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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 제대로 알면 불안·공포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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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 제대로 알면 불안·공포 사라진다.

[안종주의 안전사회] 신종 코로나 제대로 알기

신종코로나가 중국에서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대혼란이 우한을 비롯해 몇몇 대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망자도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 등 속출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사망자가 1천 명을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앞으로 열흘도 채 걸리지 않을 수 있다. 확진 환자 수가 1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빈말이 아닐 수도 있다.

중국 밖에서도 그 확산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2·3차 감염자가 나오고 사망자도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신종코로나에 대한 공포와 불안으로 중국인에 대한 혐오와 낙인찍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모임을 취소하고 각 급 학교가 개학을 연기하거나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마스크가 동이 나는 등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서 생기고 있다.

신종코로나 예방 음식과 치료제 개발 등을 비롯한 각종 가짜뉴스가 판을 친다. 환자 개인 신상 또는 자가격리자의 신상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퍼져 사생활과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연일 부실 방역과 감염병의 정치적 이용 등을 둘러싸고 비생산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바이러스와 감염병에 대한 이해 부족 내지는 잘못된 정보, 그리고 위험을 증폭하고 싶은 개인적·조직적 욕망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 신종코로나 창궐을 계기로 이에 대한 일반시민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우한폐렴이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냐?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질환을 2019-nCoV(new CoronaVirus) 질환으로 이름을 붙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 유행 초기 우한에서 확산돼 중증폐렴으로 사망에까지 이르자 이를 우한폐렴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정부는 세계보건기구가 이 감염병의 이름에 특정 지역이나 국가 이름을 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2019-nCoV로 부르기로 하자 곧 바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 <문화일보> <한국경제> 등 일부 보수 성향 언론과 자유한국당은 우리 정부의 중국 눈치 보기 등의 이유를 들먹이며 여전히 ‘우한폐렴’이란 이름을 고집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언론이 신형코로나바이러스폐렴, 줄여서 신형폐렴이란 이름으로 보도하고 있다.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증 증상이 폐렴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 우리와는 다르다. 하지만 ‘우한’이라는 이름을 붙이지는 않고 있다.

일본 언론도 붙이지 않는 ‘우한’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만 고집

과거 감염병의 이름 앞에 특정 지역이나 국가 이름을 붙인 사례는 상당수 있었다. 홍콩 독감, 스페인독감, 에볼라바이러스감염증, 크리미안콩고출혈열, 남아메리카출혈열, 리프트밸리열, 러시아독감, 지카바이러스감염증, 일본뇌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이 우리와 친숙한 감염병 이름이다. 이런 명명은 해당 감염병이 처음 발생한 기원 지역(국가)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측면이 있긴 하다. 지카는 우간다의 숲 이름이며 에볼라는 자이르 북부에 있는 강 이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정 지역과 나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호왕 교수가 원인 바이러스를 처음 분리해낸 한국형출혈열(유행성출혈열)도 지금은 국가 이름이 아니라 주증상이 나타나는 곳과 관련해 신증후군출혈열이라고 부르고 있다.

2002~2003년 유행했던 사스의 경우도 중국 광둥에서 시작됐지만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로 부르고 있다. 2009년 초기에 '돼지독감'으로 불린 신종플루(신종인플루엔자)는 멕시코에서 시작해 미국으로 퍼진 후 전 세계로 확산이 되었지만 여기에 특정국가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다.

▲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현실적 위험이 제로인 현 상황에서는 실제 방역효과보다는 심리적 위안이 더 크다. 따라서 마스크는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알 수 없는 사람과의 대화나 생활 등 밀접 접촉 때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레시안(최형락)

잠복기 감염 또는 무증상자는 전파력이 있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기침이나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 상태에서도 접촉자에게 바이러스를 터트릴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온 뒤 신종코로나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공포는 더욱 켜졌다. 애초 질병관리본부는 그럴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가 중국과 독일 일부 사례에서 증상이 없는 상태의 감염자가 바이러스를 전파한 경우가 있다고 밝힌 뒤 질본은 그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쪽으로 판단을 바꾸었다.

