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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상돈 "손학규, 총선에서 그가 마지막 할 일은"

[인터뷰] 이상돈 의원 ②

이상돈 의원을 만났다. "다음 총선에 안 나간다"고 수 차례 강조한 그가 봐 온 국회, 그리고 한국 정치가 궁금했다.

51년생이지만, 초선 국회의원이다. 그러나 누구도 그를 단지 '초선' 국회의원으로 보지 않는다. 논객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정치권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히며, 스스로 보수주의자로 규정하지만 보수진영은 물론 진보진영에서도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보여왔다.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나와 해군 장교로 복무했고, 미국에서 석사, 박사를 마쳤다. 석사 박사 과정을 통해 미국의 헌법과 정치, 사법제도, 그리고 환경법에 관한 연구를 했다. 미국 보수주의의 거두 윌리엄 버클리 등의 영향을 받았다. 미국의 헌법과 정치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 중 하나다. 박사를 마친 해인 1983년에 서른두 살의 나이로 중앙대 교수로 임용된다. 파격이었다.

1995년~2003년간 조선일보 비상임 논설위원을 지내면서 '보수 논객'으로 활약했다. 보수주의 관점에서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던 그에게 이명박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어떤 전문가보다 더 해박한 지식으로 날카로운 비판을 이어갔다. 보수주의의 가치가 훼손되는 걸 목격한 그는 한나라당을 해체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새로운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을 맡아 보수 정권 창출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의 기대와 정반대로 정부를 운영했고, 그는 다시 '가짜 보수'와 결별한다. 이후 안철수 의원이 주도한 국민의당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온다. 그러나 안철수 주도의 '제3정당' 국민의당 실험은 실패로 돌아간다. 국민의당이 옛 새누리당의 '탄핵찬성파' 중심으로 구성된 바른정당과 합당이 결정되자, 이를 비판하고 합류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신분으로 의원직 유지를 위해 제명을 요구했지만 바른미래당은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는 바른미래당과 결별하고 사실상 '무소속' 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해 왔다.

1990년대, 2000년대에 논객으로, 2010년대에 정치인으로, 그리고 2016년에 국회의원으로 한국 정치를 경험한 이상돈 의원에게 최근 정치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회에 들어온 후 그가 겪은 정치는 어떤 것일까. 그는 최근 미국의 2대 대통령 존 아담스와 그의 아들이자 6대 대통령을 지낸 퀸시 아담스(아담스 부자)에 관한 책 <민주주의의 함정(The Problem of Democray : The Presidents Adams Confront the Cult of Personality)>(낸시 아이젠버스·앤드루 번스타인 지음)을 읽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건국 초기 재무장관을 지냈던 에버트 길라틴에 관한 책 <제퍼슨의 재무장관(Jefferson's Treasure : How Albert Gallatin Saved the New Nation from Debt)>(그레고리 메이·로버트 앤더슨 지음)을 읽고 있다고 했다.

미국 건국 초기, 그리고 미국의 초기 정치 문화 성립 과정에서 전쟁을 부추겼던 호전광들의 '인기 영합주의' 정치가 힘을 받을 때, 묵묵히 '아니오'를 외쳤던 '지성인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는 1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세열 <프레시안>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극한 대치' 속에서 중간 지대는 넓어지고, 스윙보터는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그들에게 답을 주기는커녕, 복잡한 정치공학 속으로 유권자를 몰아넣는다. 국민의당에서 시작된 '제3당'은, 바른정당과 합당으로 인한 바른미래당의 탄생, 그 과정에서 소분열로 인한 민주평화당의 등장으로 분화되더니, 바른미래당의 분열과 민주평화당의 분열, 대안신당, 새보수당, 안철수신당의 탄생 등으로 어지럽게 흩어졌다. 혼돈의 시기에 향후 '제3정당'의 실험은 어떻게 될 것인지, 보수정당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그와 나눌 이야기가 많았다. 첫 편에 이어 두번째 편을 싣는다.


▲이상돈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복기하다

프레시안 : 안철수 전 의원이 새롭게 정치를 시작하는 것 같다.

