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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과 시멘트로 된 '전시' 동물원은 아직도 전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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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과 시멘트로 된 '전시' 동물원은 아직도 전근대"

[토론회] 동물원 실태조사 발표 및 동물원수족관법 어떻게 개정하나

국내 공영동물원 대부분이 종 보전이라는 국제적인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국내 공영동물원의 실태조사 보고서가 발표됐다. 보고서는 국내 공영동물원이 동물을 전시·오락 위주로 소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0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공영동물원 실태조사 발표 및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이상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등이 주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영동물원들은 담당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와 동물원 운영에 대한 이해도, 재정 등에 따라 환경과 관리 수준의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영동물원의 낙후된 환경과 부족한 예산, 순환보직으로 인한 전문성 결여 등의 문제도 지적됐다.

국내 공영동물원 10곳 실태조사...'낙제점'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 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전국 10개 공영동물원(서울어린이대공원, 인천대공원 어린이동물원, 대구달성공원 관리사무소(달성공원 동물원), 대전오월드, 광주 우치공원 관리사무소(우치동물원), 울산대공원 동물원, 서울대공원 서울동물원, 청주랜드 관리사업소(청주동물원), 전주동물원, 진양호동물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번 조사는 각 동물원을 방문해 동물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10가지 요소(△동물 건강, △동물 행동, △서식지 재현, △위생, △소음, △동물의 안전, △일상적 훈련 프로그램, △일상적 풍부화 프로그램, △관람 구조, △먹이주기·만지기 체험)에 대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0가지 요소는 '유럽연합 동물원 지침 모범 사례'의 제2장 '동물원의 필수요건' 중 3장 '동물관리'를 참조했다.

'동물 건강'의 경우 조사 대상 10개소 중 최소 6개소에서 외관상 상처·부상이 있거나 질병이 의심되는 동물이 관찰됐다. 대표적으로 피부 불량, 절뚝거림, 눈곱·눈물, 발톱 웃자람, 토하는 행동 등이 있었다.

▲달성공원 동물원에서는 짝짓기철 사슴의 번식행동이 관리되지 못하고 있었다. 수컷끼리 싸움을 벌이는 것을 막으려면 개체수 조절을 하거나 중성화를 해야 하지만, 뿔만 잘라 놓아 수컷 사슴들의 정수리에 상처가 났다. 2014년, 2016년 중국의 몇몇 동물원에서 공격적인 행동을 관리한다는 이유로 사슴의 뿔을 잘라 해외언론에 기사화된 바 있다. ⓒ공영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2020)

'동물 행동'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 조사 대상 전체 동물원에서 정형행동을 보이는 동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 예로 어린이대공원의 청금강앵무들은 스스로의 몸을 훼손하는 정형행동을 보였는데 앵무류의 이러한 자해 행동은 자연적 서식환경을 제공하지 못했을 때 나타난다. 청금강앵무를 전시하는 8개 동물원 가운데 5개 동물원에서 자해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은 반달가슴곰, 영장류, 늑대, 타조 등 다양한 종에서 발생하는 것이 확인됐다.

'서식지 재현'은 동물원의 동물들이 야생에서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구조와 구조물을 갖춰놓는 것을 말한다. 상당수 동물원이 동물복지보다 전시·관람에 큰 비중을 두면서 서식지 재현을 못하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콘크리트 바닥에 아무런 구조물 없이 동물만 덩그러나 놓여있는 동물사도 있었다.

해외의 경우 약 40년 전부터 최대한 자연서식지를 재현하는 '몰입전시'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몰입전시 기법은 동물이 사람이 사는 대도시에 전시된 것이 아니라 마치 사람이 해당 동물의 서식지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전시형태다.

