 만든 데는 언론 자유의 억압, 전체주의 등 중국의 비민주적 체제 등이 큰 몫을 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거대한 영토와 인구, 그리고 정치사회체제가 얽히고설켜 문제를 키웠고 그 악영향이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국가에게까지 끼치고 있는 것이다.

신종코로나도 언젠가는 유행을 멈출 것이다. 그리고 그때 우리가 이전을 돌아보게 되면 앞서 말한 영웅들 외에도 가족과 떨어져 목숨을 내놓고 감염병과 사투를 벌인 많은 의사와 간호사 등 병원 종사자와 수많은 행정관료, 민간 전문가 등 많은 영웅들이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중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등 각 국에서 신종코로나와 24시간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