이상돈 : 나는 과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할 때, 바른미래당은 안 된다고 했다. 너무 이기적인 그룹 세 개가 모여 있다. 첫 번째는 유승민 그룹, 그 다음 안철수 그룹이 있다. 안철수 그룹은 무색무취한 비례대표 그룹이다. 이렇게만 갔으면 차라리 깨진다고 해도 이렇게 요란하게 깨지지는 않았을 거다. 그런데 호남 그룹까지 함께 해서 세 집단이 당을 만들었다. 어떻게 가겠나. 당시에도 절대로 함께 못 간다고 했다. 소통도 안 되고 문화도 다르니까.

그리고 박주선, 김동철, 주승용 의원같은 호남의원들이 (바른미래당에는) 안 가는 것처럼 하다가, 마지막판에 움직였다. 그들 ‘호남 그룹’이 안 갔으면 (바른미래당 합당에 반대하는 국민의당에서 나온 호남 의원들이 만든) 민주평화당이 오늘날 같이 이렇게 (분열)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호남 그룹 의원들이 안철수 전 의원이나 유승민 의원의 정책, 비전이 같아서 바른미래당에 간 게 아니지 않나. 그런데 (바른미래당) 가서 당대표, 원내대표, 국회부의장. 제3당으로 누릴 것은 다 누리지 않았나. 원내대표가 당을 대변해야 하는데 그 당에서 할 수가 없었던 일들이 발생했지 않나.

프레시안 : 지금 복기를 해 볼 때, 당시 안철수는 어떤 목적으로 합당을 밀어붙였다고 보나.

이상돈 : 딱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의당 전당대회 당권 경쟁자였던) 천정배, 정동영 두 사람이 지긋지긋한 것이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은 누가 당에 데려왔나. 안철수가 함께 하자고 해서 온 것 아닌가. 내가 보기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볼 때 (국민의당 내) 몇 사람은 (합당 과정에서) 안 따라오기를 기대했던 거 같다. 그런데 기대보다 더 많이 (바른미래당으로) 와 버린 것 아닌가.

프레시안 : 정치 비전이 아니라 결국 선거를 위해 이른바 ‘영호남’을 아우르는 전국 정당을 만들겠다는 ‘정치 공학적’ 목적이 앞섰던 것 같다.

이상돈 : 굉장히 나이브했다. 그 당시 이태규 국민의당 국민정책연구원장이 합당을 가정하고 여론조사를 하니 20% 이상이 나온다고 말했다. (합당을 반대하는 나에게) 김관영 의원이 와서 그렇게 말하더라. 내가 웃기지 말라고 하고 내보냈다. 나이브했다. 내가 볼 때는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에서) 무리하게 당 대표가 됐다. 그렇게 되니까 현역 의원들하고 굉장히 멀어졌다. 그런 것을 싫어한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 그렇게 (합당을) 하면 ‘서울시장이 될 수 있다’ 이런 말에 귀가 열리니까 그랬던 것 아닌가 추정한다.

프레시안 : 안철수 전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의 미래는 어떻게 보나.

이상돈 : 아직은 모르겠다.

프레시안 : ‘제3지대’에 정치 세력이 정당을 포함해 너무 많이 나와 있다. 크게 보면, 대안신당이 있고, 안철수신당이 있고, 보수 쪽에는 유승민 의원 주도 새보수당이 있고, 혁신통합위원회는 보수 쪽 흐름 속에 있지만 ‘중도’를 강조한다. 이른바 중도 보수에서 중도 진보까지 다양하다.