일부 전문가들도 이와 유사한 지적을 했다. 어떤 전문가는 감염병 방역은 조금이라고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그것까지도 수용해 적극적인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 이후 방역 당국은 증상을 보이기 하루 전에 접촉한 사람도 역학조사 대상에 포함하고 자가격리 등을 하며 감염 여부를 조사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국제저명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지'에 발표돼 무증상감염자의 바이러스 전파의 근거로 활용된 독일 사례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 연구결과가 정정됐다. 무증상자가 아니라 실제로는 약간의 증상이 있었으면서도 당사자가 이를 제대로 연구자에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중국의 무증상자 전파 사례도 정확한 역학조사 결과가 알려지지 않았다.

숙주, 병인체, 환경 등 삼원론(三元論)의 불균형이 질병 유발

인간이 질병에 걸리는 것은 이른바 질병 생성의 삼원론(三元論)이라고 해서 △인간이라는 숙주 △질병의 원인이 되는 병인체 △인간을 둘러싼 환경 등 3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신종코로나를 대입해 설명하면 인간에게 병원성을 지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생태계에서 자연 병원소(reservoir) 구실을 하던 박쥐 등에 있다가 생태계·서식지 파괴와 야생동물 약용·식문화 등으로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와 발생했다고 보면 된다.

숙주가 면역능력이 강할 경우 약간의 바이러스에는 대응해 견뎌낼 수 있다. 다시 말해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우리 몸에 들어온다고 해서 반드시 질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B형간염 예방접종을 하려고 항체 검사를 하니 간염에 걸린 적이 없는데 이미 항체가 형성돼 있다는 이야기는 종종 듣는다. 이른바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바이러스가 다녀 간 것이다.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바이러스가 반가운 손님인 셈이다. 우리는 이를 불현성감염(inapparant infection)이라고 한다. 우리가 증상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잠복기(incubation period)가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우리 몸의 면역군대가 바이러스 등 병원체를 이기지 못할 경우 그 수를 크게 불린 병원체가 설사, 기침, 발열 등을 내며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빨간 신호등이 켜진다. 잠복기가 지나고 증상기가 시작된 것이다. 설사가 잦고 많을수록, 열이 심하고 기침이 심할수록, 즉 증상이 심할수록 병원균이 세를 불리고 있다는 증거다.

세를 불린 병원체는 숙주의 몸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이때 재채기, 기침, 가래, 대소변을 통해 나온 바이러스 등이 건강한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그 사람이 이를 이기지 못하면 환자가 된다. 이것이 빨리빨리 이루어지면 전파속도가 빨라 급속히 확산된다. 사람도 병원체가 많아지면 이를 밖으로 내보내려는 기전을 작동시킨다. 잦은 기침 등은 병원체 대응을 효과적으로 하려는 인간의 자구책이다.

신종코로나의 정확한 독력, 즉 감염력은 아직 몰라

잠복기가 짧으면 그만큼 전파속도가 빨라진다. 또 병원체의 독력(毒力, virulence)이 강할수록 적은 양의 병원체가 몸에 들어와도 감염병에 걸리게 된다. 신종코로나의 잠정 잠복기는 1~12.5일이며 평균 5~6일이다. 처음 감염됐을 때 들어온 바이러스의 양이 많고 숙주, 즉 사람의 면역상태가 나쁘면 잠복기가 짧고 반대로 바이러스의 양이 적고 숙주의 면역상태가 좋으면 증상이 없는 불현성 감염으로 끝나거나 잠복기가 길어진다. 신종코로나의 정확한 독력, 즉 강염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증상이 나타나면 확실히 감염병에 걸린 것을 의심할 수 있지만 그 경계선상에 있을 때는 이를 의심하기가 쉽지 않다. 다시 말해 미열과 매우 가볍고 아주 간헐적인 기침이 있으면 자신이 신종코로나에 걸렸다고 의심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특히 감기나 독감이 유행하고 평소 천식이나 호흡기알레르기, 기관지염 증상이 있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기 쉽다.

무증상과 증상의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은 적은 양이지만 바이러스를 환경 중으로 내보낼 수 있다. 이 보균자와 매우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 가운데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신종코로나에 걸릴 수 있는 것이다. 신종코로나 무증상 감염 논란의 전말은 이와 같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잠복기 기간 내내 바이러스를 타인에게 옮길 위험이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해 불안과 공포를 지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에이즈바이러스는 무증상 감염 상태에서 전파 가능

감염병의 역학을 보면 무증상 상태, 즉 단순 보균(감염) 상태에서도 바이러스 등을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후천성면역결핍증, 즉 에이즈가 대표적이다. 우리는 면역결핍으로 인한 피부질환, 발열, 뉴모시스티스카리니 폐렴, 카포시 육종 등 다양한 증상이 발현되면 에이즈 환자라고 부른다. 증상이 발현되지 않은 채 바이러스만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자라고 한다. 에이즈환자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자, 즉 HIV/AIDS 모두 안전하지 못한 성 접촉을 할 경우 타인에게 에이즈를 전파할 위험성이 있다.