▲1980년대 경관몰입형 전시를 처음 도입한 시애틀 우드랜드파크 동물원. 서식지를 재현한 사육장에서 하마, 기린, 얼룩말이 한 공간에 사육되고 있다. ⓒ공영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2020)

'위생'과 '소음', '동물의 안전'은 동물의 건강은 물론 스트레스 및 습성과도 연계된 부문이다. 야생에서 동물들은 서로의 배설물로 존재를 인식하고 거리를 두려는 습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동물원에서는 동물들이 좁은 공간에서 고밀도로 사육되어 개체들이 서로의 배설물에 자주 노출된다. 이에 따라 배설물로 인해 생긴 냄새로 호흡기 감염뿐 아니라 각막처럼 약한 조직에 손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대부분 동물원의 동물은 소음에 익숙해져서 즉각적인 반응이나 급성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야생에서 노출될 기회가 없는 지나친 소음, 가령 관람객이 내는 큰 소리나 음악 소리, 놀이기구 소리 등은 장기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는 구조물이나 행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관람객이 던져 넣는 물체나 음식, 과밀 사육 등의 문제도 발견됐다.

좁은 공간에 갇힌 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상적 훈련 프로그램'과 '일상적 풍부화 프로그램'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적 훈련은 동물 신체 약화를 방지하는 건강관리 등을 말한다. '풍부화'는 서식지를 재현할 수 있는 구조물 등으로 야생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유사하게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동물원은 서울대공원을 제외하고는 찾을 수 없었다.

'관람구조'도 동물에게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예를 들어 대형고양이과 동물이나 곰 등은 사람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때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런 동물들은 야생에서 사람을 비롯한 다른 동물보다 더 아래에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볼 일이 거의 없어 이러한 상황을 매우 위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동물원 대부분이 이런 고려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먹이주기·만지기 체험'은 큰 문제로 지적됐다. 동물에게 주지 말아야 할 먹이를 주기도 하고, 동물과 사람 사이에 질병을 옮기거나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또 그 자체로 동물이 야생에서 인간과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에게 의존하고 애완동물로 취급되어도 되는 존재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전시동물의 서식환경을 개선하고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현대 동물원의 기능과 목적은 생물다양성 보전, 연구, 교육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공영동물원의 경우 철창과 시멘트로 된 사육장 안에 동물을 가두는 전근대적인 전시 환경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실내체험동물원 등 오락 위주의 전시시설이 급증하면서 대부분의 동물원이 오락 시설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동물원은 철저한 관리감독 규정에 따라 '종 보전의 공간'으로 탈바꿈 중

해외에서는 생물 종에 따라 제공해야 할 사육환경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을 법이나 지침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동물원지침 모범사례'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경우 동물원의 사육 환경은 종 별 사육환경 풍부화를 제공해 각 종의 보존과 생물학적 요구 사항을 만족시켜야 한다. 또 종 특이적인 환경 풍부화와 높은 수준의 사양 관리, 수의학적 관리, 영양 관리를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사육환경 관련 규정은 전시 및 사육 환경, 환경 풍부화, 사양 관리로 분류해 각 조건에 대한 세부사항들을 명시하고 있다.

영국의 현대동물원운영지침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동물원의 모든 동물에게 동물복지 5대 원칙(배고픔과 갈증으로부터의 자유, 환경이나 신체적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습성을 표현할 자유, 두려움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이 적용된다. 동물 종과 나이, 상태 등에 따라 적절한 온도, 빛, 환기, 소음 등을 제공해야 한다.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2017년 제정된 '동물원 및 소죽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되면서 동물원·수족관의 설립과 운영 근거가 마련되고 이에 근거한 정부의 관리가 가능해졌다"면서도 "그러나 전시동물의 서식환경과 관리상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물원수족관법의 동물원 정의에 ‘생물다양성 보전’ 명시, 생물 종별 적정한 서식환경 및 관리기준 마련, 동물원수족관 허가제·검사관제 도입, 특수보호종 동물 지정 및 사육기준 강화, 동물원수족관법에서 동물 취득과 처분에 대한 원칙과 규정 마련, 공영동물원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 중앙정부의 책무와 행정력 강화, 동물원 별 기능 전문화, 보전·교육 전문 기과능로 전환, 서식지 내·외 통합적 보전 위한 로드맵 마련 등의 정책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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