이상돈 : 국민의당이나 제 3지대, 제 3의 길 등의 표현을 많이 했는데, 그 표현도 좀 그렇다. 앤서니 기든스가 <제3의 길>에서 말한 것은 제3당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노동당도 보수 정책 할 수 있고, 보수당도 진보 정책 할 수 있다’ 이런 취지로 말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중도’로 통하는 것 같다. 2016년 총선 때 국민의당 시절, TV 연설을 하면 ‘친박, 친노(친문) 패권 정치 배척한다’는 얘기를 했는데, 당시에는 그게 먹혔다. 국민의당 때 얻은 정당 득표율은, (양쪽에서) 그런 사람들이 50대 50 정도로 모여서 지지해 준 것이다. (2016년 총선 정당 득표율은 새누리 33.6%, 국민의당 26.7%, 더민주 25.5%, 정의당 7.2%였다.) 정당 득표율이 민주당이 받은 정당 득표율보다 더 많이 나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그게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를 아우르는 정치는) 처음부터 무리한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프레시안 : 이후 바른미래당으로 합당은, 안철수 당시 대표의 본인 대선 가도를 위한 프로젝트 정당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상돈 : (국민의당 + 바른정당 합당 당시) 대선은 좀 멀었었다. 그러면 서울시장은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안철수가) 된다고 생각했던 거 아닌가. 계산이 잘못된 거다. 대충 아는 사람들은 (안철수가) 3등 할 걸로 봤다. 3등을 했다. 내가 언젠가 그랬다. ‘TK 중심 영남 보수를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그 사람들이 안철수를 지지할 리가 없다.’라고. 국민의당은 어떻게 하다 보니 됐지만, 그 뒤로는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국민의당도 실패했고, 바른미래당은 더 실패했다.

합당 당시에도 내 생각은, 개혁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가 합한다고 그러는데, 그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정당이 새로운 흐름에 따라 변하고, 그 틈새에 정당이 생겨서 메꿔주는 경우는 있다. 대표적인 게 영국 자유민주당이다. 보수당이 너무 오른쪽으로 가면 자민당이 표를 얻는다. 노동당이 너무 왼쪽으로 가면 또 자민당이 표를 얻는다. 스코틀랜드독립당이 생기며 (자민당의 입지가) 줄어들고 브렉시트당이 생기면서 또 줄어들기는 했지만.

미국에도 보수당이 있었다. 1960년대에 넬슨 록펠러 뉴욕주지사와 존 린지 뉴욕시장 같은 사람들은 공화당이지만 진보 중에서도 진보였다. 록펠러는 석유 재벌인데 정치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당시에 진보로 간 거다. 과거 미국 건국 시기에 농장주인 제퍼슨이 인간의 평등을 말하며 독립선언서를 쓴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공화당이 1964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1965년 뉴욕시장 선거에서 공화당 내에서도 록펠러보다 더 진보 성향의 존 린지가 나섰다. 그들에 대항하기 위해 보수주의자인 윌리엄 버클리가 ‘뉴욕 보수당’을 만든 것이다. 존 린지가 뉴욕시장이 되긴 했지만, 당시 뉴욕 정치계에는 그런 틈이 있었다.

'보수 진보 합당' 실험은 실패...손학규 대표의 마지막 역할이 있다면

프레시안 : ‘중도’는 현실에 존재하기 어렵고, 결국 진보 보수를 넘나들 수 있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같다.

이상돈 :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에도 분명히 공간은 있다. 다만 내가 볼 때 (진보와 보수) 두 개를 다 아우르는 공간을 만들기는 무리다. ‘실용 중도’는 어렵다. 실제로 진보와 보수를 합치는 건 국민의당 실험에서 실패했다. 앞으로 가능한 건 (보수에서는) 새보수당처럼 (중도 보수)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유승민당(중도 보수) 같은 정당을 이쪽(진보 진영)에서 (중도 진보 정당으로) 만들 수 있겠느냐 여부인 것 같다. 시간은 얼마 안남았지만.

프레시안 : 보수 쪽에서 진보 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 정당, 진보 쪽에서 보수 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 정당으로 정치권이 재편되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인가.

