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및 이라크군 공세 속에 놓여 있는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를 보호하기 위해 2천여명의 이라크 국민이 ‘인간방패’를 자임하고 나서는 등 나자프 문제가 새로운 전개 양상을 보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 ‘이라크 국민회의’도 중재를 위해 대표단을 나자프에 파견했다.
***알사드르 보호 위해 ‘인간방패’ 수천명, 이맘 알리 사원에 집결 **
로이터 통신은 16일 “미군 주도 병력이 나자프를 포위한 가운데 약 2천여명의 이라크인 자원자들이 시아파 지도자 알사드르를 둘러싸고 ‘인간방패’를 형성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자원자들은 이날 알사드르측 민병대가 근거지로 삼고 있는 이맘 알리 사원 앞에서 알사드르를 연호하며 집회를 가졌다. 알사드르는 현재 예상되는 미군의 공세를 앞두고 시아파 이슬람 사원 가운데 외부와 차단된 장소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자원자들은 이라크 전역에서 나자프로 몰려든 것으로 이들은 미군이 사원을 공격하는데 주저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알사드르 고위 측근인 사이크 아흐메드 알사이바니도 “이들은 일반 시민이기 때문에 미군에 대한 억제력이 되고 있다”며 “이들이 있어서 미군이 이맘 알리 사원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자원자들은 특히 이맘 알리 사원에 대한 보호에도 강한 애착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어떤 실질적인 군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도 사원 근처에 주둔중인 미군 탱크가 진격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소총이나 로켓 추진 수류탄 등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자원자 가운데 한 명인 파딜 하미드는 “탱크 앞에서 누워버릴 것”이라며 “알사드르와 나자프를 보호하기 위해 미군을 사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자원자들의 움직임은 지난주 이라크 전역에서 벌어진, 수천명 규모의 친 사드르 집회에 잇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나자프에 머물고 있는 영국 <더 타임스>의 중동 특파원인 스티븐 패럴 기자는 이라크 경찰은 15일 외국인 기자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려 최후의 공세가 임박했음을 시사했으나 “민간인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더 이상 철수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라크 국민회의’ 나자프에 중재대표단 60명 파견 **
이 가운데 지난 15일 ‘불안한 출발’을 했던 ‘이라크 국민회의’는 나자프 대치상황을 중재하기 위해 대표단 60명을 파견키로 했다고 AP, AFP 통신 등 외신이 16일 전했다. 시아파 다와 정당 대표로 국민회의에 참석한 하이더 알에바디는 “알사드르의 자세는 매우 위험하다”며 “이전 협상은 불신 때문에 실패했지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양측이 모두 동의한다면 폭력 종식을 돕기 위한 촉진제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유엔 대변인이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알 사드르측의 알사이바니는 “알사드르가 17일 도착할 예정인 이들 대표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는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어떠한 중재도 받아들일 것이며 이러한 대표단의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중재 여부 따라 이라크 국민회의 존재 가치 및 의미 달라질 듯**
한편 이라크 국민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라크 전역에서 바그다드로 들어온 1천3백여명의 대표단은 나자프에서의 전투 종식을 요구하기 위해 미군 공격을 승인한 이라크 임시정부측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또 3일간의 일정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국민회의에서는 나자프 전투로 상당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대표단은 저항세력을 분쇄하겠다는 임시정부의 뜻에 저항하는 의미로 행진을 벌이겠다고 경고하기도 했으나 일부는 알사드르에 저항을 포기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2005년 1월 총선전까지 입법부 역할을 하는 국민위원회 위원 1백명을 선출하기 위해 3일간의 회의를 벌이고 있는 국민회의는 이러한 논란 속에서 이번 중재 결과에 따라 그 의미부여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임시정부는 자신들의 정당성 부족을 이라크 전역에서 올라온 이라크 국민회의 대표단을 통해 채우려 하고 있으나 만일 알사드르가 국민회의 대표단의 중재를 거부한다면 국민회의에 낙관적인 이미지를 연결시키려는 국민회의측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반면 알 사드르가 국민회의 중재 및 제안에 동의한다면 국민회의는 이 모임의 존재가치를 부정할 수도 있는 위기를 상징적 승리로 바꾸게 돼 후세인 체제 이후 이라크에서의 공동 해결 모델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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