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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한국, '관치금융 부활'이냐"

'김정태 쇼크'로 국민銀주가 7천4백억 증발, 4억불 외자유치 스톱

금융감독원이 김정태 국민은행장 퇴진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연일 주가가 급락하고 외국계의 투자계획이 백지화되는 등 우려했던 '김정태 쇼크'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행 주가, 이틀새 7천4백억 증발**

김정태 국민은행장 사임 압박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은행 주가는 종합주가지수가 이틀 연속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홀로 5.6%나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무려 7천4백억원이나 줄어들었다.

금감원의 김정태 교체 방침이 알려진 26일 1.54% 하락했던 국민은행 주가는, 이어 열린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전날보다 3.52% 급락했다. 국민은행은 현재 국내은행중 유일하게 뉴욕증시 상장기업이다.

이같은 뉴욕증시에서의 국민은행 주가 급락은 곧바로 27일 개장한 국내시장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쳐,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에서 국민은행 주식 4백99억4천만원어치를 순매도해 국민은행주식은 이날 외국인 순매도 1위를 기록했다. 이날 국민은행은 4.17% 급락한 3만6천8백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같은 이틀간의 주가 급락으로 국민은행 시가총액은 지난 25일의 13조1천1백80억원에서 12조3천7백80억원으로 7천4백억원이 줄어들었다. 국민은행 주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김정태 주가'가 빠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특히 27일 거래량은 전날의 3배가 넘는 4백75만여주를 기록, '셀 국민은행'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 ING, J.P.모간, 모건스탠리 등의 외국계 증권사들이 모두 매도상위 증권사로 올랐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국민은행 주식의 80%(2억6천3백만주)에 육박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외국계의 국내 상장기업중 주식 보유율 가운데 최대수치이다. 이에 외국계들이 '셀 국민은행'에 나설 경우 국민은행 주가가 계속 급락하고 더 나아가 국내주가 및 한국의 대외신인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4억달러 외자유치도 백지화**

'김정태 쇼크'는 계약직전이던 외자유치도 백지화시켰다.

미국 최대투자은행인 J.P.모건을 위시한 2~3개 외국계 금융기관은 지난 5개월간 국민은행의 자사주 8.92%(3천1만6천6백23주, 약 10억달러 가량) 가운데 4억달러어치를 매입하는 딜을 진행중이었다.

그러나 이 협상을 주도해온 J.P.모건은 27일 협상중단을 밝혔다.

J.P.모건은 "국민은행 문제로 오늘(27일) 오전내내 뉴욕 본사와 통화를 한 결과 김정태 행장이 그만두면 딜을 중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김 행장이 그만둔다면 후임자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해야 하고 새로운 행장의 경영 능력도 검증을 해봐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밝혔다.

***외국 증권사 일제히 "관치금융 부활 신호탄"**

국민은행 주식의 80% 가까이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인 외국계 투자자들은 이번 김정태 사태를 '관치금융의 부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외국 투자를 대행하고 있는 유수의 외국계 증권사들은 대부분 이번 사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국민은행 자사주 매입협상 백지화를 밝힌 J.P.모건은 27일 4가지 이유를 들어 국민은행이 최소한 단기적으로 다른 은행들보다 주가 흐름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첫번째, 많은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의 결정을 불공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두번째, 정부가 행장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시도한다면 주요 외국인 주주들이 행장 선임 절차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 세번째, 행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욕이 떨어질 수 있고, 새로운 행장이 적응하는 동안 부실채권 관리 등과 같은 문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네번째, 현재 상황은 국민은행이 대출 및 예금 금리 결정과 관련해 주도적인 위치를 잃을 수 있다.

CSFB증권도 4가지 이유로 같은 우려를 했다. 김행장 교체시 '김 행장의 강력한 경영 리더십' '주주가치를 강화하기 위한 김 행장의 헌신'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속적 노력' 등 세가지 강점이 사라지면서, '후임 은행장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악재가 생긴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GS)는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번째, 김 행장이 사임한다면 이는 대형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의문스러운 개입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 두번째, 국민은행내에 김 행장의 후임자가 될만한 리더가 뚜렷이 부각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후임 행장 선정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있다. 세번째, 국민은행은 단기적으로 높아지는 대출 비용을 헤쳐나가고 대출 중심적인 은행에서 좀더 다각화된 금융기관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가 필요하다.

모건스탠리는 더 나아가 "김 행장의 사임이 국민은행뿐만이 아니라 한국 은행산업 전체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은행들이 정부에 의해 매우 심하게 간섭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사람들 중엔 국민은행의 차기 행장이 관료 출신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모건스탠리는 전했다.

***외국계 "국제금융계에 노대통령의 경제관을 보여줄 바로미터"**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금융기관 임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 "김정태 행장건은 오랜기간 계속된 정부와 국민은행간 갈등의 폭발로 보인다"며 "하이닉스, SK글로벌, LG카드 사태때 김행장이 일관되게 보여온 주주가치 중심경영에 대한 정부의 누적된 분노가 이번 금감원의 김정태 교체 압박으로 나타난 게 아니냐는 게 지배적 해석"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정부 입김에 의한 포스코 유상부회장의 석연치 않은 교체에 이어 이번에 김정태행장까지 교체된다면, 그동안 한국정부가 추진해온 민영화란 쇼에 불과하다는 냉소적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정부의 초강경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아직 미지수로 보인다"며 "지난 2000년 주택-국민은행 통합은행 선출때에도 당시 재경부 등 정부가 만장일치로 관료 출신인 김상훈 행장을 밀었으나 외국투자가들이 정반대로 만장일치로 김정태 행장을 밀어 김행장이 됐던 전례가 있어 그러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당시는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이 시장의 소리를 중시했기에 그런 최종결정을 내렸으나, 과연 지금의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미지수"라며 "이번 결정은 국제금융계에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관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줄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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