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로 단식 45일째를 맞는 지율 스님과 한국철도시설공단 사이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의 공사 일시중단' 합의가 무산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또 한 차례 혼선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지율 스님, "환경영향평가 없는 공사 중단 무의미"**
13일 지율 스님은 "단식 44일째인 12일 있었던 청와대와 합의는 무산됐다"며 "환경영향평가 없는 공사 중단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합의 무산 선언은 청와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측이 당초 합의내용인 환경영화평가 부분을 빼트린 합의문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은 이에 앞서 12일 "천성산 구간 일대인 13-3, 13-4 공구 구간에 대하여 항소심 판결까지 공사를 중지한다"며 "지율 스님은 '재판의 진행중에 단식 및 현장에서의 물리적인 공사방해 행위를 하지 않으며, 법원의 최종 판결에 조건없이 승복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보내왔다"고 밝혔었다.
앞서 11일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지율 스님을 지원하는 불교계와 접촉해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중재를 이끌어냈다. 당시 불교계와 청와대는 지율 스님이 단식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공사를 잠정 중단할 수 있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율 스님은 현재 부산고법에서 진행 중인 이른바 '도롱뇽 소송'의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공사를 중단할 것과, 부실하게 이뤄진 천성산 일대의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할 것을 요구하며 6월30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45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 중재한다면서, 철도시설공단 입장만 대변"**
이처럼 지율 스님과 한국철도시설공단간 합의가 결렬됨에 따라 중재역할을 맡았던 청와대가 혼란만 가중시킨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율 스님과 환경단체가 그간 주장해 왔던 '공사 중단'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보다는 '항소심에 대한 결과 승복' 내용만 부각돼 있기 때문이다.
지율 스님을 보필하고 있는 청년환경센터 이영경 간사는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 등과 만난 자리에서 지율 스님이 단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약속하면 청와대가 나서 공사가 중단되도록 한다는 약속을 해 협의가 진행됐다"며 "그 자리에서 수경 스님 등은 환경영향평가를 조계종의 주도로 실시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12일 제시된 첫 번째 합의문 초안에는 공사 중단 기간이나, 환경영향평가 재평가는 빠져 있었다. 두 번째 합의문 초안에는 "항소심 판결까지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기간이 명시돼 있으나, 환경영향평가 재평가에 대한 언급은 끝까지 포함되지 않았다.
지율 스님은 "지난날 '고향의 정기를 끊고 고향에 돌아오지 못할 사람이 되지 않겠다'던 노무현 대통령과, '대통령의 뜻을 믿어달라'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던 문재인 수석은 자신들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며 "'공사 중단'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전에는 그 동안 진행해 온 단식 농성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영주 시민사회수석실 사회조정2비서관은 "중재를 했다 결렬이 된 문제이기 때문에 언급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주로 지율 스님 측 주장이 보도가 됐는데, 결렬된 마당에 우리 입장을 얘기해 보도가 되면 오해만 더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협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일단 중재가 결렬됐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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