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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 반란' 성공, 우리당 의장직 쟁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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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 반란' 성공, 우리당 의장직 쟁취

당권파의 비대위 구상 일축, "언론개혁-과거청산은 내가 최적임자"

19일 오전 사퇴하는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 후임으로 지난 1월 전당대회 3위 당선자인 이부영 상임중앙위원이 의장직을 승계하기로 했다.

당초 당권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후 친당권파인 한명숙 상임중앙위원 등을 새 당의장으로 세우려 있으나, 이부영 위원이 당헌당규를 앞세워 강력히 반발하고 비당권파가 이에 지원사격을 보냄으로써 '이부영 체제'가 출범하게 된 것이다.

***당권파 반발속 '이부영 체제' 출범**

우리당 중진의원 14명은 18일 저녁 9시반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내 음식점에서 신기남 의장 주재로 심야 회동을 갖고 당헌 당규에 따라 이부영 상임중앙위원이 의장직을 승계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김부겸 당의장 비서실장이 밝혔다.

이날 모임에서 당권파 일부는 오는 20일 예정된 중앙위원회에서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당 지도체제를 구성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다수 중진의원들은 당헌에 따라 의장을 승계토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장직 승계를 주장한 중진의원들은 "비대위로 가는 것이 일리는 있으나 국민에게 마치 당권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비쳐지면 당이 입는 상처가 너무 크다"며 "당헌과 순리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합의에 대해 천정배 원내대표 등 당권파가 강력반발, 당권파와 비당권파간 내홍이 만만치 않았음을 드러냈다. 천 원내대표는 김부겸 당의장 비서실장의 발표직후 "오늘 회의는 당 지도체제에 대한 동의 여부를 따지는 자리가 아니고 의견을 듣는 자리일 뿐"이라며 '합의'라고 발표한 김 비서실장에게 강력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의 실세인 문희상 의원이 "당헌당규상 현 상임중앙위원 가운데 한사람이라도 의장직을 맡겠다고 하면 다른 방법이 없다"며 "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천 원내대표 반발을 진화했다. 김원웅 의원도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신 의장과 천 원내대표, 문희상 장영달 유인태 임채정 김원웅 정세균 박병석 의원 등 여당 중진의원 14명이 참석했다.

***당권파의 비대위 구상에 '이부영 반란'**

당초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은 신기남 의장 부친의 친일행각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신기남 체제의 존속을 강력 희망했었다. 17일 오전까지 천정배 대표 등이 잇따라 '연좌제 불가론'을 펼치며 신 의장을 옹호했던 것고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이날 오후 신기남 부친의 일제강점기때 고문 행위가 잇따라 폭로되자, 이날 밤과 다음날인 18일 오전 천신정은 연락을 갖고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아래 추후 당 지도체제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를 숙의했다. 그 결과 나온 방안은 비대위 출범이었다. 현행 당헌당규상으로는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비당권파인 이부영 상임위원에게 당 의장 자리를 넘겨주게 돼 있으나, 이럴 경우 당권파의 위상이 위축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특히 이들 당권파는 신기남 부친 친일의혹이 불거졌을 때 '독수리 5형제'중 하나로 '이부영 계보'로 분류되는 안영근 의원이 "신기남 의장에게는 더이상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며 신의장 퇴진을 강력압박한 대목을 주목하며, 이를 이부영 위원이 당권 차지를 위한 여론몰이 공세로 규정하고 있었던 까닭에 이부영 위원에게 당의장을 물려줘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권파는 이에 이부영 위원을 비롯한 이미경-김혁규-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을 전원 사퇴시킨 뒤, 다시 이들 4명에다가 문희상 등 정파별 대표 3~4명을 포함시켜 7~8명으로 과도체제를 꾸린 뒤 호선방식을 통해 문희상-한명숙-임채정 가운데 한명을 과도체제 대표로 선출한다는 구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위해 신기남 의장은 김혁규-이미경 의원으로부터 사퇴 동의서를 받아냈고, 한명숙 의원과도 22일 귀국시 사퇴서를 받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신기남 의장이 사퇴 촉구를 위해 이부영 위원을 만난 점심자리에서 상황이 꼬였다. 이부영 위원은 '당헌당규'를 이유로 사퇴를 단호히 거부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당이 설정한 최우선 개혁과제인 언론개혁, 친일진상규명, 국가보안법 등의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동아투위 출신인 자신이 최적의 적임자라는 주장도 폈다.

이부영 위원의 사퇴거부로 상황은 급변했다. 당권파는 격노했으나 그렇다고 이 위원과 격돌할 경우 한바탕 당권투쟁이 불가피했다. 그럴 경우 가뜩이나 신기남 의장 사태로 악화된 여론은 더욱 싸늘해질 게 불을 보듯 훤했다. 당권파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결국 이날 밤 중진회의에서 이부영 위원을 당의장으로 선출하기로 의견을 모아야 했다. 이부영 위원의 승부수가 성공한 것이다.

***단순한 '얼굴마담' 역할 거부할 듯**

'이부영 체제'의 출범은 그동안 천신정으로 대표되던 당권파가 득세한 열린우리당내 역학관계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당권파는 비록 이부영 체제가 출범하더라도 당내에 이부영 계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만큼 당을 천정배 원내대표 중심으로 끌어나간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부영 신임 당의장을 내년초 전당대회때까지 '얼굴마담' 정도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그러나 비록 이부영 계보가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한 안영근-김영춘-김부겸 등 '독수리 5형제'에 불과하나, 과거에 이부영 위원과 재야민주화운동을 함께 했던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의 이른바 또다른 비당권파인 '김근태 계보'가 이부영 체제를 지원사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내역학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이부영 진영 일각에서는 '이부영 차기대권론'도 꿈틀대는 분위기여서, 과연 이부영 신임 당의장이 당권파 의도대로 '얼굴마담' 노릇에 만족할지는 의문이다. 특히 이부영 위원의 '개성'이 강한만큼 유사시에는 당권파와의 정면격돌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부영 위원은 이에 대해 19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백의종군을 할 생각"이라며 더이상의 해석을 차단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희정권의 희생자인 자신이 언론개혁-과거사진상규명-국가보안법 개폐 등의 적임자라는 주장을 펴 앞으로 만만치 않은 행보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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