이상돈 : 만들 수 있을지, 시간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프레시안 : 손학규 대표가 최근 3040세대 정치세력을 표방하는 '시대전환' 그룹과 만났다. 2016년 문재인 대통령 영입 인재이기도 했던 조정훈 아주대 통일연구소장, 2012년 안철수 전 의원을 돕기도 했던 이원재 LAB2050 대표 등 소장파 전문가들이 주축이다. ‘시대전환’ 그룹과 바른미래당이 함께 할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이상돈 : 얘기만 들었다. 손학규 대표가 ‘시대전환’에 참여하는 젊은 사람들을 내세워 수도권에 보내는 것, (바른미래당이 갖고 있는) 정당의 틀을 통해 그 사람들을 데뷔시키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손 대표와 ‘시대전환’ 그룹이 만나고 그런 건 아는데, 요 근래 진도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손 대표 입장에서) 당에는 자금이 있고, 그 그룹은 또 다른 (인적) 자원이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프레시안 :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도 그 그룹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상돈 : 잘 모르겠다. 그러나 김종인 전 위원장은 개인이고. 손 대표는 자금력이 있는 정당의 대표라 (차이가 좀 있다.) 앞으로 호남 지역(대안신당)에서 또 (바른미래당과) 합친다고 하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프레시안 : ‘소통합’이 이뤄지는 분위기라는 것 같다. 손학규 대표에게 약간의 기대를 거는 것 같기도 하다.

이상돈 : 기대라기보다 마지막으로 손 대표가 그런 역할(소장파 전문가들의 정치 데뷔 무대 제공)을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원내정당을 꿈꿔야 하지 않겠나. (앞으로) 유승민당(새보수당)이 과연 총선에서 몇 석이나 할지, 바른미래당이 호남 세력과 다시 합칠 경우, 갖게 될 지역구 의석, 비례대표 등을 제외하면 수도권에서 얼마나 괜찮은 사람을 내보낼지 등이 관건이다. 그렇게 되면 (진보 정당인) 정의당을 제외하고 4당(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새보수당, 바른미래당) 체제가 된다. 총선에서는 이것도 저것도 싫은 사람들이 투표를 할 수 있게 해야 할 거 아닌가. 어차피 정당명부제가 됐으니까 (새보수당, 바른미래당도 기회가 있을 수 있다.)

▲이상돈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정당은 돈에 목매고 비례대표는 장기자랑...정당 개혁, 반드시 필요하다

프레시안 : 총선만 되면 항상 이런 식의 이합집산이 일어난다.

이상돈 : 한국 정당이 이렇게 된 원인 중 하나는 국고보조금인 것 같다. 아마 세계에 없을 제도일 것이다. 있더라도 이렇게 많이 주는 데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선거공영제이기 때문에 정당에 선거 비용까지 준다. 솔직히 내가 겪어보니 국민 세금을 이렇게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걸개그림, 방송차, 건물 다 국민세금이다. 돈을 받으려면 무조건 써야 한다. 국고에서 그렇게 많이 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정당 운영하는 것도 그렇다. 교섭단체만 되면 (국고보조금이) 확 뛴다. 2017년 대선 때 후보가 쓴 비용을 보전 받은 사람이 세 사람이다. 보전 받는 사람이 국민 세금으로 쓴 비용을 득표율로 나누면, 1표 얻는 데 누가 돈을 제일 많이 썼을 것 같나. 안철수다. 정당 규모에 비해 엄청 많이 돈을 쓴 거다.

의원 숫자에 비해 제일 많이 받는 정당이 20~30석 가진 정당이다. 기본으로 주는 돈이 있기 때문에 100석이나 150석이나 큰 차이는 없다. 교섭단체를 만드는 게임을 조장하는 것 같다. 교섭단체를 없애야 한다. 의회 협상할 때는 결국 의석 비율로 협상해야 하는 것 아닌가. 뿌리를 보면 교섭단체라는 게 1중대, 2중대 하는 식으로 과거에 박정희 정권이 만든 것이다. 각 당이 사무총장 체제하에서 운영하는 것도 공화당에 뿌리가 있는 것으로 본다. 이걸 좀 바꿔야 한다.