품귀 빚는 마스크, 바이러스 차단 효과 어떻게 되나?

마스크 구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신종코로나 불안과 공포가 몰고 온 현상이다. 이제 거리와 지하철, 버스 속 풍경을 보면 10명 중 8~9명이 마스크를 하고 있다. 스페인 독감 때도 그랬다. 감염병 창궐 때마다 보는 익숙한 풍경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기도 한다. 마스크는 얼마나 신종코로나 예방에 효과를 발휘하나? 또 어떻게 쓰고 관리해야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신종코로나가 아직은 유행 단계가 아니다. 따라서 마스크는 99.9999%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혹 바이러스에 감염됐을지 잘 모르는 극소수의 사람한테서 바이러스가 옮지나 않을까 염려해 자구책의 하나로 착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20명이 조금 넘는 정도의 감염자·환자가 나왔다면, 아니 아직 확인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사람을 크게 잡아 그 10배나 되어 200여 명이나 되는 감염자·환자가 거리를 활보하며 일상생활을 일반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좀 더 큰 불안감이 엄습할 것이다.

길거리 마스크 착용 현재로선 방역 상 별 의미 없어

25만 도시에 한 명의 감염자가 나돌아 다니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40명이 활보하고 있는 것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거리에서 서로 마주치고 지나가면서 신종코로나에 감염될 위험성은 사실상 제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퍼진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아도 그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백화점, 공공기관 등 탁 트인 공간에서 보균자가 공기 중으로 뱉은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올 위험성도 사실상 제로다.

이런 공간이나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현실적 위험이 제로인 현 상황에서는 실제 방역효과보다는 심리적 위안이 더 크다. 따라서 마스크는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알 수 없는 사람과의 대화나 생활 등 밀접 접촉 때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상대방이 가까이서 침방울을 튀긴다면 코나 입의 점막으로 바이러스가 직접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감염은 이런 경로가 아니다. 바이러스가 가득 들어 있는 침방울이 튄 물건 등을 만지거나 환자가 바이러스를 잔뜩 묻힌 손으로 물건과 손잡이 등을 만진 뒤 이를 다른 사람이 다시 만지고 그 뒤 그 손을 씻지 않은 채 눈코입으로 가져가 만질 때 감염이 일어난다. 손을 자주 잘 씻고 눈코입으로 손을 가져가지 않는 습관만 잘 지켜도 감염의 90% 이상을 막을 수 있다. 마스크 착용은 신종코로나 예방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의심증상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마스크를 늘 쓰고 다녀야 한다.

눈코입 안 만지는 접촉자의 행태가 감염 여부 가를 수 있어

정말 재수 없어 감염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거나 밀접한 거리에서 접촉했을 때도 마스크가 완벽하게 차단해주는 것은 아니다. KF94/KF80 마스크를 착용해도 그렇다. 얼굴과의 밀착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만약 환자가 승강기나 매우 좁은 공간에서 계속해서 바이러스를 뿜어내는 최악의 상황에 함께 있을 경우 마스크가 약간의 도움이 되겠지만 확실한 차단은 어렵다. 증상이 심한 환자와 의료진이 직접 접촉을 최대한 삼가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밀접 접촉 거리와 시간이 감염 차단에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같이 있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오염된 손 등으로 눈코입으로 가져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더 긴 시간 동안 같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 견줘 신종코로나에 걸릴 위험성이 더 높다. 아주 잠깐 접촉했음에도 감염된 사례가 나온 데는 환자가 내뱉은 바이러스의 양도 변수지만 접촉자의 행태도 중요한 구실을 했기 때문일 수 있다.

신종코로나가 지금보다 더 확산되면 3~4미터 이상 떨어져 이야기를 하는 대화습관이 필요하다. 악수도 삼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마스크 착용도 좋지만 (일회용)장갑을 끼어 맨손으로 버스·전철 손잡이, 출입구 문을 잡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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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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