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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연인, 빠리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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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연인, 빠리의 연인

최연구의 '생활속 프랑스어로 문화읽기' <22>

얼마 전 막을 내렸던 SBS 특별기획 ‘파리의 연인’, 시청률 57%를 기록했던 이 드라마는 “애기야 놀자. 하드 사줄게”,“내마음속에 너 있다” 등 숱한 유행어와 어록으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마지막 회를 두고 말도 많았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어쨌거나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준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파리의 연인’이라는 드라마의 제목 자체가 시청자들에게는 낭만과 꿈을 떠올리게 한다. 낭만의 도시 파리의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파리의 연인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파리의 연인 랑데뷰, 파리의 연인 갤러리, 파리지앙, 파리젠느, 옴므팜므, 쁘띠뽀또, 파리부띠끄’ 등 외래어가 난무한다. 근데 원칙도 없고 표기도 이상해서 교통정리를 해야만 할 것 같다.

우선은 파리라는 표기부터가 맘에 걸린다. 왜 ‘빠리’가 아니고 ‘파리’라고 표기해야 하는 걸까. 그 다음, 파리는 파리인데, 이어서 나오는 쁘띠뽀또는 왜 프티포토가 아닌가. 그러면 부띠크는 또 왜 그런가.

물론 이들 외래어표기는 국립국어연구원의 외래어표기 맞춤법안에 따른다. 국립국어연구원 홈페이지에는 외래어표기법을 검색하는 기능까지 달려있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는 대부분 ‘빠리’라고 쓰이지만 여기 홈페이지에서 ‘빠리’라고 치면 잘못된 표기라고 나온다. 사람들은 여름에 배낭매고 빠리를 갔다오는데 왜 ‘파리 갔다왔다’고 말해야하는걸까. 외래어는 경음이 아니라 격음으로 표기하는 게 올바른 맞춤법이라고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원칙이다. p가 격음으로 발음되는 것은 영어일 뿐이지,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의 라틴어계열의 외국어는 그렇지가 않다. 분명히 현지 프랑스인들은 파리가 아니라 ‘빠리’라고 발음한다. 그런데도 영어식의 발음에 충실하기 위해 프랑스어를 영어식으로 발음하도록 정해놓은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일까. 프랑스인들이 자국어를 사랑하는 민족이라는 것은 만인주지의 사실이다. 그들은 자국어를 영어식으로 발음하는 것은 엄청나게 싫어한다. 또한 영어에 맞서 자국어를 보호하기위해 프랑스어 보호법안이라는 것까지 통과시켜 모국어를 보호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프랑스어 표기를 영어식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불쾌해 할 것인가. 물론 프랑스인들의 비위를 맞추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외국어는 그 나라의 문화와 정체성, 자존심이 담겨있는 만큼 모든 외국어를 존중해주자는 이야기다.

자랑스런 우리말글인 한글도 외국에 나가면 외국어가 된다. 우리말도 외국인들에게 원음에 충실하게 발음되는 것이 좋지, 그들의 액센트에 따라 아무렇게나 발음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프랑스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모든 외국어는 원음에 충실하게 표기하는 것이 옳고 그것이 바른 외래어 표기법 정책이다. 국립국어연구원은 한나라의 어문정책과 맞춤법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이런 기관에서 그것을 모를 리 없다. 언어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면 외래어표기 하나하나에 정말이지 신중을 기해야 한다.

파리의 연인은 재미있었지만 ‘빠리의 연인’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파리의 연인 홈페이지의 외래어표기들을 다시 한번 원음에 충실히 표기한다면 다음과 같다. 파리는 빠리로 바꾸는 것이 좋고 그렇다면 빠리의 남자는 파리지앙이 아니라 빠리지앵(Parisien)이고 여자는 파리젠느가 아니라 빠리지엔느(Parisienne)다. 랑데뷰는 랑데부(Rendez-vous)가 맞고, 옴므팜느(Homme-Femme), 부띠끄(Boutique)는 좋은데, 쁘띠뽀또는 쁘띠 포토(Petit Photo)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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