프레시안 : 미국은 원내가 중심이다. 전국위원장은 당 조직을 중심으로 선거 때 대회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상돈 : 우리는 당 대표가 당권뿐 아니라 이권도 갖게 된다.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고 국민의 대표라고 하는데 그 위에 당원이 뽑은 당 대표가 군림한다. 요새 당원들이 뽑았다는 게 정체가 불명하다. 갑자기 선거때 당원이 우르르 입당하고, 누가 당원인지도 알수도 없고, 누가 누구를 뽑았는지 알 수도 없다. 이게 완전히 동원이지 무엇인가. 팬클럽 (정당에) 들어오고 태극기 부대 들어와서 당을 장악하고, 그 표를 받아 당 대표하고, 국고보조금 이권을 쓰고, 자기 사람들에게 다 당직 준다. 정당 보조금이 국가 세금인데 개혁을 해야 한다. 못 볼 꼴을 너무 많이 봤다. 반드시 정당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프레시안 : 정당 개혁을 하겠다는 세력이 정치권에서 공천을 받기 어려운 구죠다.

이상돈 : 그렇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또 한국이 선진국이 돼서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거다. 이를테면, 정상적으로 직업 있는 사람들은 국회의원 안 한다. 유럽 국회의원은 비서도 없고 혼자 전철 타고 다니고 봉급도 시원치 않고 사회적인 이익도 별로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급여나 대우 이런 게 거의 미국 수준으로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겠다는 사람이 있나? 할 일 있는 사람은 국회의원 안하려고 한다. 지방에 가보면 회의가 들 때가 있다. 정치를 하겠다고 몰려드는 사람들이 평균적 수준이 되는가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하게 되더라. 그렇다고 하면 사람을 키워야 한다. 당이 키울 수도 있지만 집권을 할 경우 청와대를 위시해서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해 수업을 쌓게 하는 등 집권당이 키우는 거다. 한국 보수의 실패한 이유가 9년 동안 그걸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 때 뿌려놓은 걸 근래에 거둔 것이다. 그 차이다.

미국도 리처드 닉슨은 탄핵됐지만 닉슨이 백악관에 있을 때 미래 유망주를 정무직으로 많이 썼다. 그 중에 한 명이 콜린 파웰이다. 베트남 때 초급 장교로 갔다 왔고, 국가 리더들이 하는 것을 백악관에서 배웠다. 그게 (정치) 사관학교였다. 그런 걸 해야 하는데 9년 동안 한국 보수는 그걸 못했다.

그나마 키울 수 있는 게 비례대표인데, 장기자랑 콘테스트가 돼버렸다. 바둑, 탁구 이런 영역에서 사람을 불러온다. 그리고 단지 젊다는 이유로 사람을 영입한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런 식으로 사람 키워서 뭐하나. 별안간 국회의원 되면 세상이 바뀐다. 사람 버려놓는 거다. 40대 대학교수가 국회의원 되면 결과가 좋을까? 안 좋다. 본업 복귀를 못한다. 4년 동안 거품이 들게 된다. 4년마다 선거 때 되면 벌이는 다른데 있는데 (당선되겠다고 달려든다). 정키(junky)를 만드는 거다. 마약중독자처럼.

프레시안 : 멀쩡한 직업이 있는 사람이 다 까발려지는 일을 감수하고 왜 4년 비정규직을 하겠나.

이상돈 : 토니 블레어나 클린턴처럼 처음부터 스스로 정치를 하겠다고 해서 하면 다르다. 그래서 난 아까운 사람이 강원도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나간 황영철이다. 서울대 정치학과 나와서 군의원부터 시작했다. 그런 사람이 몇 사람 있다. 또 민주당에는 구의원, 시의원, 거치고 구청장 거쳐서 당 대변인 한 이해식 같은 사람도 훌륭하다. 그런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 줘야 한다. 정치가 너무 한심하다. 지방이고 중앙이고 능력도 있고 괜찮은 사람이 해야 하는데.

대통령도 미국에 트럼프가 되는 것 보니 참... 다시 처음 언급한 아담스 부자로 돌아가보자. 훌륭한 지식인들이 포퓰리즘으로 인해 200년간 평가를 못 받다가 ‘미국 정치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우리에게도 이렇게 훌륭한 대통령이 있었다. 세계 정세를 꿰뚫어보고, 로마 고전을 존중하는 이런 사람이 지금도 있었다면’ 하는 반성이 미국에서도 나오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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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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